김윤선의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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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깊은 휴식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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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깊은 휴식
             -송장 자세(Savanasana/Corpse )






   송장자세(The corpse pose)는 산스크리스트어로 사바사나(Savanasana)라고 합니다. 각 아사나(요가자세)의 수행 전, 후 몸과 마음을 충분히 이완시켜주는 자세입니다. 바르게 행해지는 몇 분간의 송장자세는 때때로 몇 시간의 낮잠보다 더 깊은 휴식 감을 맛보게 합니다.  최소한의 공간, 편한 옷 또는 지금 입은 그대로, 요가매트가 없다면 담요나 커다란 수건. 몸의 자유를 구속하기 십상인 장신구들 귀고리, 목걸이, 반지, 시계 등속은 잡념을 몰아내듯 풀어놓습니다. 그도 저도 다 만만치 않은 여건이라면, 지금 바로 이 순간 피로에 지친 나를 쉬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만 있으면 ‘송장자세’ 준비 완료. 

  흔히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란 말을 듣곤 합니다. 머리가 아파도, 배가 아파도, 가려워도 그게 다 스트레스 때문이란 진단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이쯤 되면 이 ‘스트레스’의 정체가 영화 ‘괴물’의 변종 괴생물체 못지않게 무시무시해 집니다. 하지만 이 스트레스보다 더한 괴물은 다름 아닌 사람의 ‘욕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욕망’은 채우면 채울수록 더 공허해지는 밑 빠진 독과도 같아, 다 가진 것 같은 사람이 고층 빌딩에서, 혹은 다른 방법으로 아까운 삶을 마감했다는 뉴스를 보곤 합니다. 

   사바사나(Savanasana)는 이 ‘욕망’의 근원을 들여다보기에 적당한 자세입니다. 제 아무리 변종 괴생물체 보다 무서운 놈도 다 물리칠 수 있습니다. 태초의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여 우주라는 공간속, 대지와 하늘 사이 순응하듯 누워, 맑은 의식을 깨우고 나의 그 맑은 의식이 주도하는 가운데 완벽하게 몸 전체를 이완하는 것입니다. 때론 끈질긴 이 ‘욕망’이란 놈이 생각지도 못한 무의식의 형태로 ‘잡념’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더 무심한 채로 더 들여다보기 그러다보면 ‘욕망’의 자리에 채워지는 ‘평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입니다. 지금이라도 매트 위가 프리티비Prthivi(대지의 여신)의 품인 양 스며들듯 누워보세요. 얼핏 ‘송장자세’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조금 빠르게, 혹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유한한 생이기에 꼭 그렇기만 한 것도 아닐 것입니다. 

   잠시 평화롭게 죽었다 살아나기. 늘 밖으로 향해 열려있는 감각기관을 닫고 안으로 향한 문을 살며시 열어놓는 것, 필자의 요가수련생들이 수련하는 ‘송장자세’의 완성입니다. 티베트의 쪽빛 하늘 초모랑마(히말라야 최고봉)의 머리 위로, 수런대는 비자나무숲으로, 저 먼 수평선에서 내 안에 흐르는 강가에 이르기까지 자유로운 영혼은 어디에도 갇히지 않고 날아다닙니다. 

  T.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어디 지난 3월보다  더 잔인할 수 있겠는지요. 당신에게  이토록 귀하고 아름다운 자세를 권해드리며  더 이상의 아픔이 없는 4월을 기대해 봅니다. 나마스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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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행법>
   


  1)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서 발을 약 45cm 벌리고 양손을 15cm정도 몸에서 떨어뜨린 후. 손바닥이 위로 가게 한다. 긴장을 풀며 좌우대칭이 되도록 한다.

  2)발목부터 종아리, 무릎, 허벅지, 허리, 양 팔, 목, 머리까지 순서대로 차례차례 이완 시킨다. 하나하나 신경 줄을 놓는다는 느낌으로 바닥에 몸이 녹아들 듯 편안히 눈을 감고 호흡을 편하게 한다.

  3)지금 누워있는 곳이 막힌 공간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장소 또는 구름밭 아래, 대지 또는 초원 이라고 생각하며 충분히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다.

  4) 숨을 들이쉬며 배와 가슴속에 공기를 들이마시고, 숨을 내쉬며 반대로 마셨던 공기를 내 보낸다. 누군가와 안 좋은 감정이 남아있었다면 일체의 부정적인 생각 따위를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내쉬고, 대지의 에너지를 내 몸에 받는다는 느낌으로 숨을 들이쉰다.

  5) 최소한 3분 이상 내지 10분정도를 그자세로 유지한다. 나도 몰래 살며시 미소 짓는 몸과 마음이 느껴질 것이다.



제3의 충전
   -송장 자세: Savanasana, Corpse



지금은 완벽하게 죽음을 맞는 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던 매 순간

마음의 감옥을 열다

발 다리 허리와 가슴

두려울 때 움켜쥐던 두 주먹조차

스르르 풀리다

몸보다 무거워진 머리를 이고 달려가는 길

지금은 새로운 탄생을 꿈꾸는 시간

한 순간, 죽었다 깨어난 나는 충분히 자유롭다


                                             2009 요가시집  [가만히 오래오래]  -송장 자세: Savanasana, Corpse 편






(미발표)

                       

명협도인 2010.04.04. 8:38 pm 

잘 읽었어요. 이사 뒤 며칠 고단한 몸의 피로를 풀려고 사바나사나를 따라 했지요. 차분하고 편안한 글 고마워요. 샨티!

두루미 2010.04.06. 10:32 am 

  네, 선생님 이사 잘 하셨군요. 어머니달님산 아래의 사바나사나는 더욱 더 좋을 것 같아요. 편히 읽어주시니 도리어 감사드리며 선생님께도 샨티 샨티!!

은기사 2010.04.04. 9:47 pm 

휴식이 되는 글이네요. 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두루미 2010.04.06. 10:35 am 

  은기사님 요즘 연재 하느라 체력소모 많으실 것 같네요. 건강 조심하시구요. 꽤 분주한 날들 속이긴 해요. 모닝커피 한 잔 선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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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선 - 시인.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06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상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The Yoga Company 요가지도자 과정과 숀콘 빈야사 요가 워크샵 및 Intro to Meditation 시리즈를 마치고 요가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시집으로 『가만히 오래오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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