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66
[불교신화기행 5] 제1부 2. 과거에도 부처님이 있었나?
차창룡    

2. 과거에도 부처님이 있었나?

 

 

 

 

2002년 룸비니에 머무르는 동안 내게 큰 행운이 있었다. 룸비니 대성석가사의 법신스님의 스승인 도문스님이 많은 신도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온 것이다. 대성석가사는 거대한 불사를 위해 많은 룸비니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가난한 룸비니 주민들은 대성석가사로 인해 풍족한 삶을 누렸다. 일자리를 준 것만으로 모자라 도문스님과 함께 성지순례를 오신 분들은 룸비니 주민들에게 일일이 쌀과 일정 액수의 돈을 나누어주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도문스님의 룸비니 방문이 내게 큰 행운이었던 것은 도문스님을 따라 카필라바스투를 순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필라바스투의 불교 유적지는 택시를 대절하지 않으면 가기 힘든 곳에 있었다. 나는 그때 성지순례단과 함께 도문스님의 판소리 법문을 들으며 카필라바스투 일대를 순례했다. 그중 니그리하와와 고티하와는 과거불과 관계 있는 곳이었다.

니그리하와는 과거불 중 다섯 번째 부처님에 해당하는 카나카무니(한역 구나함모니) 부처님이 탄생하신 곳이고, 고티하와는 과거불 중 네 번째 부처님에 해당하는 크라쿠찬다(한역 구류손불)가 탄생하신 곳이다. 그곳에 남아 있는 아쇼카 석주로 인해 과거불의 탄생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붓다가 인간으로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이라면, 유독 석가모니 부처님만이 붓다일 리는 없을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붓다는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탄생할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포함하여 과거에 출현한 붓다를 흔히 과거불이라 한다. 과거불은 모두 일곱 분이 있었다고 한다.

과거의 부처님들은 정말 아득히 먼 세상에서 사셨던 분이다. 우주가 열렸다 닫히는 시간의 단위를 ‘겁’이라 한다. 91겁 전에 비파시 부처님이 계셨고, 31겁 전에는 시기 부처님과 베싸부 부처님이 출현하셨다. 그렇게 드물게 출현하시던 부처님이 현겁에는 크라쿠찬다(한역경전의 구류손불), 카나카무니(한역 구나함모니), 카샤파,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까지 출현하셨으니, 현겁은 그야말로 행운의 시기인 셈이다.

과거의 부처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대전기경󰡕은 다분히 신화적이며, 이들 부처님들의 탄생은 일정한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붓다가 될 보살은 태어난 지 7일째에 어머니를 여의게 되는데, 어머니는 이 세상을 떠나 도솔천에서 다시 태어난다. 다른 여인들은 앉아서 출산하거나 누워서 출산하지만, 보살의 어머니는 서서 출산한다. 보살이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올 때 신들이 먼저 받고 나중에 인간들이 받는다. 보살은 태어나면 두 발로 가지런히 땅에 서서 북쪽을 향해 일곱 발짝을 걷는다. 하얀 일산이 펴질 때 보살은 모든 방향을 굽어 살펴보고 “나는 세상에서 최상이요, 나는 세상에서 제일 어른이요, 나는 세상에서 으뜸이다. 이것이 마지막 생이다.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태어난 붓다는 일평생 중생들을 제도하여 옳은 길로 안내하고는 떠난다. 한번 떠난 붓다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다행히 과거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불도 있다. 미륵불이 바로 미래의 부처님이다.

아득한 과거로부터 아득한 미래까지 부처님 이야기는 존재한다. 불교가 교리 중심의 종교이지만, 이러한 신화도 무시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부터가 일반적인 사람의 출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불교 성지를 순례하면서 불교 교리보다는 이러한 신화를 읽어보고자 했다. 석가모니 부처님 이야기는 신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역사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불교도 분명 다른 종교와 유사한 신화를 믿고 있다. 그것을 믿지 않고도 불교는 성립되지만, 경전에서 전해오는 신화를 믿는 순간 우리의 상상력은 증대되고, 신앙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오직 교리만으로 이루어졌다면, 불교는 글을 모르는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종교가 된다. 이야기만으로도 불교는 분명 종교이다.

이 책은 다분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내가 성지를 순례하면서 느꼈던 인간 붓다의 흔적을 가슴 깊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쿠쉬나가르에서 열반상을 본 나는 신을 만났다는 느낌보다는 육친과 같은 부처님이 돌아가셨다는 느낌이 강렬했다. 나는 이 책에 그런 느낌을 적을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불교의 교리와 어긋날 수도 있을지 모르겠고, 경전의 내용과는 모순될 수도 있겠지만, 나의 글이 결국 현재 나의 그릇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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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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