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715
[불교신화기행 17] 제4부 2. 최초의 승가 탄생
차창룡    

2. 최초의 승가 탄생

 

 

 

 

사르나트는 명실공히 붓다의 승가가 최초로 탄생한 곳이며, 붓다의 법을 믿는 신도인 우바새와 우바이가 생긴 곳이기도 하다. 승가의 첫 구성원은 다섯 비구였지만, 대규모의 승가가 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는 야사라는 젊은이였다. 붓다의 법을 믿는 우바새와 우바이가 생긴 것도 야사라는 젊은이 덕분이었다.

야사는 바라나시의 부호의 아들이었고,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새 가정을 이룬 유복한 젊은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는 것밖에 없었다.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할 수도 있었을 텐데, 술에 취했을 때의 행복감이 술에서 깬 후에는 절망감으로 변하곤 하는 것이었다. 아니, 술에 취해 있을 때조차 한가닥 정신이 남아 있을 때는 미친 듯이 괴로웠다.

야사는 어느 날 새벽 녹야원 숲속에서 절규하였다.

“아, 인생이여, 괴로워라! 괴로워라! 죽고 싶어라!”

그는 어젯밤 친구들과 함께 무희들을 데리고 춤추고 노래하고 술 마시면서 즐겁게 놀았다. 술에 취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깬 그는 간밤에 아름다웠던 무희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았다. 머리는 헝클어진 채 침을 흘리면서 자는 여자, 북을 배 위에 올려놓고 자는 여자, 잠꼬대하는 여자, 이를 득득 갈고 있는 여자, 여자들 옆에는 친구들이 아무렇게나 엎어져서 자고 있었다. 모두들 간밤의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야사는 갑자기 이런 생활이 견딜 수 없어졌다. 그는 아직 숙취가 덜한 채 밖으로 나가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사르나트에 온 것이었다.

붓다가 젊은이의 절규를 듣고 다가왔다.

“젊은이여, 무엇이 그리도 괴로운가?”

야사는 자신의 생활을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결론은 부족한 것이 없음에도 끝없는 욕망은 도대체 채워지지 않고, 그 욕망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니 더욱 답답하고 괴롭다는 것이었다. 부처님은 젊은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젊은이, 그대가 서 있는 곳은 위험하고 불안해. 끝없는 허전함과 고통을 안겨주고 결국 파멸로 이끌 것이네. 젊은이, 내가 있는 자리로 오게. 이곳은 안전하고 평온한 곳이네.”

야사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그는 얼른 황금신발을 벗고 부처님께 예배하고는 여쭈었다.

“성자시여, 이곳이 안전하고 평온한 곳이라구요? 이곳이 어디입니까?”

“사실은 자네가 있는 그곳이나 내가 있는 이곳이 다른 곳은 아니야. 선한 마음으로 보시를 베풀면 그곳이 안전하고 평온한 곳이기 때문이네. 올바른 규칙을 정하여 지키고 살면 그곳이 안전하고 평온한 곳이라네. 욕심을 버린 생활이 있는 곳이 곧 안전하고 평온한 곳이기 때문이네.”

그 무렵 사라진 아들을 찾아 야사의 아버지가 사방을 헤매고 있었다. 숲까지 다다른 아버지는 달아나는 사슴들의 뜀박질 사이에서 아들의 황금빛 비단옷을 발견하였다. 부처님은 온갖 상상 속에서 불안해하는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아버지에게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했다. 아버지가 부처님에게 다가와 물었다.

“성자시여, 혹시 이곳에 온 젊은이를 보지 못하셨습니까? 바로 내 아들입니다. 여기 내 아들의 옷이 있습니다.”

야사의 아버지는 비단옷을 보여주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우선 앉으십시오. 당신의 아들이 이 근처에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여기 앉아 계시면 아들이 곧 당신을 찾아올 것입니다.”

야사의 아버지가 자리에 앉자 부처님은 즉석에서 고뇌에 찬 야사의 아버지를 위해 설법하셨다. 긴 설법의 끝에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무릇 인연에 의해서 모든 것은 생기고, 그렇게 생긴 것은 반드시 소멸하게 됩니다. 우리가 집착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야사는 부처님이 아버지에게 설법하는 것을 옆에서 들으면서 부처님께 귀의할 것을 결심하였다. 먼저 신앙 고백을 한 이는 아버지였다. 야사의 아버지는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였다.

“부처님의 법에 감동했습니다. 오늘부터 부처님의 법을 따르고 실천하겠습니다. 저를 받아주신다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부처님을 섬기는 우바새가 되겠습니다.”

부처님은 야사의 아버지에게 다섯 가지 계를 주시며 충실히 지킬 것을 당부하였다. 부처님께 예배 드린 후 아버지는 옆에 앉아 있는 야사를 발견하였다.

“야사야, 언제 여기 와 있었느냐? 신기하구나. 부처님의 말씀이 딱 맞았어. 내가 여기 앉아 있으면 네가 올 거라고 하셨는데. 너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안정을 찾았느냐? 그래, 얼굴을 보니 편안해졌구나. 집으로 가자. 너의 어머니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아느냐?”

“아버지, 저는 이제야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처님께 출가하겠습니다.”

부처님의 법이 훌륭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아들이 숲속에서 수행자가 된다는 것에는 아버지로서 가슴이 미어졌다. 아버지는 다시 한번 부탁했다.

“야사야, 너의 어머니가 너 때문에 얼마나 큰 절망 속에 빠져 있는지 아느냐?”

부처님도 아버지의 뜻을 응원해주었다.

“그래, 아버지의 말씀을 듣거라. 집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황금신발을 신는다 해서 타락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삶 속에서도 욕망의 근원을 다스려 집착을 끊는다면 출가수행자보다 훌륭하게 살 수 있다. 출가수행자일지라도 욕망의 근원을 다스리지 못하면 출가했다 할 수 없다. 네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에 따라 어떤 곳에서도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야사는 굽히지 않았다. 이제야 진정한 평화의 땅을 찾았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야사의 아버지가 결국 뜻을 굽혔다.

“부처님을 믿고 저는 가겠습니다. 부처님을 저희 집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야사는 계를 받고 여섯 번째 비구가 되었다. 야사의 아버지는 부처님과 제자들을 초청하여 공양을 올렸으며, 야사의 어머니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오계를 받아 최초의 우바이가 되었다. 남편의 출가에 절망해 있던 야사의 아내도 시어머니를 따라 두 번째 우바이가 되었다.

야사의 출가 소식을 듣고 그의 친구들이 오히려 충격에 빠졌다. 그들은 친구를 잃은 슬픔에 빠져 사르나트를 찾았다.

“자네, 아름다운 아내를 두고, 언제 보아도 반가운 친구들을 두고 혼자서 출가할 수 있나? 도대체 무슨 일인가?”

이렇게 따지면서도 친구들은 야사의 평온한 얼굴에 알 수 없는 위엄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했다. 야사를 데려가려던 친구들이 도리어 야사의 태도에 감복했다.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모두 출가하였다. 그 친구들의 친구들이 또 와서 비구가 되니 사슴동산의 비구는 60명이 되었다.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처님의 제자들은 모두 아라한이 되었다. 이 세상에는 부처님을 포함하여 모두 61명의 아라한이 존재하게 되었다. 대성공이었다. 부처님조차도 자신의 전법이 이토록 빠르게 성공할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부처님은 자신과 제자들의 사명은 이제 전법임을 확신했다.

“비구들이여, 나는 신과 인간을 구속하는 모든 굴레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대들 역시 신과 인간을 구속하는 모든 굴레로부터 해방되었다. 이제 법을 전하러 길을 떠나라. 모든 중생의 이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불쌍한 세상을 구제하러 길을 떠나라. 마을에서 마을로,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지 말고 혼자서 가라.

비구들이여, 처음과 중간과 끝이 모두 좋아야 한다. 완전한 법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하라. 더불어 원만하고 완전하며 청정한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세상에는 아직 때가 덜 묻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법을 듣지 못하면 퇴보하겠지만, 법을 들으면 쉽게 진리를 깨달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나도 법을 전하러 우루빌라의 세나니로 갈 것이다.”

 

사르나트에서 충분한 실험을 거친 부처님의 전법은 이렇게 해서 세계 만방으로 가게 된다. 사르나트는 붓다의 교리가 구체적인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 최초로 교단이 형성된 곳이기 때문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런데 사르나트에서 형성된 승가를 부처님은 연속적으로 끌고 가지 않으셨다. 비구들로 하여금 각자 전법의 길을 떠나게 하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르나트는 전 생애에 걸친 부처님의 전법을 축소판처럼 보여준 곳인 셈이다.

나는 사르나트를 두 번 다녀왔다. 모두 바라나시에서 묵으면서 하루 릭샤를 빌려서 다녀왔는데, 다음에는 꼭 오래 머무를 것이다. 오래 머무를 수 없다면 가고 또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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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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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010.02.13.
[인도신화개관 30] 힌두교 시대의 신 17. ‘사티 의식’(남편이 죽으면 부인을 같이 화장하는 의식)의… [4]
1146
34
2010.02.13.
[인도신화개관 29] 힌두교 시대의 신 16. 가장 인기 있는 신, 파괴의 신 쉬바 [2]
885
33
2010.02.13.
[인도신화개관 28] 힌두교 시대의 신 15. 남근 모양의 링가가 신앙의 대상이 된 이유는?
875
32
2010.02.13.
[인도신화개관 27] 힌두교 시대의 신 14. 엘로라 16굴에서 만난 파괴의 신 쉬바
861
31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6] 힌두교 시대의 신 13.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크리슈나
884
30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5] 힌두교 시대의 신 12. 용감한 무사의 난폭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1]
941
29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4] 힌두교 시대의 신 11.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 크리슈나와 악마 칸샤의 죽음
863
28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3] 힌두교 시대의 신 10. 인도인의 이상형 라마
915
27
2010.01.25.
[인도신화개관 22] 힌두교 시대의 신 9. 비쉬누의 화신 아바타 [5]
1033
26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1] 힌두교 시대의 신 8.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둘러싼 신과 악마의 싸움 [3]
885
25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0] 힌두교 시대의 신 7. 해결사 비쉬누와 젖의 바다
917
24
2010.01.06.
[인도신화개관 19] 힌두교 시대의 신 6.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유지의 신
차창룡 저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2007)
924
23
2010.01.03.
[인도신화개관 18] 힌두교 시대의 신 5. 브라흐마의 아내 사비트리의 저주 [1]
차창룡 지음,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816
22
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844
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941
20
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1047
19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1031
18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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