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798
[불교신화기행 21] 제5부 3. 빔비사라 왕의 비극
차창룡    

3. 빔비사라 왕의 비극

 

 

 

 

라지기르에 오면 슬픈 이야기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빔비사라 왕과 그의 아들 아자차투르에 얽힌 이야기이다. 지바카의 망고 농장이나 영취산으로 가기 위해 퉁가(마차)를 타면 먼저 빔비사라 왕의 감옥을 들르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정방형의 터에 남은 돌담만이 세월의 무상함을 전해주고 있다.

빔비사라 왕의 비극에도 데바다타가 연결되어 있다. 데바다타는 아자차투르가 왕위에 오르면 자신도 교단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데바다타는 태자 아자차투르를 부추겨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오를 것을 재촉했다.

“태자님, 어서 왕위에 오르셔야 합니다. 빔비사라 왕께서는 오래 사실 겁니다. 왕위를 물려주실 때까지 기다렸다간 태자님도 백발이 성성한 후에야 왕위에 오르실 수 있을 겁니다.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에 오른 아자차투르는 아버지를 산 밑에 있는 감옥에 가두었다. 그는 아버지를 굶겨죽일 생각으로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음식을 일절 공급하지 않았다. 오직 어머니 비데하 왕비만이 아버지를 면회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어머니조차 음식을 가지고 갈 수 없었다.

비데하는 남편을 살릴 길을 생각해보았다. 먹을 것을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으므로 자신의 몸 속에 숨겨가지고 가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밀가루와 꿀을 발라가지고 들어가 남편으로 하여금 떼어먹게 하였다.

꽤 여러 날이 지난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 생각했던 아자차투르는 아버지가 생생한 것을 보고 부하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찌하여 선왕이 살아 계시는 것이냐?”

“왕이시여, 선왕께서는 매일 창문을 통해 영취산에 계신 부처님을 뵙고 예배하기 때문에 끄떡없으신 것입니다.”

아자차투르는 감옥의 창문을 모두 막아버리고는 빔비사라 왕이 일어설 수 없게끔 발목을 잘라버렸다. 그는 또 어머니가 몸에 밀가루와 꿀을 발라서 아버지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어머니도 후궁에 가두었다.

빔비사라는 절망 속에서 죽음을 향해 줄달음질치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비데하는 매일 아들을 설득했다.

“이제 발목이 잘린 아버지가 어떻게 다시 일어서겠느냐? 지금이라도 목숨을 살려주도록 해라.”

아자차투르도 자신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어 군사들을 보내어 아버지를 모셔오라고 했다. 그러나 빔비사라는 요란한 발소리가 나자 자신을 죽이러 오는 줄 알고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다.

이런 슬픈 사연이 감옥터의 돌멩이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듯 마음이 갑자기 바윗덩이를 안은 것처럼 무거워졌다. 이곳에서는 죄인들에게 채우는 족쇄 및 여타의 체형기구들이 발굴되었다 한다. 부처님 열반 8년 전에 이렇듯 혹독한 비극이 있었으니, 그 비극은 아자차투르도 피해갈 수 없었다.

 

멀리서 달려온 마차가

내 바로 앞에서야 마차가 된다

뚜벅뚜벅 걸어온 그림자가

가까이 오더니 사람이 되었다

 

무슨 조화인가 법화경 들으러 영취산 가는 길

멀리서 보고 나는 보석인 줄 알았다

그것은 뼈가 튀어나온 개의 시체였다

냄새와 살이 풍성한 벌레의 먹이였다

 

거지들이 길을 가로막고 손을 내밀자

산을 오르는 계단 몇 개가 늘어났다

안개 속에서 태어난 원숭이가 채간 것이

옥수수가 아니라 가난이라면

 

붓다라면 허허 웃으셨겠지

아니 하나 더 내미셨겠지

강냉이가 아니라 팔뚝이라도

붓다의 팔뚝이 거지들의 모닥불로 타오를 때

 

빔비사라 왕은 아들의 발소리를 듣더니 자결했다

뉘우친 아들이 아버지에게 사죄하러 온 것이었으나

아들은 언제나 한발 늦게 마련이다*

그날도 오늘처럼 안개가 무성했을 것이다

-졸시, 「라지기르의 안개 2」 전문

 

어느 겨울 안개가 무성한 날 나는 빔비사라 왕을 생각하면서 한 편의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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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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