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848
[불교신화기행 23] 제5부 5. 칠엽굴과 아난다
차창룡    

5. 칠엽굴과 아난다

 

 

 

 

라지기르에서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으로 칠엽굴(삽타파르니)을 빼놓을 수는 없다. 칠엽굴은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부처님의 말씀을 모아 제1차 경전 결집을 했던 장소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경전이 없었던들 우리는 부처님 이야기를 알지 못했을 것이고,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 고마운 장소를 꼭 찾아보고 싶었다.

칠엽굴 가는 길은 ‘타포다 나디’라 불리는 온천 옆으로 나 있다. 물이 있는 곳은 어디나 성지인 인도인들에게 따뜻한 물이 나오는 온천은 더욱 성스러운 성지일 수밖에 없다. 온천을 중심으로 힌두교 사원이 세워졌다. 온천을 오른쪽에 두고 길을 오르면 구불구불한 산길이 나온다.

이곳 사람들은 나무를 해다 땔감으로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낙네들이 나무를 해서 머리에 이고 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들의 70년대, 80년대의 농촌 풍경과 같다. 얼마 가지 않아 핍팔라 석실이 나온다. 마하카샤파가 수행하기 위해 거처했던 곳이다. 석실은 약 25미터의 정방형 기단 위에 7미터 정도의 높이로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라지기르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전망대라 부르기도 한다.

부처님 입멸 후 수제자인 마하카샤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경전으로 집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처님의 마지막 유언이 “너 자신을 너의 섬으로 삼고, 법을 너의 섬으로 삼으라”라고 했으니, 나 자신을 지탱할 가장 중요한 축의 반을 법에서 찾아야 하거늘, 그 법을 정리하여 후세에 물려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부처님 입멸 6개월 후 마하카샤파는 수메루(수미산)에 올라 간타(명상할 때 쓰는 타악기의 일종)를 치면서 “이제 라지기르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기록하려 합니다. 아라한과를 증득한 사람들은 집결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외쳤다. 간타 소리는 아라한과를 얻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그들이 모두 라지기르에 모였다고 하는데, 마하카샤파는 그중 500명만을 골라 경전 결집에 참여토록 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부처님을 가장 가까이서 모신 수행제자이자 기억력 제일의 아난다는 아라한과를 증득하지 못하여 경전 결집에 참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칠엽굴 입구는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좁았는데, 아라한과를 증득한 이는 그 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는 들어갈 수 없었다 한다. 아난다는 석실의 서북쪽에서 비파사나 수행에 정진하였고, 며칠 만에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아난다가 참여하자 경전 결집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우기 3개월 동안에 1차 경전 결집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핍팔라 석실에서 한참 더 올라가면 자이나교 사원이 나온다. 자이나교 사원에서 끝날 것 같은 길이 자세히 보면 밑으로 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라지기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석굴이 있다. 현재 세 개의 큰 굴이 보이는데, 그중 가운데 석굴은 제법 깊숙이 들어가볼 수 있지만, 후레쉬가 없으면 캄캄해서 들어갈 수 없다.

기억력 제일의 아난다는 대중들 앞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이 왕사성 밖 영취산 가운데 머무시면서 비구 이천 명과 더불어 계셨는데……”

오백 명의 아라한들이 아난다를 따라 복창했다. 아난다는 부처님의 일거수일투족부터 시작하여 자신이 기억한 것을 낱낱이 외웠고, 서로 기억이 다른 부분은 토론을 거쳐 조정하였다. 그렇게 한 경전이 끝나면 모든 청중들이 그 경전을 외웠고, 그리하여 그 경전은 하나의 경전으로 정리되어 완성되었다. 완성된 경전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나중에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로 정리되어 세상에 공개되었고, 그 인연으로 나는 여기에 왔다.

나는 이 신화의 현장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빽빽이 들어찬 동굴 안에 오백 아라한들의 눈동자들이 모여 구슬처럼 반짝였다. 구슬이 서로 부딪쳐 영롱한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 어두운 굴 속으로 귀를 기울여보았다. 나는 들었다, 아난다의 낭랑한 목소리가 동굴의 어둠 속에서 새가 되어 푸드덕 날아오르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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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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