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883
[불교신화기행 22] 제5부 4. 영취산에 올라
차창룡    

4. 영취산에 올라

 

 

 

 

<영산회상>을 처음 들을 때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영취산을 그려보곤 했다. 󰡔법화경󰡕을 읽은 후에는 더욱 그랬다. 영산이 곧 영취산이었고, 법화경을 설했다는 유명한 산이 바로 영취산이었다. 영취산 꼭대기의 바위 모양이 독수리가 날개를 접고 앉아서 쉬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독수리봉이라고도 한다.

 

2008년 1월 30일(수)

그리드라쿠타(영취산)를 오른다. 거지들이 손을 벌려 손님을 반갑고 처절하게 맞아주었다. 계단을 오를수록 부처님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했다. 7년 전에 올 때는 그야말로 한적했었는데, 지금은 티베트 사람들이 대거 몰려와서 성지를 성지답게 해주고 있다.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신 정상 주위에는 몇 개의 석굴이 남아 있다. 석굴에서는 아난다와 수부티, 마하목갈라나 등 부처님 십대제자들의 상을 모셔놓았다. 나는 아난다를 모신 석굴에 들어가 참배했다. 이 석굴 속에서 부처님과 제자들이 기거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두운 밤, 술도 없이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가끔 모여서 다과회 같은 것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긴긴 어두운 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진리를 향한 수행자들의 의지는 너무나도 뜨거워 나는 마음이 끓어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취산은 많은 나무들과 꽃들을 데불고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바람을 이겨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법화경이 설해질 때는 바람도 멈추어서 그 소리를 들었을 것 같다. 또는 바람이 부처님의 목소리를 싣고 멀리 전달해주었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산꼭대기에 올라 수많은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나무들이여, 너희들은 몇 살인가? 너희들도 법화경을 들었는가? 우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법화경을 듣고 크게 깨우쳤다고 대답하는 나무가 몇 있었다. 나는 영취산 나무들에게 합장했다.

 

이곳 영취산에 머무시는 동안 부처님은 수많은 경전을 설하셨다. 부처님의 경을 듣거나 조언을 구하기 위해 빔비사라 왕은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하였다. 부처님 머무시는 곳에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빔비사라 왕은 계단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영취산 오르는 길은 빔비사라 길이라고도 한다. 계단을 오르다보면 두 개의 스투파가 나온다. 첫 번째 스투파에서 빔비사라 왕은 가마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하고, 두 번째 스투파에서는 부하들을 물리치고 혼자서 부처님을 뵈러 올라갔다고 한다. 무장한 군인들이 부처님의 도량을 어지럽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취산 꼭대기에는 간다쿠티, 즉 여래향실이라고 불리는 부처님의 설법 장소가 있는데, 그 옆에는 시봉하는 아난다의 시자실이 기단부만 남아 있다. 이곳 정상부에서 출토된 설법상 및 과거7불상, 미륵보살상, 연꽃봉우리의 형상과 기타 유물들은 날란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법화경󰡕 「견보탑품(見寶塔品)」에는 부처님 앞에 칠보(七寶)의 탑, 즉 다보탑이 나타난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 탑은 인도에 있는 일반적인 탑과는 달리 매우 화려하고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다. 그 탑이 나오는 이유도 신비롭기 그지없다. 먼먼 옛날 동방의 무량 천만억 아승지 세계 지나 한 나라가 있었는데 이름하여 보정국이었다. 그 나라에는 다보(多寶)라는 부처님이 계셨다. 그 부처님이 “내가 성불하여 멸도한 후에 시방국토 어디든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 있으면, 내가 그 경을 듣기 위하여 그 앞에서 솟아날 것이다”라는 서원을 세웠다. 다보여래가 멸도하실 때 천신과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비구들에게 일렀다. “내가 멸도한 후에 하나의 큰 탑을 만들어라. 그 탑은 나의 상징이다. 만약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 있으면, 나는 다보탑으로 나타나 경을 들으리라.” 그리하여 머나먼 과거에 만들어졌던 탑이 다보탑인데, 그 다보탑은 법화경을 설하는 곳이 있으면 경을 들으러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한 영취산에는 실제로 다보탑이 있었다고 전한다. 아마도 현재 일본인들이 세운 평화의 탑 자리가 아닌가 싶다.

그 다보탑 사상이 우리에게도 와서 불국사에 다보탑이 봉안되었다. 석가탑이 석가모니 부처님을 상징한다면, 그중 법화경을 설하는 부처님을 상징한다면, 다보탑은 법화경을 들으러 나타난 먼 과거의 부처님 다보여래를 상징한다. 영취산에는 이렇게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샘솟고 있다. 또 한 가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가 전해진다.

영취산에서 머물던 부처님은 어느 날 설법 도중 갑작스레 한 송이의 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이셨는바, 모든 대중들은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마하카샤파만은 부처님께서 꽃을 들어 보이신 뜻을 알아채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여래에게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이 있으니, 이를 마하카샤파에게 전하노라”라고 말씀하셨다. 이렇듯 대중 앞에서 마하카샤파를 지목하신 뜻은 부처님 열반 후 불교 교단의 모든 권한 및 부처님께서 남기신 마음의 법을 마하카샤파에게 부촉하신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생애의 끝자락, 영취산에 오랜 동안 머물러 계셨던 부처님은 이제 열반의 때가 가까워진 것을 아시고 이곳을 떠나 날란다를 거쳐 파트나로 향하시게 된다. 그곳에서 바이샬리를 향해, 또다시 쿠쉬나가르를 향해 떠나신 부처님께서는 아마도 그 열반의 노정에 앞서 큰 가르침을 펼치기 위해 이곳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셨을 것이요, 그 열반을 향해 나아가시는 도정에서 열반경을 설하셨을 것이다.

라지기르에서 쿠쉬나가르까지의 나의 여정은 부처님께서 열반을 향해 가신 길과 흡사하다. 사리풋타와 마하목갈라나의 고향이자 세계 최초의 종합대학인 날란다 대학 유적지를 거쳐 파트나를 지나 바이샬리에서 머물 것이요, 바이샬리에서 길을 떠나 쿠쉬나가르로 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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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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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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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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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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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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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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