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64
[불교신화기행 25] 제6부 1. 암라팔리의 육탄 공격
차창룡    

1. 암라팔리의 육탄 공격

 

 

 

 

최고의 깨달음을 획득한 붓다의 생애는 끊임없이 도전받는 역사였다. 보드가야에서는 마라의 공격을 받았고(마라의 공격은 평생 계속된다), 사르나트에서는 절친했던 도반의 외면에 직면했으며, 라지기르에서는 데바다타의 강력한 도전을 물리쳐야 했다. 물론 붓다의 대승리였다. 바이샬리에서도 붓다는 마라의 공격에 버금가는 도전을 받는다. 아름다운 기생 암라팔리의 육탄 공세였다.

바이샬리에 머무는 동안 나는 암라팔리 호텔 옆 유스호스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바이샬리에는 식당이 거의 없다. 이 레스토랑에서도 식사 한번 시키면 거의 한 시간은 기다려야 음식이 나온다. 그만큼 손님이 없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손님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암라팔리는 바이샬리의 유명한 기생이었다. 그녀는 바이샬리 부자들의 감각적 욕구를 만족시킴으로써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는 남자들은 모두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한 남자도 그녀의 미소와 눈짓에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부처님의 명성을 들은 그녀는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부처님을 사랑의 포로로 생포하는 것이었다. 우리에게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명기 황진이 이야기와 비슷하다. 암라팔리는 어느 날 부처님을 뵙기 위해 부처님이 계시는 망고 숲을 향해 길을 나섰다.

암라팔리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녀의 암갈색 머리카락은 짙고 부드러워 찰랑거리는 것이 넘실거리는 강물과 같았고, 거기에 꽂힌 꽃은 머리칼과 어울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눈썹은 가장 아름다울 때의 초승달과 같아 볼 때마다 정감을 더했고, 눈동자는 늘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곧게 솟은 코와 두툼한 귓불이 품위를 더해주었고, 하얗고 고른 이는 보는 사람마다 키스하고 싶게 만들었다. 게다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탄력 있는 가슴에 가냘픈 허리, 풍만한 엉덩이에 아름답고도 탄탄한 허벅지를 보는 순간 남자들은 숨이 턱 막혔다. 화려한 장신구가 맵시를 더해주는 가는 발목과 연꽃 같은 발부리에 반지를 낀 발가락은 입에 넣기도 아까울 만큼 아름다웠다. 더욱이 그녀의 목소리는 듣는 순간 가슴이 촉촉이 젖을 만큼 호소력 있어 그녀가 말하는 무엇이든 들어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녀를 수행하는 경호원들에게 수호해야 할 중요한 성과 같은 것이었다. 경호원들은 그녀의 주위를 항상 경계하면서 철통같이 그녀의 신변을 지켰다. 오늘날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모의 연예인이 바로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흠모하는 만인의 연인이었다. 그녀의 미모에 반한 몇몇 부호들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이미 전 재산을 탕진하기도 했다. 그런 암라팔리가 붓다를 방문할 것이란 소문에 사람들이 수군댔다.

“부처님이 과연 저 암라팔리의 미모를 견딜 수 있을까?”

“이제는 부처님이 개종당할 차례야.”

“아니야, 암라팔리가 부처님에게 케이오패당할걸.”

부처님이 암라팔리의 유혹을 물리칠 것이란 의견과 암라팔리가 부처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서로 내기를 거는 사람들도 있었다.

암라팔리는 경호원과 종들에게 둘러싸여 붓다를 찾아갔다. 그녀가 붓다에게 인사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그녀는 승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비구니들을 둘러보았다. 그 가운데는 머리를 깎았음에도 젊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많았다. 암라팔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육체적 쾌락은 신의 축복입니다. 아직껏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젊은 여인들이 수행자가 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반항입니다. 스승이시여, 이 세상의 즐거움을 모른다면 어찌 세상을 안다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먼저 걸림 없는 자유를 만끽해보시고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암라팔리의 목소리는 과연 구슬이 굴러가는 것처럼 낭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옷감처럼 거부감 없이 귀를 즐겁게 했다. 다소곳이 앉은 암라팔리의 목소리와 태도는 그녀가 어떤 얘기를 해도 남자들은 넘어갈 수 있는 향기로운 음악이요 완벽한 조화였다.

이렇게 유혹하는 대목에서 나는 보드가야에서 붓다를 인간의 본능적 욕망으로 유혹한 마라의 세 딸을 떠올렸다. 마라의 세 딸과 암라팔리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마라의 세 딸은 붓다에게 져도 붓다에게 귀의하지 않지만, 암라팔리는 붓다에게 패배한다면 붓다에게 귀의한다는 점이 다를까? 암라팔리의 공격에 대한 붓다의 반격은 매서웠다. 데이비드 깔루빠나와 인드라니 깔루빠나의 󰡔혁명가 붓다󰡕에서 재현한 붓다의 말은 참으로 압권이다.

“암라팔리, 그대는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누구도 부러워할 만한 재물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대는 자유로운가? 저 경호원들이 그대를 보호하지 않고 그대 홀로 돌아다닐 때에도 자유스러울 수 있는가? 그대는 그대의 생명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대는 어부의 손에 잡혀 냄비에 들어가 있는 꽃게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냄비의 물이 뜨거워지기 전까지는 냄비 속에서 꽃게는 온갖 음식물의 향연 속에서 한없는 포만감에 젖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포만감은 오래 가지 못하고 꽃게는 인간의 입속을 무덤으로 삼아야 한다. 그 꽃게와 같은 존재가 바로 그대 같은 사람들이다.”

암라팔리는 자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음을 실감했지만, 혹시 부처님이 여러 제자들 앞이어서 위선을 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훗날을 기약하면서 일어섰다.

“세존이시여, 당신은 참으로 준수하십니다. 사내 중에 최고의 사내이십니다. 만일 당신께서 저와 함께 여생을 즐기시겠다면,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마련할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바뀌거든 제게 알려주십시오.”

물론 부처님은 끝내 바뀌지 않았고, 암라팔리는 크게 뉘우치고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암라팔리는 커다란 망고 숲을 불교 교단에 보시하였다.

우리는 제발 암라팔리 같은 여인이 우리를 유혹하는 것을 앙망한다. 오늘날 온 국민이 흠모하는 유명 연예인과 같은 암라팔리가 아무나 유혹할 리는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돈을 주고 여인을 사기도 한다. 그런 우리의 삶은 꽃게가 냄비 속에 들어가 아직 덜 뜨거워진 국물을 즐기는 것과 한가지라는 것을 부처님은 명쾌하게 설법한 것이다.

암라팔리는 이후 부처님의 가장 충실한 우바새가 되었다. 라지기르를 출발한 부처님이 마지막 여행을 나설 때 암라팔리는 부처님을 만나 자신의 망고숲을 승가에 바친다.

바이샬리에는 암라팔리의 집터와 유마거사의 집터가 있는데, 나는 결국 찾지 못했다. 신기루처럼 그들의 집은 나의 추적을 뿌리쳐버렸는데, 엄밀히 말하면 나도 그들의 집을 그만큼 절실하게 찾지는 않았다. 폐허가 된 불교성지의 유적지를 가면 마음이 쓸쓸해진다. 생각해보면 쓸쓸해질 필요 없다. 2,600여 년 전에 그들이 살았던 집터를 지금도 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한 일 아닌가? 더욱이 불교가 먼 나라 얘기가 되어버린 세월이 천년 이상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저 고마운 일이다. 다음에 가면 꼭 찾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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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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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
[인도신화개관 24] 힌두교 시대의 신 11.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 크리슈나와 악마 칸샤의 죽음
1002
28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3] 힌두교 시대의 신 10. 인도인의 이상형 라마
1111
27
2010.01.25.
[인도신화개관 22] 힌두교 시대의 신 9. 비쉬누의 화신 아바타 [5]
1352
26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1] 힌두교 시대의 신 8.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둘러싼 신과 악마의 싸움 [3]
982
25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0] 힌두교 시대의 신 7. 해결사 비쉬누와 젖의 바다
1017
24
2010.01.06.
[인도신화개관 19] 힌두교 시대의 신 6.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유지의 신
차창룡 저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2007)
1112
23
2010.01.03.
[인도신화개관 18] 힌두교 시대의 신 5. 브라흐마의 아내 사비트리의 저주 [1]
차창룡 지음,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946
22
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957
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1215
20
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1222
19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1288
18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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