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42
[불교신화기행 26] 제6부 2. 유마거사를 생각하다
차창룡    

2. 유마거사를 생각하다

 

 

 

 

2008년 1월 31일(목)

9시쯤 라지기르의 버스 정류장에 가서 파트나행 직통 버스를 탔다. 그전에 현금자동인출기(ATM)에서 5,000루피를 뽑았다. 돈을 찾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직통버스라고 했던 파트나행 버스는 실제로는 비하르샤리프까지만 운행했다. 차장이 다른 버스로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어쨌든 하나의 표로 가는 것이니 직통은 직통인 것이다. 길이 막혀서 버스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다가 오후 1시가 넘어서야 파트나의 미타푸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바이샬리 또는 하지푸르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지만, 나는 간디 마이단 버스스탠드에서 타야 한다고 생각했다. 릭샤꾼들에게 말했으나 자꾸 딴소리를 하여 포기했는데, 최창근씨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 결과 이곳 버스 정류장에서 바이샬리행 버스가 있다는 것이었다. 찾아보니 과연 바이샬리행 버스가 있었다.

바이샬리에는 3시 40분쯤 도착하여 사이클릭샤(10루피를 달라 했으나 20루피를 주었다)를 타고 스리랑카 절에 도착했다. 스리랑카 스님은 사원에서 생활하는 법 몇 가지를 알려주었다. 내게 중요한 문제는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었다. 식사는 각자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부엌이 있다 했다.

식사를 좀 해야 했기에 우리는 버스 타고 오면서 보았던 식당을 찾았다. 우리들이 나타나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와 구경했다. 그만큼 최근 외지인들이 오지 않았다는 것인가? 울타리가 없는 집들이어서 집안에서 밖이 훤히 보였다. 물론 집안도 집안이 아니라 길의 일부와 같았다.

바이샬리는 그야말로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박한 곳이었다. 소똥을 빚어서 땔감으로 쓰고 있었고, 사람들은 순진무구하기 그지없었다. 농토가 넓어서 어떻게 보면 먹을거리는 풍부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마을에 그럴듯한 집은 거의 없고 움막 같은 집에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소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럴듯한 집은 호텔과 사원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처님 당시 바이샬리는 가장 안정된 정치체제에 평온한 생활을 유지했던 공화국이었다. 이곳은 또 자이나교의 개조 마하비라의 고향이기도 하여 마하비라와 관련된 유적지도 꽤 있다.

점심을 먹을 식당이 거의 없었다. 투어리스트 레스트하우스란 이름이 그럴 듯하여 식사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한 시간쯤 기다려야 한단다. 재료를 일일이 사와서 요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천천히 시내구경하면서 식사시간을 기다렸다. 마을은 길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길을 따라 우리가 가니 마을 사람들이 마치 외국 대통령이 온 것처럼 길가에 나와 구경했다. 우리는 손을 흔들어주면서 가끔씩 사진을 찍어주면서 산책했다.

바이샬리에는 아쇼카 필라가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고, 그 옆에는 아난다 스투파도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 한다. 또 붓다의 1/8의 사리를 포함한 스투파도 있다. 그만큼 이곳은 부처님과 인연이 매우 깊은 곳이다. 부처님은 이곳에서 많은 경전을 설했고, 열반을 위해 길을 떠날 때 대중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설법을 했던 장소가 또한 이곳이다. 우리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마경󰡕의 주인공 유마거사의 고향도 바이샬리이다. 암라팔리가 살고 있었던 동네에 유마거사의 집터가 있다.

바이샬리 성 안에 한 장자가 있었다. 이름은 유마힐(Vimalakirti)이었다. 그는 일찍이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여 큰 공덕을 닦은 보살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의도적으로 병들어 있는 보살[有疾菩薩]이다. 그의 덕을 익히 알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병문안을 갔다. 유마거사는 부처님이나 그의 제자들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으나, 소식이 없었다.

이를 알고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유마거사를 문안 갈 것을 청하였으나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유마거사의 덕이 너무 높아 자신은 문병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살들에게 청해도 마찬가지 대답이 돌아왔다. 부처님은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에게 문병 다녀올 것을 창하였다. 문수보살은 대답했다.

“부처님이시여, 유마거사는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이 말씀하시니 문병을 다녀오겠습니다.”

그리하여 문수보살이 유마거사와 나눈 대화가 󰡔유마경󰡕의 내용이 되었다. 문수보살은 유마거사에게 “병환이 좀 어떠시냐?”고 물었는데, 그 대답이 절대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일체 중생이 병들었으므로 나도 병들었거니와, 만약 일체 중생이 병이 나으면 나의 병도 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생사에 들었나니 생사가 있음에 병도 있거니와, 만약 중생이 병을 여의었을진대 곧 보살도 다시 병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말은 바로 유마경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며, 세간의 문학가들이 가장 많이 인용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마힐은 또 생사(生死)가 곧 보리(菩提)이고 번뇌가 곧 열반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 사실은 진리와 해탈이 숨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유마힐은 보살은 악마의 벗이 될 수도 있으며, 악마를 불자(佛子)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를 방해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연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암라팔리의 유혹이 부처님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불교의 가르침을 더욱 강인하게 만드는 면도 있는 것이다. 암라팔리와 유마거사를 동시에 만난 바이샬리는 그래서 내게 가장 깊은 감동을 준 성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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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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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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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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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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