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19
[불교신화기행 27] 제6부 3. 원숭이의 꿀 공양을 받은 부처님
차창룡    

3. 원숭이의 꿀 공양을 받은 부처님

 

 

 

 

부처님이 바이샬리에 머물고 계실 때였다. 부처님은 연못 주위에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한 떼의 원숭이들이 삼매에 빠진 부처님 앞에 엎드리더니 꿀 한 사발을 바치는 것이었다. 원숭이들이 삼매에 든 부처님의 발우를 들고 가서 꿀을 따왔던 것이다. 나는 인도에서 늘 내 먹을것을 빼앗아가려는 원숭이만 만났는데, 그렇게 기특한 원숭이들도 있었나보다.

원숭이가 꿀 공양을 했다는 곳에 가고 싶었다. 스리랑카 절에서 2킬로미터쯤 걸어가면 콜후아(Kolhua)라는 마을에 불교 유적지가 있다. 그곳에 원숭이가 꿀을 공양했던 연못이 있다. 나는 아침 일찍 출발하여 아침 9시쯤 콜후아에 왔다. 입장료는 100루피 또는 2달러이다. 햇살이 너무도 좋은 날이었다.

성도 5년째 부처님은 이곳에서 우안거를 보내기도 하셨다. 이곳에서 부처님은 많은 설법을 행하셨다. 특히 바이샬리의 중각강당에서 󰡔화엄경󰡕 「입법계품」을 설하셨다고 하는데, 이곳이 바로 그 설법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 쿠타가르샬라(중각강당)는 이후 중창되어, 슝가 시대에 지어진 한 곳과 굽타 시대에 지어진 두 곳을 포함하고 있다.

유적지 모퉁이 쪽에는 거꾸로 된 만자 모양의 사원군이 있다. 이 사원에는 12개의 방이 있다. 네 날개는 각각 3개의 방을 포함하고 있고, 가운데 큰 강당이 있다. 동쪽 입구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한다. 굽타 시대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터로 인해 인도에서 불교가 꽃피었던 시절의 모습이 생생하게 들어온다.

콜후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난다 스투파이고, 하나는 아쇼카 석주이다. 둘다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아쇼카 석주는 높이 6.6미터로 석주 중에서 가장 잘 보존된 것이다. 석주 옆에 세워진 아난다 스투파에는 아쇼카 왕이 부처님 사리를 일부 포함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아난다는 부처님을 늘 가까이서 시봉했던 수행제자였다. 부처님의 사촌동생이기도 한 그는 부처님의 마지막까지 지켜본 충실한 제자였다. 아쇼카 왕도 그의 충심에 감동하여 특별히 그의 스투파를 만든 것이다.

아쇼카 석주 위에 앉아 있는 한 마리의 사자는 하염없이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무래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너무 높아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분명 한없는 기다림의 표정이 그의 시선에 담겨 있다. 오랜 기다림에 지쳐 뒷다리는 접었지만, 멀리 내다보기 위해 앞다리는 쭉 뻗고 있다. 이 사자는 바로 바이샬리를 두고 떠나는 부처님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내게는 멀리 떠난 부처님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보인다.

부처님의 시자 아난다를 특별히 모시는 마음도 바이샬리 사람들을 닮았다. 부처님의 시자를 추앙한다면 부처님은 얼마나 추앙하겠는가. 거대한 스투파는 최대한 많은 햇살을 받아 둥근 원 속으로 집어넣어 아난다의 공덕을 기리고 있다. 나는 아난다의 스투파를 끊임없이 돌면서 하루가 돌아가도 좋았다.

원숭이의 꿀 공양을 기념해서 만든 연못에는 아난다 스투파와 아쇼카 석주가 풍덩 빠져 있었다. 연못 주위에는 계단을 만들었다. 이 공원에 사는 원숭이들은 확실히 순하다. 조상의 공덕 덕분인지 그들은 평화롭고 한가롭다. 온갖 근심을 여읜 원숭이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물 속의 스투파와 석주를 오래 바라보았다.

콜후아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띠리’라는 술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나도 한잔 얻어 마셨다. 왠지 원숭이의 꿀 공양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콜후아를 나와서 큰길 따라 남쪽으로 죽 내려와 학교에 노트와 연필을 주고 나왔다. 너무 싸구려를 준 것 같아 미안했다. 그리고는 라자 바이샬 카 가르에 갔다. 여기가 바로 공화국의 의원들이 중요한 사안을 결정했던 장소이다. 일종의 국회의사당이다. 이 유적지는 바이샬리가 일찍이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음을 말해주고 있다.

바이샬리에서의 하루는 꿀 공양을 받은 듯 종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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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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