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781
[불교신화기행 28] 제6부 4.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차창룡    

4.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바이샬리는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자신이 곧 열반할 것임을 예고한 장소이기도 하다. 나이 80이 되어 라지기르에 머물고 계셨던 부처님은 그곳 라지기르를 떠나 최후 열반의 길을 떠나셨던바, 그 노정 중에 날란다, 파트나를 거쳐 또다시 이곳 바이샬리에 들르시게 된다. 그때 파트나에서 나룻배를 타고 갠지스 강 강물을 건넌 부처님은 최초 코티가마 마을과 나디카 마을을 들러 이곳 바이샬리에 한동안 머무신 다음 바이샬리 근교의 벨루바 마을에서 최후의 안거를 보내시는데, 그곳에서 석달 안거를 마치신 부처님께서는 또다시 이곳 바이샬리를 찾으시고 이곳의 파후푸드라카에 이르러 석달 후에 쿠쉬나가르에서 열반에 들리라는 예고를 하시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제자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설법을 하셨다. 내용은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것이었다.

“비구들이여, 여기 이 세상에서 나는 최상의 법을 설하였노니, 그대들은 그것을 받들어 행해야 하고 닦아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래서 이 청정범행이 길이 전해지고 오래 머물게 해야 한다. 이것이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하고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하고 세상을 연민하고 신과 인간의 이상과 이익과 행복을 위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또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참으로 이제 나는 당부하노라. 모든 것은 소멸하게 마련이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하라. 오래지 않아 여래는 세상을 떠날 것이다. 지금부터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여래는 열반에 들 것이다.”

부처님은 이어서 게송으로 자신의 설법을 정리하셨다.

 

내 나이 연로하여

나의 수명은 이제 한계에 달했도다.

그대들을 두고 나는 가리니

부디 자신을 의지처로 삼을지니라.

 

비구들이여, 게으름 피우지 말고

마음을 챙기고 계를 잘 지켜라.

사유를 잘 다스리고

자신의 마음을 지켜라.

 

내가 말한 법과 율을

게으름 없이 정진하면,

세세생생 윤회를 끝내고

괴로움의 끝은 다하리.

 

이제 부처님은 바이샬리를 떠날 때가 되었다. 바이샬리에 살고 있는 리차비족들은 부처님이 바이샬리를 떠날 때 멀리까지 전송을 나왔다. 그들은 부처님이 아직 열반에 드시지는 않았지만, 열반에 드시게 되면 다시는 이곳을 찾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미리 이별을 노래하는 심정으로 울면서 석별의 정을 표했다.

부처님은 이러다가는 길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바이샬리 사람들이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도록 뒤에 강물이 흐르게 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부처님과 바이샬리 사람들은 서로 헤어져야 했다. 부처님은 천천히 뒤돌아서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으로 몸을 돌렸다. 마치 코끼리가 몸을 돌리는 것과 같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육중한 그리움의 돌아섬이었다.

콜후아에 있는 아쇼카 석주는 석가모니의 마지막 설법과 입멸을 말해주고 있다 한다. 실물 크기의 사자상의 머리가 북쪽을 향해 있는 것은 부처님이 여행을 떠난 곳이 북쪽이기 때문이다.

부처님 입멸 후 사리는 8등분되어 그중 1/8이 바이샬리의 몫으로 들어왔다. 부처님 사리탑은 바이샬리의 상징인 커다란 연못 카라우나 포카르의 북쪽 바이샬리 박물관에서 250미터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사리탑은 지금 부서져 정확한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비와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붕을 씌워 보존하고 있다. 붓다의 사리탑에서 한국의 비구니 스님들을 만났다. 사리탑에 예배하는 스님들을 바라보는 동안, 일어서는 스님들의 얼굴이 더욱 환해지는 것을 보고 부처님의 따스한 눈길과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부처님의 숨결이 깊게 남아 있는 바이샬리는 정말 사랑스러운 곳이다. 부처님은 자신의 바리때를 바이샬리에 남길 정도로 바이샬리를 사랑했다 한다. 물론 부처님은 바이샬리뿐만 아니라 라지기르도 스라바스티도 보드가야도 무척이나 사랑하셨다. 부처님이 사랑한 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바이샬리를 사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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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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