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73
[불교신화기행 31] 제7부 2. 기적의 땅 스라바스티와 기원정사
차창룡    

2. 기적의 땅 스라바스티와 기원정사

 

 

 

 

스라바스티는 성도 후 부처님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신화가 가장 많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스라바스티라는 지명이 우리에게 전해져 서라벌이 되었고, 서라벌은 다시 ‘서울’로 발전했다는 설도 있다.

부처님이 이곳에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성도 4년 후였을 것이다. 부처님이 라지기르의 죽림정사에 계실 때 라지기르를 방문한 스라바스티의 수닷타 장자가 부처님을 뵙고 스라바스티에 방문해주실 것을 청했다. 스라바스티로 돌아온 수닷타 장자는 부처님과 제자들이 머물 곳을 마련하고 싶었다. 장자는 제타 태자 소유의 동산 중에 숲과 꽃과 연못, 돌과 기이한 새와 짐승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수닷타 장자는 제타 태자를 찾아갔다.

“태자시여, 저는 부처님께서 머무실 사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태자의 동산을 저에게 파셨으면 합니다.”

“그 땅은 절대로 안 되오. 내가 가장 아끼는 땅이외다.”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시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

장자의 태도가 매우 완강한 것을 보고 제타 태자는 절대 실천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동산을 온통 금으로 덮어보시오. 그러면 팔겠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닷타 장자는 그날로 자신의 집에 있는 모든 금을 가져와 동산에 깔기 시작했다. 그 정도 조건이면 포기할 줄 알았던 제타 태자는 장자의 정성에 감복하였다. 태자는 장자를 불러 말했다.

“장자의 정성에 감동했습니다. 그 땅을 넘기겠습니다. 내가 사원을 지을 목재를 제공하리다. 대신 사원의 이름에 나의 이름을 넣어주시오.”

그리하여 사원의 이름은 제타바나(Jetavana)가 되었고, 한자로는 제타(기타) 태자의 나무로 수닷타(일명 급고독) 장자가 세운 절이라는 뜻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 줄여서 기원정사(祇園精舍)라 불리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일화가 네팔 카트만두의 보다나트에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신앙심 깊은 한 노파가 부처님을 모실 사원을 짓고 싶어서 카트만두의 마하라자를 찾아갔다.

“왕이시여, 저는 부처님을 모실 절을 짓고 싶사옵니다. 부디 절을 지을 땅을 하사해주십시오.”

왕은 노파의 신앙심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소 한 마리를 줄 테니, 소의 살로 땅을 덮으시오. 그만큼의 땅을 하사하겠소.”

“황공하옵니다, 왕이시여.”

노파는 돌아와 소를 잡아서 온 정성을 다해 고기를 백짓장보다 얇게 저며서 땅에 깔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의 살을 땅에 다 깔고 나니 지금의 보다나트 터만큼 되었다. 왕은 그 정성에 감복하여 절을 지을 자금을 지원해주었다고 한다.

절은 자본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깊은 신앙심으로 지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코살라 왕국의 수도 스라바스티를 방문한 부처님은 이후 기원정사에서 우기를 보내시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기원정사에 부처님의 흔적이 많은 것도 당연했다.

스라바스티의 천축선원에 머물게 되면 하루의 일과는 매우 일찍 시작된다. 새벽 3시 40분쯤 스님은 풍경을 들고 도량을 도신다. 그렇게 바람의 잠을 깨우신 스님은 4시에 예불을 모신다. 한국의 사찰에서는 원래 3시에 예불을 모시나, 스라바스티의 여러 사원이 합의하기를, 사람들의 단잠을 깨지 않기 위해 4시로 정했다고 한다. 예불은 영산회상과 금강경 봉송, 좌선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천축선원에서는 예불 때마다 금강경을 봉송하니, 하루 세 번 금강경을 읽게 되는 셈이다. 스님이 특히 금강경을 읽으시는 뜻은 부처님이 금강경을 설하신 곳이 바로 스라바스티의 기원정사이기 때문이다.

기원정사에 들어가면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시는 부처님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건물들은 폐허가 되었을지언정 부처님의 뜻만은 분명히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그 동안 인도에서 불교가 소외되었지만, 이제 기원정사를 중심으로 새로이 일어설 수 있음을 예감케 되는 것이다.

기원정사에는 커다란 보리수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어머니에게 설법하러 도리천으로 올라가신 부처님이 그리워 아난다가 보드가야의 보리수 묘목을 옮겨 심었는데, 제자들은 이 보리수를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경배했다. 햇살을 받은 보리수 이파리는 초록색과 은색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연신 손을 흔든다. 무슨 뜻일까? 그 뜻을 헤아리며 나는 보리수 나무에 합장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부처님께서 머무셨던 집 간다쿠티(향전)가 나온다. 향전 입구에는 작은 탑이 있어 사람들이 거기에 금종이를 입혀두었다. 티베트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부처님이 계신다고 생각하고 절하곤 한다. 단체로 온 분들도 주로 이곳에서 함께 경전을 읽고 기도한다. 정말 이곳에서는 부처님의 손길, 발길, 숨결이 느껴진다.

행선터는 부처님이 열아홉 걸음을 걸으시면서 행선하시던 길쭉한 터이다. 코삼바쿠티 근처에 있다. 코삼바쿠티도 부처님의 거처이다. 도리천으로 올라가신 부처님이 그리워 프라세나짓 왕은 간다쿠티에 불상을 모셨다. 그것이 최초의 불상이 될 것이다. 하늘에서 돌아오신 부처님이 불상을 보시고 거처를 코삼바쿠티로 옮겼다 한다.

그 옆에는 우물이 있다. 아난다가 이곳에서 물을 길어 부처님께 공양했다고 한다. 붓다의 법이 펼쳐진 장소가 이렇게 하나하나 남아 있음도 축복이다. 폐허가 되었지만, 그것은 모든 것이 무상함을 보여주는 부처님 법의 증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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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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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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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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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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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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