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705
[불교신화기행 42] 제10부 여행의 끝자락에서 (여는 글)
차창룡    

X. 여행의 끝자락에서

 

 

 

 

내 손은 나도 몰래 죽은 나무를 만지고 있었다

죽은 나무는 여인의 몸처럼 부드러웠으나

내 손이 닿자마자 앗 소롯해지는 것이었다

그녀의 몸속에서는 예쁜 벌레들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은밀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죽은 나무가 죽은 채로 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사랑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이파리와 꽃과 열매와 헤어졌다 해도

 

죽은 나무는 온종일 서서 기다리다 죽은 나무는

기다림이 벌레로 태어나 나비가 될 때까지

내가 죽어도 당신을 잊을 수 없음을 알 때까지

 

죽은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었다

새가 나무를 잠시 떠났다 해도 다시 돌아오고 마는 한

나무의 살 속에서 기다림이 낳은 벌레를 꺼내 먹는 한

-졸시, 「죽은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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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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