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842
[불교신화기행 43] 제10부 1. 2008년 불교성지순례를 마치면서
차창룡    

1. 2008년 불교성지순례를 마치면서

 

 

 

 

2008년 2월 17일 일요일(여행 32일, 네팔 10일, 카트만두 7일)

06:00. 아침 일찍 나와 차이를 두 잔째 마신다. 빵 두 개, 계란 하나 먹었다. 새벽 거리는 의외로 분주하고, 새벽 빵과 차이를 파는 가게에 빈자리가 거의 없다.

여행의 마지막 날, 새벽 거리를 산책하니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모두가 행복하다. 차이 한잔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천상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새벽에 신에게 인사하고 신에게 축복을 비는 것을 커다란 기쁨으로 생각한다. 내 앞에 앉은 젊은 아저씨는 우유를 마시고 있다. 우유 하나에 빵 하나. 아마도 이 사람의 아침의 전부일 것이다.

전기가 나가니 촛불과 등불이 자연스레 등장했다. 정말 좋은 아침, 행복한 아침이다. 이렇게 바쁘고 부지런한 아침이 정말 좋다. 이 모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호가 있기를, 신의 축복이 있기를, 네팔에 더 이상 가난이 없기를, 가네샤 신의 은총이 내리어 문학이 충만하고 부가 무르익기를.

아침부터 세상은 꿈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의 표정은 편안하고 꿈에 부풀어 있다.

10:20. 일찌감치 공항에 왔다. 타이 항공 직원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일기를 쓴다.

아침 산책 시간에 더르바르 광장에 다시 다녀왔다.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본 더르바르 광장은 훨씬 새로운 느낌으로 가득하다.

지난번에 그냥 지나쳤던 하누만 도카, 쿠마리 사원, 떨레주 사원 등을 다시 구경했다. 왕궁을 하누만 도카라 한 것은 왕을 라마의 화신으로 여긴 데서 비롯된다. 라마의 충직한 신하였던 하누만이 라마의 수호신 역할을 충실히 했기 때문이다.

짐을 싸는 나의 손이 왠지 떨린다. 이 땅을 떠나는 것이 왜 이리 아쉽단 말인가? 이제 이 땅을 자주 밟게 될 것 같다.

인도와 네팔은 부처님이 직접 가르침을 펼쳤던 곳이다. 맨발로 산천을 누비며 부처님은 살아 있는 가르침을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베푸셨던 것이다. 그 땅의 기운이 아직도 내 맘속을 쾅쾅 울린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면세점에서 차와 머플러를 샀다. 이곳을 떠나기 두 시간 전,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옮긴다. 여행자들이 하나둘 공항으로 들어온다.

 

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불교성지를 골고루 돌아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12:20. 공항에 온 지 두 시간이 되었다.

14:05.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비행기에 타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 장소에서 더러는 초조하게 더러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22:15(태국시간). 태국에 오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국수와 맥주를 마시고 다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진짜로 한국에 간다.

 

2008년 2월 18일(월)

02:15(한국시간). 비행기는 가고 있는데, 나는 가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네 시간 후면 나는 서울에 있을 것이다.

06:05. 앞으로 20분이면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밖은 아직 깜깜하다. 한 달 동안 거의 새벽에 일어났다. 인도 네팔 사람들은 대체로 일찍 일어난다. 그 사람들과 함께 호흡했는데, 이제 아침형 인간이 되어볼까?

07:50. 공항버스를 타고 흑석동으로 가고 있다. 한국은 잘 정비되어 있어 단조롭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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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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