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1244
[불교신화기행 45(끝)] 제10부 3. 길위에서 생을 마감하리라
차창룡    
 

3. 길위에서 생을 마감하리라









승가에 입문하기 직전에 이 글을 마친다. 근기가 강하다면 굳이 승가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련만 너무 부족한 것이 많기에 속세의 인연을 접고 떠나기로 했다. 부처님의 승가에 귀의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가 불교성지순례에 있었다. 실로 부처님의 성지는 내게 바람으로 법을 속삭여주었고, 그 바람은 풀잎으로 말해주었고, 풀잎은 벌레의 움직임으로 자신의 뜻을 전해주었고, 벌레는 번데기가 되어 선정에 들어갔다가 놀라운 우화등선을 통해 나비가 되어 새로운 인연을 맺을 것을 재촉했다.

실로 꿈 같은 길을 걸어서 나는 여기까지 왔다. 시인으로서 꽤 긴 세월을 살았다. 1989년 문단에 데뷔한 후 운이 좋아 좋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문학상도 받았다. 그동안 네 권의 시집을 냈으며, 이 책의 전편으로 󰡔인도신화기행󰡕을 펴내기도 했다. 대학원에서 전공을 문학으로 바꾸어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스스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한다. 긴 세월 책과 씨름하면서 많은 것을 깨우치고, 문학을 가르치는 것에도 큰 재미를 느꼈다.

10여년 동안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람도 얻었다. 그 학생들 중 몇 명은 좋은 시인이 되어 문단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문학을 탐구하고 문학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그들 앞에서 열변을 토하기도 한 세월 참으로 행복했다.

인도를생각하는예술인모임(약칭 ‘인생모’)을 시작한 지도 만 4년이 되었다. 인도를 생각하면서 나는 많이 성숙했고, 그로 인해 새로운 길을 가게 되었다. 인생모의 산파 역할을 해주신 송기원 선생님께서 언젠가 말씀하셨다. 불가에 입문한 승려들이 “내가 왜 속세에서 견디지 못하고 출가했을까?”라는 화두를 가지고 참선한다면 금방 깨우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도 송기원 선생님이 말씀하신 화두를 생각해본다. 나는 왜 속세를 견디지 못하고 출가하는가? 송기원 선생님을 믿어본다.

혼인한 지 10년이 다되어 이혼했다. 이별의 아픔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아픔을 잊지 못하는 한 깨달음도 없을지 모른다. 이혼의 씨앗은 인도여행 때 여물었다. 여행 중 아내가 병이 나지 않았다면 혹시 우리의 이혼도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이혼이 나로 하여금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불행이 아니라 축복이다. 아내에게도 이혼이 결국에는 축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달콤했다. 문학의 울타리는 내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었고,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었다. 학교는 늘 신선한 가르침으로 끊임없이 정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달콤한 시간 속에서 나이를 먹은 후 나는 인도에서 만난 부처님을 생각했다. 부처님은 내게 이제는 달콤함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너무 늦었다 싶은 시점이야말로 바로 시작할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말한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감사하다. 더 이상 새로운 길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부처님이 그러하셨듯이 나는 앞으로 끊임없이 길을 갈 것이고, 길에서 꿈을 펼칠 것이며, 길위에서 생을 마감하리라.


                       

김태형 2010.03.13. 12:14 pm 

먼 훗날 그 길 위에서 다시 만나기 위해 저도 길 떠나는 마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_()_

금빛나 2010.03.14. 3:21 am 

늘 기도 속에서 뵈어요, 선생님.

천수호 2010.03.14. 11:58 pm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떠나는 마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가까운 것들을 놓아버린다는 것, 가까웠던 것에서 놓여난다는 것... 쉽지않은 길이지만 잘 가시리라 믿습니다.

허은희 2010.03.15. 12:12 am 

뜻하신 걸음에 축복이 깃드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살피세요...

수와니 2010.03.15. 1:04 am 

뒤늦게 소식을 듣고 이 글을 읽습니다.
큰 스님이 되시길 ...법정스님도 떠나시고 너무 쓸쓸하지만 축복드립니다.

두루미 2010.03.16. 1:17 am 

  수행의 길에 신의 축복 함께 내리시길 기도합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홍기돈 2010.03.16. 10:27 am 

큰 깨달음 얻어 그물에 갇히지 않는 바람처럼 투탈자재하시기를...

김애리자 2010.03.16. 5:32 pm 

언젠가 한번쯤 갈구했었던 ~ 구원의 길을 택하셨습니다. 아직 속세에 끄달려 몸만 뒹굴고 있는 저에게 /눈물이 나도록 애뜻한 마음입니다. 부디 몸 건강하시고 큰 걸음 하시길 바랍니다. 합장 드립니다.

바람새 2010.03.17. 5:46 am 

선생님 만의 무장한 신화를 써가시리라고 늘, 복된 여정되시리라 믿고, 기도를 드립니다.

工夫 2010.04.12. 4:49 pm 

스님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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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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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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