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1067
[내가 본 인도영화 3] 400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은 사랑, <마가디라>(Magadheera, 2009)
차창룡    

영화 <마가디라>(Magadheera, 2009)

 

감독 : S.S. 라자물리

출연 : 람 차란 테자(카라 바이라바/ 하르샤 역), 카잘 아가르왈(미트라빈다/ 인두 역), 데브 길(라나데브 브힐라/ 라그후비르 역), 스리하리(세르 칸/ 솔로몬 역), 사라스바브(비크람 싱 라하라이 역)

 

지독하게 사랑했으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일이 있으십니까?

사랑을 이루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혼인하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명확하진 않지만, 우리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개념을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끝나지 않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AD 1600년(자막에는 BC 1600년으로 나오지만, 내용상 기원후 1600년이 맞습니다) 아라비라 산맥의 한 왕국, 바이라바 신전 최고의 전사인 바이라바와 미드라 공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공주를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전사가 있었으니, 그는 라나데브 브힐라 사령관이었습니다. 공주의 배우자를 뽑는 시합에서 지게 되자 라나데브는 반역을 일으켜 바이라바와 미드라 공주를 죽음에 몰아넣고 자신도 죽습니다.

결국 그들은 모두 이루지 못한 사랑에 한을 품고 나중에 환생하게 되지요.

 

400년 후 똑같은 삼각구도가 다시 형성됩니다. 바이라바의 환생인 하르샤는 우연히 만난 인두(미드라 공주 환생)에게 거의 운명적으로 끌리게 됩니다. 그러나 라나데브의 환생인 라쿠비어가 이미 그녀에게 구애하고 있었지요. 이상하게도 라쿠비어는 인두를 만질 수 없습니다. 라쿠비어는 고라(점성술사)를 찾아가서 자기가 그녀를 만질 수 없는 이유를 묻습니다. 고라는 라쿠비어에게 전생에 관한 이야기를 전부 말해줍니다. 고라는 하르샤가 살아 있는 동안은 인두를 만질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연적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생의 연적관계였던 두 사람은 다시 치열하게 싸우게 됩니다. 두 사람의 싸움은 어떻게 될까요?

 

바이라바는 쉬바 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파괴의 신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한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바이라바의 배우자가 될 미드라 공주는 파르바티의 화신이 되겠지요. 파르바티야말로 사티라는 이름으로 다하지 못한 사랑을 환생하여 다시 쟁취한 여신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짐작하셨을 겁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비행기에서 추락하는데도 살아남는다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간다거나... 불가능할 것 같은 모든 일들이 사랑이라는 권력에 의하여 가능하게 되는 것이지요.

 

인도인의 사랑에 대한 판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인도인들은 지순한 사랑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요. 설사 이번 생에 이루어지지 못하면 다음 생애에라도 이루어지지요. 다음 생애에도 안 되면, 그 다음 생애에는...

 

왜 400년 후일까? 하고 의문을 품지 않으셨습니까. 바로 환생하여 재회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이상스럽게도 400년이나 지난 후에 그들은 재회합니다. 그래서 더 절실해지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의 영화 <은행나무 침대>와, 혹은 양귀자의 소설 <천년의 사랑>과 비교해보세요. 인도는 400년인데, 한국은 천년이네요. 우리도 제법 통이 큽니다.

 

암튼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쉬바와 파르바티의 신화를 생각하면서... 큰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마시고...

 

다음 주소 클릭하시면 영화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http://baykoreans.com/155089

 


                       

김태형 2011.01.10. 4:49 am 

인도 공주는 아름다웠다. 왜 나에게 그 아름다움은 참혹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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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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