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788
[내가 본 인도영화 5] 결국 사랑하는 사람의 집 앞에서 죽다, <데브다스>
차창룡    

영화 <데브다스>

 

원작 : 사라트찬드라 챠토파드히아이 장편소설 <데브다스>(문이당에서 번역본이 나왔습니다)

감독 : 산제이 릴라 반살리(Sanjay Leela Bhansali)

출연 : 샤룩 칸(데브다스 역), 아이쉬와랴 레이(파르바티 역), 마드후리 딕시트(찬드라무키 역)

 

 

사랑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생산됩니다. 똑같은 이야기일 것 같은데, 꼭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집니다.

 

파괴의 신 쉬바 같은 인물 데브다스는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옆집 여자 파르바티와 혼인하고 싶어하지만, 둘은 신분이 다릅니다. 데브다스의 부모는 두 사람의 혼인을 극구 반대합니다. 데브다스는 사랑을 포기하고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나 파르바티는 데브다스의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나이 든 부유한 남자와 혼인하여 부잣집 마나님이 됩니다.

 

소설 독후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참 묘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끝까지 사랑을 추구하는 내용도 아니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갈등하는 내용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사랑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괴팍하고 격정적인 성격의 남자 데브다스에 대한 열정적이지만 냉철하기도 한 여자 파르바티, 그리고 파르바티의 또 다른 얼굴인 듯한 여자 찬드라무키의 사랑은 미묘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킵니다.

 

데브다스가 사랑하면서도 사랑을 거부하는 쉬바의 화신이라면, 파르바티는 몸을 바꿔서라도 쉬바를 사랑하고야 마는 사랑의 화신이죠.

 

쉬바의 여인은 사티(우마), 파르바티, 두르가, 칼리, 칸야쿠마리 등 여럿이 있지요. 여럿이면서 잘 들여다보면 하나입니다. 쉬바의 여인들은 모두 파르바티의 전생이자 파르바티의 마음인 것입니다.

 

데브다스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인은 파르바티이지만, 찬드라무키라는 창녀 또한 데브다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되죠. 파르바티는 창녀인 찬드라무키의 사랑을 염려했지만, 그녀의 사랑이 지고지순한 것을 알고 오히려 그녀를 친구로 삼습니다. 찬드라무키는 파르바티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파르바티는 신분상의 제약을 넘어 사랑하는 남자 데브다스와 혼인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달려듭니다. 그러나 사회도 데브다스도 인습 앞에서 냉정했지요. 파르바티는 그런 조건을 달게 받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의 자장 안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합니다.

 

그러나 데브다스는 스스로 사랑을 거부해놓고는 끝없이 방황하게 됩니다.

방황과 방랑 속에서 건강을 잃은 데브다스는 결국 사랑하는 여인의 집 가까이 와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남자와 여자,

남자는 쓸데없는 허위의식에 매달려 파멸의 길을 가게 되지만,

여자는 현실적인 길을 알고 그 길에서 안정을 누립니다.

남자는 때를 놓치고 평생 후회하면서 삽니다.

 

신화적인 인물을 인간으로 만들었는데,

바로 인간 그 자체이지요.

우리들의 사랑의 한 국면이 꼭 이렇지 않습니까?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인간 삶의 한 국면임에는 분명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찬드라무키의 카탁 춤 감상한 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영화 감상이었습니다.


                       

김태형 2011.01.10. 4:48 am 

용기 없는 사나이, 그러나 행복한 사나이!!!!!!!!!!!!!!!!!!!!!!!!!!!!!!!!!!!!!!!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나이~ 나도 사랑하는 여자의 집 앞에서 죽고 싶다.

차창룡 2011.01.10. 8:52 am 

갑자기 웃음이 나오는 멘트! 아름다운 사나이, 김태형! 사랑하는 여자의 집 안에서 죽을 것이다!

유 빈 2011.01.21. 8:20 pm 

진짜 웃음이 나오는 멘트들이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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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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