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828
[내가 본 인도영화 10] 우리 시대에 필요한 영웅이 여기 있다, <세 얼간이(3 Idiots)> *강추
차창룡    

<마이 네임 이즈 칸>과 함께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었던 영화인데 늦었습니다.

 

 

 

 

영화 <세 얼간이(3 idiots)>

감독 : 라지쿠마르 히라니

출연 :

인도도 중국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 만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회의식을 반영, 반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영웅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시간을 내어 볼 만한 작품입니다. 
본 지가 오래 되어서 자세히 쓰지는 못하겠습니다. 대강 기억에 의존해서 적겠습니다.
 
 영화는 인도의 명문 공과대학에서 시작됩니다. 그 대학의 학장은 늘 경쟁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경쟁에서 지게 되면 낙오자가 된다는 것이었지요. 아버지의 권유로 공과대학에 들어왔지만 사진에 더 재능이 많은 파르한, 가난한 집안에서 근근히 학교에 들어온 라주, 두 친구 앞에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천재 란초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있습니다. 학교가 요구하는 대로 공부하여 1등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모범생 차투르입니다.
 학장이 경쟁을 아무리 강조해도 란초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공부해나갑니다. 란초는 파르한에게 사진작가의 길을 가라고 충고합니다. 란초의 도움으로 파르한은 마침내 아버지를 설득하고 좋은 사진기자가 됩니다.
 
집안이 가난한데다 성적도 그리 좋지 않은 라주는 매사에 자신이 없습니다. 병든 아버지로 인해 빚더미에 앉은 집안, 지참금이 없어 혼인할 수 없는 누나 때문에 살고 싶은 의욕도 없어집니다. 자신에게 자신이 없다보니 라주는 늘 신에게 의존합니다. 라주는 어느 날 크게 다쳐 의식을 잃게 됩니다. 이때도 란초는 라주를 깨어나게 하기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입니다.
"너의 누나가 결혼한대. 상대는 바로 파르한이야. 지참금은 없어도 된대."
계속 외쳐대는 친구의 목소리에 라주는 마침내 깨어나고 용기를 얻게 됩니다. 자신을 찾은 라주는 신앙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신에게 의존하는 습관을 버립니다. 좋은 성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입사 시험에 합격하여 취직하게 됩니다.
면접관이 성적이 낮은 이유를 묻자 라주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두려움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저는 훌륭한 학생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선 제가 가난을 없애줄 거라고 생각하셨죠. 그 기대가 저는 두려웠습니다. 사회는 1등이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제 두려움은 대학에 와서 더욱 커졌습니다. 두려운 나머지 공부에도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기도를 열심히 하고 반지를 많이 끼었습니다. 날마다 신에게 빌어야만 겨우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크게 다쳐 16개의 뼈가 부러진 후 두 달 동안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습니다. 신에게 인생을 구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요. 저는 이 직장에 들어가는 데 신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삶을 준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저를 떨어뜨리셔도 괜찮습니다. 이제 저는 제 인생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감동적인 대사 아닙니까. 영화 보다보면 감동받는 부분 꽤 많습니다. 그 부분을 일일이 기억하기는 어렵고, 일일이 적기에도 너무 많습니다.
주인공들이 졸업한 후 10년(?)이 지났습니다. 두 친구는 잘살고 있는데, 정작 가장 잘살아야 할 것 같은 란초의 소식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때 미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차투르가 파르한과 라주에게 와서 란초가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란초에게 철저하게 패배한 2등 차투르는 어느 날 란초에게 선언합니다. "10년 후에 내가 너보다 더 크게 성공해 있을 거다. 10년 후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만나자."
10년 후 누구보다도 성공했다고 생각한 차투르는 란초를 찾아나서게 된 것입니다.
그럼, 란초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정말 기대되지 않습니까?
학생이 아닌 사회인인 란초의 삶을 보고 우리는 또다시 감동합니다.

 

란초를 사랑했던 여인도 있었지요. 바로 피아, 학장의 딸입니다. 란초를 사랑했지만, 어느 날 떠난 후 소식조차 없는 란초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지요. 나이가 찬 피아는 결국 혼인을 준비합니다. 그 결혼식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파르한과 란초가 피아를 데리고 도망가버린 것입니다. 피아도 란초 찾기에 함께 나섭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란초가 이미 결혼하진 않았을까요?

직접 확인해보십시오.

 

 


                       

김태형 2011.01.10. 4:47 am 

왜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울고 있었을까. 울 필요가 없는 영화마저도 울게 만드는 인도 영화의 힘!!!

차창룡 2011.01.10. 9:04 am 

역시 감성이 풍부하시네요. 나는 펑펑 울게 해주는 영화가 좋더라. 소설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지만, 영화가 좀더 직접적이죠. 주인공이 직접 울면서 최루탄을 뿌려주니까? 일종의 화상통화로 호소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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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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