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845
[내가 본 인도영화 15] 슬픈 복수극을 낳은 아름다운 사랑, <가지니>(2009) *강추
차창룡    

<가지니>(Ghajini, 2009)

감독 : A.R. 무루가도스

주연:

배우이미지 아미르 칸 Aamir Khan
도비 가트 (Dhobi Ghat), 2010
더 폴링 (Peepli Live, The Falling), 2010
명대사 보기/입력
배우이미지 티누 아난드 Tinnu Anand
다방 (Dabangg), 2010
데 다나 단 (De Dana Dan), 2009
명대사 보기/입력

 

 

영화에서 복수처럼 흥미를 돋우는 소재도 드문 것 같다. 식상할 것 같은데도 복수극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유일 것이다.

<가지니>는 영화 <메멘토>와 매우 흡사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복수의 정당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 복수극이 펼쳐지기 전의 상황이 오히려 복수극보다 더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인도인들의 의식 심층에는 복수가 정당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파괴를 일삼는 악마들에 대한 신(영웅)의 활약이 다름아닌 복수극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영웅 라마의 활약은 자신의 아내를 납치란 악마 라바나에 대한 복수극에 다름아닌 것이다.

 

복수극이 많은 사람들의 동정을 받기 위해서는 복수의 주체가 최대한 선량해야 하고 복수의 대상이 그만큼 악랄해야 한다. 이 영화는 이런 원칙에 철저하다. 이 영화에서 무고하게 죽어간 여인 칼파나는 가난하지만 늘 남을 돕고 사는 천사표이며, 사랑을 선택하는 데도 어떤 계산도 하지 않는 그야말로 순수의 고갱이다. 억울하게 죽어간 애인의 복수를 담당한 산제이도 잘 나가는 기업의 CEO이지만 소박하며 가난한 사람을 도울 줄 알며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여인에 대해 헌신적이다. 

 

이 영화는 복수극의 배경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영화의 구조는 액자 형식이 되었다. 다시말해 영화 속에 또 한 편의 영화가 들어 있는 형식이다. 인도영화에서 이런 액자구조는 자주 등장한다. <세 얼간이>, <비르와 자라>, <마가디라>, <뉴욕> 등도 이런 액자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비르와 자라>는 한 변호사에 의해 이야기의 베일이 벗겨지는 반면, <가지니>는 한 의과대학생에 의해 이야기의 베일이 벗겨진다. 뇌구조와 기억상실증에 대해 공부하던 의대생 수니타는,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산제니 싱하니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산제니는 한 악당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신도 머리를 크게 다쳐 기억이 단지 15분 동안만 지속되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있는 산제이의 과거는 수니타가 산제이의 일기를 발견하면서 밝혀지게 된다.

 

칼파나라는 명랑하고 착하기 이를 데 없는 미모의 모델이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떠오르는 벤처기업 사장인 산제이의 애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진짜 산제이와 만나게 된다. 산제이는 사친이라는 가명으로 칼파나에게 접근했기 때문에, 칼파나는 산제이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평범한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의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랑에 악마가 질투했음일까? 아니면 어떤 상황에서도 어려운 사람을 돕는  착한 칼파나의 지나친 의협심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에게 참으로 안타까운 불행한 사건이 들이닥친다.

 

칼파나는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다가 인신매매되고 있는 소녀들을 발견한다. 마침 그 기차에는 해병대 대원들이 이동중이었다. 칼파나의 기지로 소녀들은 무사히 구조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인신매매단의 두목인 '가지니' 일당은 칼파나를 죽이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간다. 칼파나가 가지니에게 살해되는 순간에 산제이도 그 집에 와서 가지니의 철퇴를 맞게 된다. 그 사고로 인해 산제이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렸는데, 자신의 애인인 칼파나가 원수 가지니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칼파나는 죽었다. 가지니를 죽여라"라는 문장을 문신하여 새겨두었다. 그리하여 산제이의 가지니에 대한 필사적인 복수극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산제이의 복수극이 숨막히게 펼쳐지는 장면도 볼 만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더욱 재미있는 것은 칼파나와 산제이의 유쾌한 로맨스이다. 그들의 로맨스만으로도 한 편의 훌륭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복합적인 구조로 인해 영화가 시종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고 할 수 있겠다. 

 

별로 독창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이 영화는 너무나도 재미있다. 여배우 티누 아난드의 명랑한 연기는 우리 입가에 저절로 미소를 만들어준다. 다정다감한 이미지의 아미르 칸의 연기는 언제나 편안하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코미디만으로도 우리는 마음껏 웃을 수 있다. 마음껏 웃었던 만큼 그들의 불행은 우리의 분노를 자극하며, 우리의 마음은 산제이와 함께 복수에 끼어든다.

 

복수극은 성공하지만, 산제이는 영웅이 될 수 없다. <라마야나>의 라마는 아내 시타를 구출하지만, 산제이는 복수한들 사랑하는 칼파나를 살려낼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산제이의 복수극은 슬픈 복수극일 수밖에 없다. 슬픈 복수극을 낳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아름다운 사랑이 낳은 슬픈 복수극을 지켜볼 것인가? 이 영화를 선택하는 순간 여러분은 두 가지를 모두 선택한 셈이다. 

 

 


                       

차창룡 2011.01.15. 8:57 pm 

이 영화 파일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말씀하십시오.

허은희 2011.01.16. 6:07 pm 

차창룡 선생님...영화 보내주세요...늘 감사합니다^^

차창룡 2011.01.17. 8:39 am 

보냈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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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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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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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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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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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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