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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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인도영화 16] 마음껏 웃고 싶으신 분, 마음껏 우실 수도 있습니다, <깔호나호(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차창룡    

영화 <깔호나호(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모르니까)>(2003)

 

기본정보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인도 | 186
감독      닉힐 아드바니
출연      샤룩 칸, 세프 알리 칸, 쁘리티 진따... 더보기
 

배우이미지 샤룩 칸 Shahrukh Khan
파운드 어 그룸 (Dulha Mil Gaya, Found A Groom), 2010
내 이름은 칸 (My Name Is Khan), 2010
명대사 보기/입력
배우이미지 세프 알리 칸 Saif Ali Khan
희생 (Sacrificed, Kurbaan), 2009
러브 아즈 칼 (Love Aaj Kal), 2009
명대사 보기/입력
배우이미지 쁘리티 진따 Preity Zinta
신이 맺어준 커플 (A Couple Made By God, Rab Ne Bana Di Jodi), 2008
댄스 베이비 댄스 (Dance Baby Dance, Jhoom Barabar Jhoom), 2007
명대사 보기/입력

 

*<비르와 자라>에서 감동적으로 사랑했던 샤룩 칸과 프레이티 진따가 다시 만났습니다. 아니, 이 영화가 <비르와 자라>보다 먼저 만들어졌군요. <비르와 자라>에서 만나기 전 이 영화에서 둘은 만났던 것이죠. 

 

인도영화는 여러 방식으로 '완벽한(절대적인) 전형'을 만들어내는군요. 이 영화는 '진정한 사랑'이라 할까요, 아님 '진정한 희생'이라 해도 될 것 같고, '진정한 우정'이라 해도 틀린 것은 아닌, 그런 특별한 덕목을 지닌 아름다운 사람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세 얼간이>의 천재 란초와도 다르고, <마이 네임 이즈 칸>의 순수성의 고갱이인 리즈완 칸과도 다르고, <비르와 자라>의 지극한 사랑의 화신 비르와도 다르지만, 그들 모두와 일맥상통한 같은 인간으로서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영화는 아주 유쾌하게 시작됩니다. 아버지가 자살한 후 다툼과 우울이 만연해 있는 나이나의 집에 천사와도 같은 청년 아만이 나타남으로써 마치 마술처럼 집안 분위기가 바뀌게 됩니다. 나이나의 집뿐만이 아닙니다. 아만과 인연을 맺게 된 뭇 인도인들의 집도 활기찬 분위기로 바뀌지요.

 

도대체 마음을 열 수 없었던 까칠한 처녀 나이나도 마음을 활짝 열어 아만을 사랑하게 되지요. 아만은 나이나가 그를 사랑하기 전에 나이나를 끔찍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만은 마음놓고 나이나를 사랑할 수 없었답니다. 아만은 심장병에 걸린 시한부 인생이었으니까요. 그는 나이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녀를 사랑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그녀의 친구이자 그녀에게 빠져 있는 로힛을 그녀에게 연결시켜주려 노력하지요.

 

여기서부터 우리의 마음은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 아만과 나이나가 (짧게라도) 맺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사랑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므로 나이나는 로힛에게 가는 것이 현명하다? 갈팡지팡하는 마음에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인도영화이기에) 기적이 생겨서 아만의 심장병이 기적적으로 나을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기대 말입니다.

 

나이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아만의 미션은 점차 현실이 되어갑니다. 그의 뜻이 실현될수록 우리는 점점 아픕니다. 로힛과 나이나가 사랑하게 되면 우리의 주인공 아만의 사랑은 깨지는 것이니까요.

 

 

결국 아만의 바람대로 로힛과 나이나는 혼인하게 되고 아만은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됩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사랑의 실천자를 앞에 놓고, 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펑펑 울 수밖에 없습니다. 

 

뜨겁게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는 널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했던 진정한 사랑, 진정한 우정, 진정한 희생을 실천한 아름다운 사람이여! 당신의 사랑은, 당신의 우정은, 당신의 희생은 실로 신도 실천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있을 법합니다. 우리 주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와 비슷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부디 그가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할 수 있기를. 

 

이 영화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도 사람들의 종교는 일종의 카스트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인도 사람들도(특히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나이나의 할머니는 시크교도이지만, 나이나의 어머니와 나이나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나중에 나이나의 할머니까지도 슬쩍 기독교로 바꾸더군요. 나이나가 시집 가는 로힛의 가족은 힌두교도입니다. 그러나 로힛의 부모는 나이나의 종교를 전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인도인들도 이제 가족일지라도 종교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요. 인도에서도 종교로 인한 분쟁, 테러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사족

저는 '모태신앙'이란 말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어머니의 신앙을 내가 이어받아야 한다면 우리는 모두 샤머니즘의 신봉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종교만큼은 그 어떤 강압도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연'이라는 것은 있겠지요. 인연 따라 가는 것이야 누구도 나무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모태신앙'도 인연 따라 종교를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겠네요. 생각해보니, 비판할 것도 없지만, 어쨌든 내 인생 내 의지대로 삽시다.

 

 

 


                       

차창룡 2011.01.16. 9:1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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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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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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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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