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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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인도영화 23] 30살의 나이차도 사랑으로 극복한다, <설탕을 조금만(치니 쿰)> (Cheeni Kum, 2007)
차창룡    
설탕을 조금만 치니 쿰  (Cheeni Kum, 2007)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인도
 
감독 R. 발키
출연 아미타브 밧찬, 타부, 파레시 로월, 조라 세갈
"요리는 최고의 예술이야. 이 방에 걸려 있는 저 그림들보다 더... 그 이유는 그림은 오직 눈만을 매료시키지만, 우리가 여기서 만드는 음식은 눈뿐만 아니라 오감을 매료시켜. 그러므로 우린 최고의 예술가들이지."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 있는 인도 식당 '스파이스6'의 사장 붓다데브 굽타(64세, 아미타브 밧찬 분)가 요리사들에게 한 말이다. 이 말에 매료되어 이 영화는 끝까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본 '요리'에 관한 영화는 대부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붓다데브가 이렇게 연설하고 있을 때 홀에서 반납되는 음식이 있었다. '하이데라바드 자파라니 풀라오'라는 메뉴로 볶음밥의 일종이다. 이유는 너무 달다는 것이었다. 홀에서 서빙하는 직원은 손님의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단 것은 하이데라바드 자파라니 풀라오가 아니에요. 다시 만들어주세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요리사 붓다데브 굽타는 홀로 나가 그 손님에게 갔다.
"우리집 음식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만, 손님께서 생각하시는 요리법을 말씀해주시면 그대로 요리해드리겠습니다."
붓다데브가 소리치자 그 손님은 그냥 나가버렸다. 그러나 붓다데브는 자신의 자존심을 긁은 그 손님을 잊을 수 없었다.
다음날 홀에서 서빙하는 직원이 또 한 그릇의 하이데라바드 자파라니 풀라오를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왔다. 붓다데브는 그 음식을 얼른 먹어보고는,
"음, 이건 데라둔에서 생산되는 무슨 쌀로 밥을 지은 것으로, 양파 몇 그람, 마늘 몇 그람, 후추 약간... 설탕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어. 최고의 하이데라바드 자파라니 풀라오야. 무엇이 문제인가?"
라고 직원에게 묻자, 직원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만든 음식이 아닙니다. 어제 그냥 간 손님이 만들어온 음식입니다." 
 
 
붓다데브는 그 손님을 만나러 홀로 나갔고, 두 사람은 단박에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손님은 친구를 만나러 델리에서 잠시 여행 온 노처녀 니나 버르마(34, 타부 분)였다. 나는 이 대목에서도 이 영화에 큰 기대를 하게 되었다. 붓다데브 못지않은 요리사가 등장해서 두 사람 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겠구나 했던 것이다. 상대가 여자인 만큼 전투 중에 오히려 연정이 싹틀 수도 있었겠구나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이제 두 사람 간의 사랑(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여러 번 만난 두 사람은 어느 날 나이를 확인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서른 살이나 차이가 났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어느 날 니나는 델리의 아버지가 아프다는 소식에 델리로 간다. 마침 붓다데브도 어머니를 모시고 인도에 오게 된다. 이제 두 사람의 과제는 니나의 아버지에게 두 사람의 혼인을 허락받는 것이었다.
자, 이제 영화는 두 사람의 혼인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허락받으려는 예비부부간의 싸움이 되었다.
어떻게 될 것인가? 인도에서는 이미 나이 든 남자와 어린 여자가 혼인하는 경우는 많았다. 이 영화에서는 사위 될 사람이 장인보다 나이가 많다는 난점이 있었지만, 인도영화에선 어차피 주인공이 꿈꾸는 일은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만약 여자가 64세이고 남자가 34세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 보고 나니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임에도 영화를 보는 순간에는 몰입하게 하는 인도영화 특유의 힘이 있다. 시종 계속되는  붓다데브와 니나의 재치 있는 대화가 이 영화의 '마살라(양념)'에 해당한다.

 

델리의 꾸뜹 미나르가 또 나온다. 꾸뜹 미나르에 있는 철주를 껴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도 철주를 껴안은 적이 있다. 그런데 껴안되 뒤돌아서서 껴안아야 한단다. 붓다데브는 그 철주를 뒤에서 껴안고는(이때 그의 어머니가 도와주었다) 소원을 이루었다. 혹시 델리에 가시면 그 철주를 뒤에서 꼭 껴안으시고 소원을 빌어보시라.

 


                       

미미 2011.02.01. 12:07 am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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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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