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891
[내가 본 인도영화 25] 성공인가, 우정인가?, <런던 드림즈>(2009)
차창룡    

<런던 드림즈>(2009)

 

감독 : 비펄 암르투얼 샤

주연 : 살만 칸(마누 역), 아제이 데브간(아르준 역), 아신(프리야 역)

 

 

둘도 없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옆집 철이 좀 봐라. 또 1등 했단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친구가 몹시 미웠던 경험이 있으신 분, 나는 열심히 노력해도 잘 안 되는데 펑펑 놀면서도 뭐든지 잘하는 친구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낀 적 있으신 분은 이 영화 한번 보십시오.

 

어린 시절부터 마이클 잭슨이 되는 꿈을 키워온 아르준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삼촌과 함께 런던으로 갑니다. 고향을 떠나는 날 둘도 없는 친구 마누가 피리 하나를 들고 와서 배웅합니다. "피아노를 들고 오고 싶었는데 너무 무거웠어. 이 피리 가져가. 너는 마이클 잭슨보다 위대한 음악가가 될 거야."

 

친구의 우정을 생각하면서 아르준은 비행기에서 피리를 살짝 불어봅니다. 옆자리의 삼촌이 질색하며 말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음악은 절대 안 된다." 삼촌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아르준이 음악 하는 것을 결사 반대했던 것입니다. 음악가였던 아르준의 할아버지가 런던의 웸벌리 스테디움에서 공연하다 실패한 후 자살했기 때문입니다. 삼촌의 뜻을 안 아르준은 삼촌에게서 도망쳐 음악학원에서 음악공부에 열중합니다.

 

아르준은 날마다 거리에서 공연하면서 꿈을 키워갑니다. 그의 실력은 점점 늘어 음악을 함께 하자는 친구 두 명이 나타나 밴드를 구성하게 됩니다. 거기에 인도 음악과 무용(카탁 춤)을 하는 집안의 프리야를 만나서 밴드는 더욱 해졌습니다.

 

친구 마누는 아르준이 너무 보고 싶어 아르준에게 청첩장을 보냅니다. 친구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고향 펀잡에 온 아르준은 마누의 장난에 허허 웃고 말지만, 이 이행은 둘 사이의 끈끈한 우정에 대한 재확인임과 동시에 그 우정이 실험대에 들어가는 시발점이 되었지요. 아르준은 런던에 돌아와서 마누를 밴드에 합류시킵니다. 마누도 인도에서 라자-라니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해오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불철주야 노력했던 아르준에 비해 거의 장난처럼 음악 하는 마누가 단박에 스타가 된 것입니다. 마누가 이루고 있는 것은 아르준이 그토록 꿈꾸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처음으로 대중공연하던 날 아르준의 삼촌도 공연을 구경했지요. 삼촌은 아르준이 친구의 재능을 질투하고 있음을 눈치 챕니다. 삼촌은 아르준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합니다.

 

"너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 하지만 한 가지만 명심해다오. 너 스스로를 믿도록 해라. 너 스스로를 믿으면 우정은 너를 더욱 큰 성공으로 이끌어줄 거야. 그러나 너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우정을 저버리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마누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습니다. 거리낌이 없는 이 친구는 아르준이 사랑하는 프리야에게 접근하여 마침내 사랑을 쟁취하고야 맙니다(물론 아르준이 프리야를 사랑한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런던드림즈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마누! 마누!"를 외칩니다.

 

아르준은 신을 원망합니다.

"신이시여, 저는 인생과 힘겹게 사투하면서 신에 대한 경배를 잊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신이시여, 당신은 저에게 음악에 대한 집착을 주시고는 왜 재능은 마누에게 주셨습니까? 제 노력에 무엇이 부족했습니까? 이 모든 걸 장난으로만 생각하는 이에게 재능을 주시다니, 마누에게 그런 목소리를 주시다니! 만약 마누가 제 친구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렇게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 마누는 제 친구입니다. 그래서 신께 요청합니다. 제 친구에게 모든 행복과 명성과 재물을 주시되, 저에게는 재능을 주십시오. 오직 저만이 재능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오직 저만이, 저만이..."

 

소속사에서는 유럽 3개 도시의 순회공연을 제안합니다. 이때 마누는 아르준을 파멸시키기 위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우연히(사실은 아르준의 계획에 의해) 마약을 접한 마누는 차츰 마약 중독자가 됩니다.

 

마누의 마약 중독으로 3개 도시 순회공연은 중단되었지만, 그들에게는 아르준이 꿈에 그리던 웸벌리 스테디움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르준은 이 공연에서만은 마누가 아닌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었습니다. 마누에게 다시 마약을 하도록 조장한 아르준은 혼자서 노래합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마누 나와! 마누 나와!"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아르준의 분노는 결국 폭발하고 말며, 그의 질투 또한 만천하에 공개하게 됩니다. 런던드림즈는 당연히 해체되고 맙니다. 마누는 고향으로 가고 아르준은 집안에 틀어박혀 세상과 담을 쌓았습니다.

 

이때도 삼촌이 멘토로 등장합니다. 삼촌은 아르준에게 충고합니다.

"우린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지.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유명해질 수 있다고 말이지. 자신이 잘하는 것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더 중요한데도 말이다. 너의 할아버지는 훌륭한 음악가였다. 그러나 한번의 실패를 이겨내지 못하고 인생을 던져버렸어. 넌 할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음악가지만 마누보다는 부족하지. 그러나 재능이 행복을 결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우정이란다. 뛰어난 친구의 재능을 기뻐해봐 . 너의 인생이 달라질 거야."

아르준이 깊이 반성하는 것을 보고 삼촌은 아르준에게 권유합니다.

"가서 마누를 되찾아와."

 

아르준은 깊이 반성하고 인도로 갑니다. 마누는 아르준을 크게 환영해줍니다. 마누는 아르준에게 오히려 사과합니다.

"미안해, 아르준. 친구에게 그런 아픔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 정말 미안해!"

서로 사과한 두 사람은 프리야와 함께 런던으로 돌아와 런던드림즈를 재결성하여 다시 한번 큰 성공을 거둡니다.

 

성공이라는 주제면에서는 <패션>이란 영화와 비슷하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우정이라고 봐야겠지요. 큰 꿈을 가지고 영국에 온 아르준이 힘도 들어지 않고 스타가 되는 친구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는 질투심 때문에 가혹한 방법으로 친구를 파멸시킵니다. 그럼에도 친구 마누는 아르준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마살라영화답게 이번에도 '완벽한 인간형'을 만든 것입니다. 마누는 '완벽한 우정'을 창출해낸 인물입니다.

 

성공의 측면에서 뻔한 교훈 한 가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미치도록 노력하는 것이 즐기는 것만은 못하다.' 그런 교훈이 이 영화에서는 중요하지 않죠. 친구와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좋지만, 자신이 부족할 때 기꺼이 머리를 숙일 줄 아는 것, 그것이 중요한 교훈이겠지요.

 

살만 칸은 인도에서 대단히 인기 있는 배우임에도 우리나라에서의 그가 나온 영화를 보기 힘드네요. 살만 칸은 <비르>에서 더 멋있었습니다. 여배우 아신은 <가지니>에서 '칼파나'라는 귀여운 천사표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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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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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개관 21] 힌두교 시대의 신 8.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둘러싼 신과 악마의 싸움 [3]
978
25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0] 힌두교 시대의 신 7. 해결사 비쉬누와 젖의 바다
1014
24
2010.01.06.
[인도신화개관 19] 힌두교 시대의 신 6.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유지의 신
차창룡 저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2007)
1082
23
2010.01.03.
[인도신화개관 18] 힌두교 시대의 신 5. 브라흐마의 아내 사비트리의 저주 [1]
차창룡 지음,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939
22
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950
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1208
20
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1214
19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1250
18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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