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08
[내가 본 인도영화 26] 어렵사리 해피엔딩, <까비 알비다 나아 께흐나(안녕이라고 말하지 마)>(2006) *비추
차창룡    

<까비 알비다 나아 께헤나(안녕이라고 말하지 마)>(2006)

Kabhi Alvida Naa Kehna

 

감독 : 까란 조하르(Karan Johar)

주연 : 아미타브 밧찬(샘 역), 샤룩 칸(데브 사란 역), 라니 무케르지(마야 역), 아비쉐크 밧찬(리쉬 역), 프레띠 진따(리아 역)

 

정말 화려한 출연진이죠. 게다가 감독은 <꾸쉬 꾸쉬 호따 해> <까비 꾸쉬 까비 감>을 만든 까란 조하르입니다. 그럼에도 좀 길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축구선수 데브 사란(샤룩 칸 분)과 마야(라니 무케르지 분)의 만남은 참으로 우연히 이루어집니다. '우연'이란 어쩌면 운명입니다. 리쉬(아비쉐크 밧찬 분)와 마야의 결혼식에 데브의 어머니가 출장뷔페의 요리사로 왔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와 함께 리쉬의 집에 온 데브는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신부 마야를 만납니다. 데브는 마야에게 신부가 혼자 나와 있지 말고 어서 들어갈 것을 권하지요. 마야는 혼인을 망설이고 있음을 솔직히 말합니다. 헤어지면서 데브는 마야에게 "굿바이, 사요나라, 굿바이"라고 말합니다. 마야는 말합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그 말은 왠지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하는 듯하니까요."

 

 

 

마야는  리쉬와의 혼인이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 부모님을 여읜 마야는 리쉬의 집에서 함께 살았기 때문에 리쉬에게 이성으로서의 매력을 느끼진 못했기 때문이죠. 마야에게 리쉬는 그저 어린아이처럼 보였습니다. 데브와 리아(쁘레띠 진따 분)의 결혼생활도 별로 순탄치 않습니다. 잘나가는 패션잡지의 편집장인 리아는 일 때문에 가족들한테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지요. '만족하지 못하는 결혼(생활)'이라는 공통점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기억하게 되지요.

 

그날 데브는 참으로 불행한 사고를 당합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축구선수로서의 생명도 끝났지요.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나오는 데브의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관계에서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기도 한다."

 

 

4년 후, 데브와 리아의 관계는 여전히 삐걱거리고, 마야와 리쉬의 관계도 좀체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다리를 다쳐 축구선수로서의 희망을 잃은 데브는 늘 날카롭게 날이 서 있습니다. 아기를 낳지 못하고 남편을 그리 사랑하지도 않는 마야는 결혼생활의 보람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데브와 마야는 어이없는 사건으로 다시 만납니다. 마침 희대의 유괴범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던 때, 데브가 아들 아르준에게 농담으로 위협한 것을 우연히 듣게 된 마야가 유괴범인 줄 알고 아르준을 나꿔챈 것이 사건의 화근이었습니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마야가 병원으로 간 후에야 그들은 서로를 알아봅니다. 그렇게 하여 끊어졌던 인연이 다시 시작됩니다.

 

데브와 마야는 점점 가까워지고 성관계까지 맺게 됩니다. 서로를 속이면서 그렇게 살 수도 있으련만 두 사람은 배우자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말지요. 리아와 리쉬는 배우자에게 모두 이별을 고합니다. 데브와 마야는 집을 떠나면서 서로 통화하지만, 서로가 상대는 가정을 유지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데브와 마야는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3년 동안 외롭게 살아갑니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리쉬의 재혼 덕분이었습니다. 마침 데브는 아들을 보러 왔었고, 마야는 리쉬의 초대로 결혼식장을 찾은 것입니다. 리아와 리쉬는 마야와 데브가 둘 다 홀몸인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에 리아는 마야에게 말합니다. "마야! 아직도 데브가 혼자 살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던 거야? 빨리 기차역으로 가봐. 15분 후면 데브는 토론토행 기차를 타고 떠날 거야."

 

마야는 기차역으로 갑니다. 데브는 마야를 발견했지만 못 본 체하고 기차를 탑니다. 마침내 마야는 창문을 통해 데브를 발견합니다. 마야의 간절한 눈빛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기차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자, 어떻게 될까요?

 

인도 대중영화는 해피엔딩이죠! 아직 행복하지 않다면 영화는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기차는 떠났는데, 뒤에서 마야의 어깨를 짚는 손이 있습니다. 바로 데브의 손이었습니다. 데브는 우슬착지한 채 마야에게 호소합니다.

 

"모든 사람은 행복과 슬픔을 함께 경험하게 돼. 나는 나의 벌을 너와 함께하고 싶어. 너와 함께 살아도 내 삶이 완벽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도 그것도 우리의 삶이야. 불완전한 삶이지만 나와 함께하지 않을래, 마야?"

 

마야의 오묘한 빛깔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집니다. <블랙>에서처럼 눈물로 세면하겠다는 듯이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합니다. "아이 러브 유, 투."

 

결혼의 기초는 사랑이어야 한다, 기초공사가 잘못되면 건물은 곧 무너지고 만다, 이렇게 말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진부하죠? 다른 말로, 보편적입니까? 지나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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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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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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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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