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808
[내가 본 인도영화 28]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춤추는 무뚜>(1995)
차창룡    

오랜만에 영화평 올립니다.

남인도 여행가시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보았습니다.

여행가시는 분들 많은 걸 구경하고 오십시오.

타밀나두 주도 들르시겠죠?

타밀나두에서 만든 영화 한 편 소개합니다.



Muthu, The Dancing Maharaja, 1995

춤추는 무뚜

인도 | 132분 | 개봉 2000.07.15

감독 : K. S. 라지쿠마르

출연 : 라지니칸트(무뚜), 미나(랑가), 사라트바부(라자), 라드하라비


시험이 끝난 후 인도영화 한 편을 보았다. 이은구 선생의 <인도, 끝없는 영화사랑의 땅>(세창미디어, 2003)에서 소개한, “이 작품은 영화가 최대의 오락이자 위안거리인 인도인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15주간이나 롱런 히트를 기록했으며, 일본에서 개봉되어 70억원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젊은층들에게 인도영화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35쪽)라는 정보가 생각나 보게 된 작품이다.


인도영화의 특징이 그대로 살아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접하지 못한 타밀나드 주의 영화여서 좀 낯설었지만, 농촌 정서가 물씬 풍기는 유치하면서도 정겹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대단히 조화를 잘 이룬 듯한 춤과 노래가 매력적이라기보다는 마력적이었다.

인도영화를 소개하면서 여러번 얘기했지만, 인도 사람들은 ‘절대적인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절대적인 ‘다르마의 화신’을 특히 좋아한다. 비슈누의 일곱번째 화신인 ‘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그들이 그런 유형의 인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라마는 ‘다르마’(여기서는 ‘약속’의 의미로 생각해도 되겠다)를 지키기 위해 왕위를 동생에게 내주고 14년간을 숲속에 유배되어 살았던 절대적인 다르마의 화신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르마의 화신을 생각나는 정도로 적어본다. 「내 이름은 칸」의 칸, 「세 얼간이」의 란초, 「모든 아이들은 특별한 존재다」의 람 선생님, 「블랙」의 사하르 선생님, 「깔호나호(내일은 오지 않을지도 몰라」의 아만 등은 다르마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르마의 화신은 바로 무뚜(라지니칸트 분)이다. 무뚜는 타밀나드주의 대지주 라자(사라투바부 분)의 시종으로 집사를 맡고 있는데, 그는 주인인 라자와 그의 어머니인 마님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충성을 바친다. ‘절대적인 충성’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부르는 노래 “주인님은 오직 한 분/나머진 모두 하인”을 들어봐도 그의 충실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무뚜가 부르는 이 노래가 처음에는 반감을 불러일으켰지만, 뒤에 오는 반전에 의해 그 반감은 끝내 호감으로 바뀐다.


라자는 노총각인데도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라자의 백부 암파라(라드하라비 분)는 딸 파드미니(스브하슈리 분)를 어떻게든 라자와 혼인시키려 한다. 라자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라자의 재산을 가로채려는 속셈이었다. 파드미니는 착한 처녀였지만, 라자는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라자에게 마침내 결혼하고픈 여자가 생겼다. 연극을 좋아하는 라자는 무뚜를 데리고 어느 유랑 극단의 연극을 보러 갔다가 빼어난 미인인 여배우 랑가(미나 분)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다. 며칠 후, 조직폭력배가 극단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고 라자와 무뚜는 폭력배들과 싸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무뚜는 라자의 명대로 랑가를 데리고 도망친다.



무뚜가 랑가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고, 나는 그들이 결국 사랑하게 되리라 예상했다. 역시나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던 두 사람은 차츰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 결혼까지 약속한다. 다만 주인 라자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서로의 사랑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랑가는 자신의 슬픈 사연을 들려준다.


랑가는 언니 내외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형부는 행실이 몹시 좋지 않았다. 형부는 언니를 죽이고 랑가도 죽이려 했으나, 랑가는 도망쳐서 극단에 들어가 배우가 되었던 것이다. 그 사연을 들은 무뚜는 랑가가 라자의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주선해준다. 물론 이 상황에서 라자는 적극적으로 무뚜를 받아들이면서, 아울러 무뚜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파드미니는 라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자기 집으로 가버린다. 암파라는 자신의 딸이 라자와 결혼하지 못한 이유가 랑가에게 있음을 알고 형사인 랑가의 형부를 데려온다. 무뚜와 형부의 치열한 전투는 역시 무뚜의 승리로 끝난다.(다르마의 화신들은 비슈누의 화신 라마가 그렇듯이 대체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뚜는 싸움 잘하고 춤 잘 추고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유쾌한 해결사이다.) 암파라는 더욱 무서운 음모를 꾸밀 수밖에 없다. 암파라의 사주를 받은 카리(폰남발람 분)는 무뚜와 랑가 사이를 눈치채고 라자에게 무뚜가 랑가에게 결혼을 강요할 뿐 아니라, 재산까지 가로채려 한다고 거짓으로 고해바친다. 이에 격분한 라자는 무뚜를 내쫓아버린다. 이 사실을 안 마님은 라자에게 무뚜의 출생비밀에 대해 알려준다.


무뚜의 아버지는 현재 나무 밑에서 생활(불교용어로 말하면 두타행이다)하고 있는 사두이다. 그는 타밀나두의 대지주였으나 소작인들과 하인들에게 많은 재산을 나눠주고, 남은 재산은 자신을 배신한 라자의 아버지에게 물려주고 숲으로 들어가버린다. 숲으로 들어가면서 어린아이 무뚜를 라자의 어머니에게 맡기게 되고, 배신한 라자의 아버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결한다. 그렇게 해서 무뚜는 라자의 집에서 하인으로 자라게 된 것이다. 그리고 라자의 아버지가 주인을 배신하게 된 데는 형인 암파라의 사주가 있었다.


무뚜의 비밀을 안 암파라는 무뚜뿐만 아니라 라자까지 살해하려 하는데,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인도영화에서 그렇게 될 리는 없다. 영화 「옴 샨티 옴」의 옴이 말했듯이 “현재 주인공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인도영화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행복해지기 전까지 다만 시련이 필요할 뿐이다. 그 시련이 있어서 해피엔딩에 우리는 환호를 보내는 것 아니겠는가.



백부에게 따지러 가던 라자는 카리에게 살해당하고, 카리는 무뚜가 라자를 죽였다는 소문을 낸다. 무뚜와 카리의 치열한 전투 끝에 카리는 결국 자신의 소행이 암파라의 사주임을 실토한다. 결국 모든 것은 사필귀정, 죽었던 라자까지 무뚜 아버지의 구출로 돌아오게 된다.

무뚜는 랑가와 혼인하고, 라자는 파드미니와 혼인하여 행복하게 잘살게 되었다는 이야기!


줄거리는 유치한 멜로드라마이긴 하지만, 무뚜는 현대판 ‘다르마의 화신’이라 할 만하지 않는가? 그런 이가 바로 우리들의 영웅이 될 것이다. 그런 영웅을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로 모시고 싶어한다. 어쩌면 안철수 같은 사람이 그런 영웅에 해당할는지 모르겠다.

남인도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심심풀이로 볼 만한 영화! 인도영화의 성격을 생각하시면서! 우리의 무뚜를 생각하면서!



                       

詩牧 2011.12.09. 11:35 pm 

아, 차시인. 반갑소. 일자 소식도 읎다가 ....그래, 공부는 잘 되고 있소?

보물섬 2011.12.10. 2:29 am 

아, 차선생님. 아니 동명 스님. 오랜 침묵을 깨고 드디어 . . . 저희들 인도 가기 전에 한 번 안 나오시나요? 뵙고 싶습니다. ^0^

차창룡 2011.12.10. 9:20 am 

예, 반갑습니다, 고진하 선생님, 최창근 선생님. 공부하느라 바빴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싶었던 걸 공부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29일 출발이셨지요? 그 사이에 모임 있으면 한번 가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금빛나 2011.12.18. 5:59 pm 

저도 이 영화 정말정말 좋아해요!!! 사실.. 윗쪽의 볼리우드 영화는 아직 단 한 번도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ㅎㅎ 그리고 동명스님, 넘넘 반가워요...ㅠㅠ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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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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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010.02.13.
[인도신화개관 27] 힌두교 시대의 신 14. 엘로라 16굴에서 만난 파괴의 신 쉬바
979
31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6] 힌두교 시대의 신 13.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크리슈나
1008
30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5] 힌두교 시대의 신 12. 용감한 무사의 난폭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1]
1070
29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4] 힌두교 시대의 신 11.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 크리슈나와 악마 칸샤의 죽음
915
28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3] 힌두교 시대의 신 10. 인도인의 이상형 라마
1066
27
2010.01.25.
[인도신화개관 22] 힌두교 시대의 신 9. 비쉬누의 화신 아바타 [5]
1231
26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1] 힌두교 시대의 신 8.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둘러싼 신과 악마의 싸움 [3]
959
25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0] 힌두교 시대의 신 7. 해결사 비쉬누와 젖의 바다
995
24
2010.01.06.
[인도신화개관 19] 힌두교 시대의 신 6.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유지의 신
차창룡 저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2007)
1027
23
2010.01.03.
[인도신화개관 18] 힌두교 시대의 신 5. 브라흐마의 아내 사비트리의 저주 [1]
차창룡 지음,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921
22
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928
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1147
20
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1175
19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1192
18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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