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32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차창룡    

인류의 조상 마누가 어느 날 강에서 손을 씻고 있었어요.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갑자기 손에 잡히는 거예요. 물고기는 파드득 떨면서 말했어요.

“저는 연약한 물고기랍니다. 제가 큰 물고기로 자랄 때까지만 보살펴 주세요.”

“물 속에 사는 너를 내가 어떻게 보살펴 준다는 말이냐?”

마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물고기는 다시 간절하게 말했어요.

“저를 어항 속에 담아서 길러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강에서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고 말 거예요. 저를 보호해 주시면, 나중에 당신을 구해 드리겠어요.”

“연약한 네가 나를 어떻게,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구한단 말이냐?”

“큰 홍수가 있을 것입니다. 모든 생명체가 휩쓸려 사라질 거예요. 온갖 생명체가 교만하고 타락한 까닭이지요.”

“그게 정말이냐?”

물고기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 전에 당신은 큰 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곳에 온갖 생명체의 씨앗을 하나씩 실으세요. 그리고 홍수가 나면 당신의 가족들만 배에 타시면 제가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드릴 겁니다.”

그러나 마누에게는 가족이 없었어요.

“내게는 가족이 없는데 어떻게 한단 말이냐?”

“열심히 수행하고 신에게 정성을 다하면 가족이 생길 거예요.”

마누는 물고기를 어항 속에 넣어서 기르는 한편 매일 가부좌를 하고 명상에 잠겼어요. 천 일이 지나자 마누는 신에게 제사를 지냈어요. 정제된 버터와 우유를 강물에 바쳤어요. 강이 곧 신이었으니까요.

마누가 강물에 바친 버터와 우유가 단단하게 엉키기 시작했어요. 일년이 지나자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탄생했습니다. 그 여인을 누가 가장 먼저 보았는지 아세요?

앞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신이 정의의 신 바루나라고 했지요. 바로 그 정의의 신 바루나와 미트라가 그 여인을 맨 먼저 보았어요. 그들은 그 여인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었지요.

“저는 마누의 딸 이다입니다.”

“오, 그래, 아름답구나.”

여인은 마누의 집을 찾아갔어요. 마누가 물었지요.

“너는 누구냐?”

“저는 당신의 딸 이다입니다.”

“나에게는 딸이 없는데……”

“저는 당신이 강물에 바친 버터와 우유에서 태어났어요. 그러니 당신의 딸이지요. 저와 당신의 힘을 합치면 자손과 가축들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마누와 이다는 함께 살면서 늘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고행에 열중했어요. 그들 사이에 많은 자손들이 생기고 가축들도 많아졌습니다.

그 동안 물고기는 커져서 어항 속에서는 살 수 없게 되었어요. 물고기는 마누에게 말했지요.

“저를 이제 강물에 넣어 주세요.”

마누는 물고기를 강물에 다시 넣어 주었습니다. 물고기는 미소를 띠면서 작별인사를 고했어요.

“우리는 곧 만나게 될 거예요. 배를 빨리 만드세요.”

마누와 이다는 커다란 배를 만들어 모든 생명체의 씨앗을 하나씩 실었어요.

얼마 후에 세상에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며칠이고 그칠 줄을 몰랐지요. 마누와 가족들과 가축들은 모두 배에 올랐습니다. 곧 세상은 온통 물바다가 되었지요. 그때 물고기가 나타났어요. 물고기는 어느덧 커다란 나무만큼 컸어요.

“저의 지느러미에 배를 묶으세요.”

밧줄을 물고기의 지느러미에 묶자 물고기는 어디론가 헤엄쳐갔어요. 어느덧 배는 히말라야 꼭대기에 와 있었어요. 마누의 배에 탄 것을 빼고는 모든 생명체가 홍수에 휩쓸려 버렸어요.

비가 그치고 물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물고기는 다음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어요.

“당신이 이제 세상을 새로이 창조하시지요. 당신은 브라흐마 신의 아들이자 그분의 화신이십니다. 저는 비슈누의 물고기 화신 마츠야입니다.”

마누는 다시 요가를 시작했어요. 세상은 마누의 힘으로 다시 생기를 되찾았어요. 마누는 세상의 질서를 잡기 위하여 법전을 만들었습니다. 그 법전을 마누법전이라고 하지요.

마누와 이다를 중심으로 인류는 새로이 번창하기 시작했어요.


                       

차창룡 2009.12.21. 3:08 pm 

어린이 버전으로 쓴 것입니다.

김태형 2009.12.21. 4:45 pm 

처조카 딸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는데, 그때 '이다'라고 지었습니다. 나중에 인도신화 들춰보다가 '이다'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죠. 내 딸 이름으로 지을 걸 하고 말이죠. 사람이라는 뜻인 '마누쉬'는 '마누'에서 나온 말인가봐요. 나중에 처가에 내려갈 때 이 글 프린트해서 선물로 줘야겠네요. "실은 네 이름이 이런 뜻이란다" 하고요.

차창룡 2009.12.21. 5:48 pm 

그렇군. 그리스 신화에도 '이다'라는 산이 있다고 해. 처조카 딸의 성이 뭔지 모르지만, 김씨라면 '김이다', 아주 좋네.

은기사 2009.12.21. 9:27 pm 

어린이 버전이 쉽고 재밌습니다. ^^
'이다'라는 이름은 '금이다'가 최고인 것 같구요, '차이다''한이다''팽이다''감이다''공이다''황이다' 등등은
별룹니다. ㅋ

금빛나 2009.12.31. 4:27 am 

선생님~ 이거 이거, 새로 바뀐 사진 넘 맘에 들어요!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시선은 밑으로.
완전 맘에 듦.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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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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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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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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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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