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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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개관 22] 힌두교 시대의 신 9. 비쉬누의 화신 아바타
차창룡    

아바타(avatar)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이 인도신화에서 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많다. 아바타는 산스크리트로 ‘화신(化身)’을 뜻하는데, ‘아래로 내려온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인도신화에서는 하늘의 신이 땅에 내려와 유정(有情)이 되었을 경우, 그 유정이 바로 아바타이다.

 

신의 이바타를 흉내내어 인간도 아바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인터넷에 아바타를 만들었는데, 이를 더 응용하면 실제 생활에서도 아바타를 만들어 우리는 이중 삼중의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착안하여 영화 <아바타>가 만들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영화 <아바타>는 우주에 식민지를 만들고자 하는 지구인이 자연친화적으로 살고 있는 우주인의 땅을 파괴하기 위해 만든 '아바타'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우주인의 삶을 파괴하기 위해 파견되었으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주인공은 지구인이야말로 악마임을 깨닫고 지구인과 대립하게 된다. 실로 우주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이 비쉬누의 아바타들이 공통적으로 맡은 소임이라면 이러한 결과는 당연하다. 

 

인도의 신 중에서 비쉬누는 가장 많은 아바타를 가지고 있다. 비쉬누 신의 아바타들이 맹활약했기 때문에 오늘날 그는 인도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신이 될 수 있었다. 비쉬누의 화신은 보통 열 가지로 알려져왔다. ① 물고기 마츠야, ② 거북이 쿠르마, ③ 맷돼지 바라하, ④ 사자인간 나라싱하, ⑤ 난쟁이 바마나, ⑥ 도끼를 든 무사 파라수라마, ⑦ 서사시 <라마야나>의 주인공 라마, ⑧ <바가바드 기타>의 설법자 크리슈나, ⑨ 붓다, ⑩ 미래의 메시아 칼키 등이다.

 

인도인들은 세계가 탄생과 소멸을 정기적으로 반복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네 시기(유가)로 나누고 있다. 크리타 유가 4800년, 트레타 유가 3600년, 드와파라 유가 2400년, 칼리 유가 1200년 등이 그것이다. 크레타 유가는 다르마(法)가 100% 행해지는 황금시대이고, 트레타 유가는 다르마의 25%가 없어진 시대이다. 드와파라 유가가 되면 다르마의 절반이 없어지고, 칼리 유가 때는 다르마가 25%밖에 남지 않는다. 오늘날은 칼리 유가이다. 트레타 유가 때 비쉬누의 일곱 번째 화신 라마가 출현했고, 드와파라 유가 때 여덟 번째 화신 크리슈나가 나타났으며, 칼리 유가의 말기가 되면 칼키가 나타나 세상을 구원한다는 것이 비쉬누를 숭배하는 힌두교인들의 믿음이다.

 

 

비슈누의 멧돼지 화신 바라하

카주라호 서쪽 사원군에 바라하 사원이 하나 있다. 락쉬미 사원과 함께 있는 조그만 사원이지만, 사원에 모셔진 멧돼지 화신상은 일품이다. 늠름한 멧돼지가 당당하게 버티고 서서 사람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이 멧돼지상을 보면 네 발 달린 짐승이 사람보다 열등한 동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라하 밑에는 비쉬누의 화신임을 나타내는 비쉬누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옛날 히란야크샤라는 이름의 악마가 브라흐마 신을 위해 희생제를 드리면서 오랫동안 고행했다. 은총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브라흐마 신이 히란야크샤가 거명하는 신과 인간과 동물에 의해서는 죽지 않는 힘을 히란야크샤에게 내려주었다. 그런데 히란야크샤는 실수하여 멧돼지를 빠뜨려버렸다. 결국 히란야크샤는 어떤 신과 인간과 동물에게도 죽임을 당하지 않지만, 오직 멧돼지에게는 당할 수 있게 되었다.

강력한 힘을 얻게 된 히란야크샤는 신과 인간들을 정복하고 지배하게 되었다. 오만해진 그는 브라흐마가 잠든 사이에 신성한 베다조차 훔쳐버렸으며, 대지를 바다 밑에 가라앉혀버렸다. (그리하여 히말라야 산맥에는 아직도 바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견디다 못한 브라흐마가 비쉬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쉬누가 콧김을 내뿜어 한 마리의 멧돼지를 만들자, 멧돼지는 바다에 뛰어들어 대지를 물고 올라왔다. 히란야크샤가 이를 저지하려 하자, 둘 사이에 치열한 싸움이 벌여졌다. 히란야크샤는 자신이 어떤 동물에게도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멧돼지의 이빨은 히란야크샤의 목덜미 속으로 깊이 박혀서 목숨을 끊어버렸다. 비쉬누는 바다에서 건져올린 육지를 산과 계곡들로 치장한 뒤 일곱 개의 대륙으로 나누어 갖가지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비쉬누의 난쟁이 화신 바마나

난쟁이 화신 바마나는 인도인들이 즐겨 조각하는 신이다. 어느 박물관에서도 바마나 상을 구경할 수 있으며, 사원의 벽면에도 바마나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카주라호의 동쪽 사원군에는 바마나를 모신 사원이 있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가면 카주라호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물들을 구경하면서 여유 있게 갈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어린아이들이 가이드가 되어주겠다며 따라붙는다. 물론 약간의 용돈을 얻기 위한 수작인데, 사실은 가이드가 전혀 필요 없다. 사원의 가이드들의 얘기도 이것은 무슨 신이고, 저것은 무슨 신이라는 사실 외에는 없다. 그래도 너무나 많은 신들이 있어 분간하기 힘들다면 한번쯤 그들의 안내를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비쉬누의 화신들이 맹활약하게 되는 계기는 언제나 악마들의 준동이었다. 이번에도 악마 발리가 엄격한 고행과 극진한 희생제 덕분에 강한 힘을 소유하여 악마들의 왕이 되었다. 악마의 왕이 된 그는 강력한 힘으로 하늘나라와 땅의 세계를 모두 지배하게 되었다. 발리에게 하늘나라를 빼앗긴 신들의 왕 인드라는 비쉬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쉬누는 인드라의 어머니인 아디티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그가 바로 난쟁이 바마나였다.

바마나는 발리에게 가서 세 발짝을 걸을 만큼의 땅을 줄 것을 간청했다. 난쟁이가 세 걸음을 걸은들 얼마나 되겠는가. 발리는 난쟁이를 비웃으며 쾌히 수락했다. 발리의 승낙을 얻은 바마나는 갑자기 몸집이 엄청나게 커졌다. 그는 곧 세 발짝을 걸었는데, 첫 발짝으로 대지를 밟았고, 두 발짝으로 하늘을 넘어버렸다. 두 발짝만으로 이미 우주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발짝을 어디에 두면 좋은가 하고 발리에게 묻자, 그제서야 자신이 교만했음을 뉘우친 발리는 자신의 머리를 밟아줄 것을 청했다. 바마나는 발리의 머리를 밟고는 지하세계로 밀어버렸다.

카주라호의 사원들에는 온갖 신과 천상의 하녀들인 압사라들이 새겨져 있으며, 또 기묘한 성행위를 연출하고 있는 미투나상들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그 미투나상들은 카주라호의 사원들이 건립된 서기 1000년 안팎의 기간에 탄트리즘이 유행했음을 말해준다. 이슬람 세력들에 의해 그 대부분이 파괴되어 인도에는 오래된 힌두 사원이 별로 없는데, 그나마 카주라호에 집중적으로 남아 있는 것은 이곳이 그만큼 오지여서이기도 하지만, 비쉬누 신과 그의 화신들의 은총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다양한 힌두 사원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하늘의 축복이리라. 카주라호에 간다면 바하라 상과 함께 찍혀 있는 비쉬누의 발자국을 사랑스런 손길로 어루만져볼 일이다.


                       

차창룡 2010.01.25. 5:27 pm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마츠야(마차) 이야기는 인간의 조상 마누 이야기를 하면서 했지요. 거북이 화신 쿠르마도 젖의 바다와 암리타 이야기하면서 역시 했습니다.

김태형 2010.01.26. 9:53 pm 

비슈누의 11번째 화신도 있습니다. 세계까지는 모르더라도, 인생모의 유지를 관장하는 '각자' 선생님이 그 주인공이지요. 한 1세기쯤 지나면 인도 신화도 11번째 아바타를 새롭게 정립하지 않을까요. ^.^;;

차창룡 2010.01.27. 10:42 am 

한 백년 더 살아봐야겠네. 이화경 선생님 산문집 읽고 있는데, 눈물겹네.

김태형 2010.01.27. 1:20 pm 

그러다 녹아버릴지도 몰라요! ㅎㅎ

조명 2010.01.28. 11:18 pm 

"세 발짝을 걸을 만큼의 땅을 주세요."에 밑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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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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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신화개관 28] 힌두교 시대의 신 15. 남근 모양의 링가가 신앙의 대상이 된 이유는?
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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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3.
[인도신화개관 27] 힌두교 시대의 신 14. 엘로라 16굴에서 만난 파괴의 신 쉬바
1007
31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6] 힌두교 시대의 신 13.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크리슈나
1037
30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5] 힌두교 시대의 신 12. 용감한 무사의 난폭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1]
1098
29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4] 힌두교 시대의 신 11.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 크리슈나와 악마 칸샤의 죽음
929
28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3] 힌두교 시대의 신 10. 인도인의 이상형 라마
1097
2010.01.25.
[인도신화개관 22] 힌두교 시대의 신 9. 비쉬누의 화신 아바타 [5]
1280
26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1] 힌두교 시대의 신 8.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둘러싼 신과 악마의 싸움 [3]
967
25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0] 힌두교 시대의 신 7. 해결사 비쉬누와 젖의 바다
1001
24
2010.01.06.
[인도신화개관 19] 힌두교 시대의 신 6.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유지의 신
차창룡 저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2007)
1043
23
2010.01.03.
[인도신화개관 18] 힌두교 시대의 신 5. 브라흐마의 아내 사비트리의 저주 [1]
차창룡 지음,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930
22
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934
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1198
20
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1203
19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1219
18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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