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1006
[인도신화개관 24] 힌두교 시대의 신 11.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 크리슈나와 악마 칸샤의 죽음
차창룡    
 


라마가 왕이 된 후 동생 락쉬만에게 하사했다는 도시 러크나우를 떠나 우리는 비쉬누의 여덟 번째 화신 크리슈나의 고향 마투라로 향했다. 마투라는 이른바 ‘마투라 양식’이라 일컬어지는 불교미술 양식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마투라 양식의 조각들은 ‘넘치는 힘’을 그 특징으로 한다. 떡벌어진 어깨에 불룩한 가슴, 두 다리는 벌린 채 힘있게 땅을 디디고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인간이자 신인 크리슈나의 넘치는 힘이 이 고장 사람들의 넋에 깊이 뿌리내렸던 것일까?

 

라마가 인도인의 이상형이라면, 크리슈나는 마음의 연인이다. 라마가 도덕적인 완벽성을 보여주었다면, 크리슈나는 숱한 염문을 뿌리면서도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완벽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옛날 라마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수많은 여성들이 사랑에 빠졌는데, 라마는 그 여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다. 그러나 다음 생애에 내가 크리슈나라는 이름으로 태어나면 그대들과 함께 열렬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슈나가 태어날 즈음 마투라는 악마 칸샤가 다스리고 있었는데, 아버지를 내쫓고 왕이 된 그는 강력한 힘으로 신의 세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이를 본 비쉬누는 자신의 머리카락 두 개를 뽑아 대지의 여신에게 전하며, “흰 머리카락은 바수데바의 부인이자 칸샤의 누이동생인 데바키의 일곱 번째 아들 발라라마로, 검은 머리카락은 여덟 번째 아들인 크리슈나로 태어날 것이다. 크리슈나가 악마 칸샤를 죽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칸샤는 바수데바와 데바키가 자식을 낳자마자 모두 죽여버렸다. 그러나 발라라마는 이미 바수데바의 다른 부인 로히니의 자궁 속으로 옮겨가 태어났고, 크리슈나는 태어나자마자 목동인 난다와 그의 아내 야소다 사이에서 갓 태어난 딸과 바꿔치기하여 살아남게 되었다.

 

크리슈나가 특별한 존재임을 처음으로 알아차린 이는 양어머니인 야소다였다. 그녀가 우연히 크리슈나의 목을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우주가 다소곳이 들어 있었다.

 

크리슈나가 태어난 곳에 세워진 스리 크리슈나 잠부미(Shri Krishna Janmbhoomi)는 아우랑제브가 만든 모스크를 그대로 개조해 힌두교 사원으로 만든 것이다. 사원 바로 옆의 숙소에 여장을 푼 우리는 다음날 아침 사원에 갔다. 사원으로 들어가면 마치 감옥처럼 생긴 방이 있다. 그곳이 크리슈나가 태어난 장소이다. 신전에는 크리슈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크리슈나의 탄생 장면을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고, 아기 크리슈나와 크리슈나 상이 모셔져 있다. 순례자들은 정중하게 큰절을 올린 후 오랫동안 엎드려 있기도 하고,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한다. 아기 크리슈나의 모습은 아기 예수처럼 성스러우면서도 귀엽다. 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에게 사람들은 마음껏 사랑을 고백한다.

 

본의 아니게 크리슈나를 키우게 된 목동 부부 밑에서 크리슈나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크리슈나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은 마투라에서 약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마을 브린다반이었다. 바수데바는 발라라마도 목동 부부에게 보내어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칸샤는 성자 나라다로부터 발라라마와 크리슈나가 브린다반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칸샤는 여악마 푸타나를 크리슈나에게 보냈다. 푸타나는 목동의 아내로 변장하고는 크리슈나에게 독이 든 자신의 젖을 먹였다. 크리슈나는 맛있게 그녀의 젖을 먹었다. 아름다운 그녀의 유방을 꼭 움켜쥐고, 악마의 젖가슴에서 액체 한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빨아당겼다. 아름답고 귀여운 아기에게 젖가슴을 물린 채로 악마는 최고의 오르가즘을 느끼면서 죽어갔다.

 

칸샤는 크리슈나를 죽이기 위해 계속해서 악마들을 파견하지만, 그들은 모두 참혹한 죽음을 맞을 뿐이었다. 칸샤가 보내는 악마들을 하나하나 퇴치하는 가운데 크리슈나는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칸샤는 마침내 최후의 수단을 써서 크리슈나를 없애기로 하였다. 그는 사신을 목동들의 캠프로 보내어 두 젊은이들을 당장 마투라로 불러오도록 했다. 크리슈나와 발라라마는 기꺼이 그의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마투라로 향했다. 도중에 야무나 강에서목욕하고 나자 발라라마는 천 개의 머리를 가진 뱀으로 변했다.

 

칸샤는 그들을 물리치기 위해 사나운 코끼리를 보냈다. 크리슈나는 코끼리의 꼬리를, 발라라마는 몸통을 움켜잡고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코끼리를 가지고 장난치다가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이번에는 성난 칸샤의 부하들이 달려들었지만 아무도 용감한 형제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칸샤의 부하들을 모두 물리친 크리슈나는 곧바로 칸샤가 앉아 있는 왕좌로 달려가 두 손으로 그를 들어 땅바닥에 메다꽂았다. 크리슈나는 자신의 아들에 의해 폐위당했던 칸샤의 아버지에게 다시 왕관을 씌워주었다.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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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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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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