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81
[인도신화개관 28] 힌두교 시대의 신 15. 남근 모양의 링가가 신앙의 대상이 된 이유는?
차창룡    
 

 

쉬바의 창조의 측면이 강조된 상징물이 바로 링가(Linga)이다. 남근 형태의 이 상징물은 곧 생산성을 상징하고, 그러기 위해 여성 성기 모양의 요니(Yoni)나 여성 성기를 상징하는 연꽃과 늘 함께한다. 이것은 밀교적인 의미로서는 성적인 결합을 뜻하는 것으로서, 단순한 성적 결합이 아니라 궁극적인 해탈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쉬바의 힘은 근본적으로 여성성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으로, 따라서 그의 힘의 원천은 샥티(Shakti)라 불리며, 그것은 곧 그의 아내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인도인들이 쉬바의 링가를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주술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여인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남근상을 숭배하는 것과 같다. 쉬바의 링가가 인기 있는 것에는 이러한 세속적인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쉬바의 링가는 대단히 심오한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추상적인 개념을 신으로 만들 수 있었듯이, 인도인은 인격신 또한 추상화하는 능력이 있었다. 링가는 위대한 신 쉬바를 상징하는 기호이다. 이렇게 단순한 형태의 기호로 상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쉬바야말로 어떤 말로도 정의할 수 없는 브라흐만에 가장 가까운 신임이 증명된다. 추상화되면 추상화될수록 그 의미는 넓어지는 것이다. 쉬바는 링가로 기호화되면서, 상징하는 범위는 대단히 넓어진다. 링가가 되면서 쉬바는 비로소 브라흐만에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고, 힌두교의 세 신 중에서 최후의 우두머리로서 우뚝 서는 것이다. 실제로는 인도 신화 속에서 쉬바는 기호도 아니고, 성(性)도 없으며, 색깔도 없고, 맛도 없고, 냄새도 없으며,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며, 만질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으며, 변화하지도 않고, 행동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존재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아주 단순화된 링가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링가가 어찌하여 쉬바의 상징이 되었을까? 신화는 여러 이야기를 제공한다. 그중 하나만 들어보자.


브라흐마와 비쉬누가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게 ‘자신이야말로 우주의 조물주이다’라고 주장하며 심한 논쟁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 돌연 화염에 휩싸인 거대한 링가가 출현했다. 그것은 우주를 꿰뚫는 거대한 남성기(男性器)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어이없이 등장한 물체에 어안이벙벙해진 두 신은 각각 백조와 멧돼지로 모습을 바꾸어 그의 정체를 밝히고자 했다. 먼저 이 물체의 정체를 해명한 쪽이 위대한 창조주로 인정하기로 했다. 백조로 변신한 브라흐마는 천년의 긴 세월을 오직 위로만 날갯짓을 계속했고, 멧돼지로 모습을 바꾼 비쉬누는 역시 천년 동안 그 물체의 근원이 되는 곳을 향해 계속 치달렸다. 하지만 둘 다 어디까지 이르더라도 링가의 진정한 실체를 밝힐 수 없었다. 이윽고 피곤에 지친 비쉬누와 브라흐마는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서 서로에게 ‘이 링가는 자기들보다도 위대한 존재이다’라고 확인한 것이었다. 브라흐마와 비쉬누가 링가에게 머리를 숙여 절하자 링가에서 쉬바가 나타났다.

“우리들 셋은 원래 하나의 존재였소.”

쉬바는 자신이 두 신의 근원임을 분명히 선언했다. 바로 이 신이 쉬바이고, 그가 나온 원천이 된 링가가 신앙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기에 링가야말로 브라흐만이라는 절대적인 존재에 가장 근접한 이 세상의 기호인 것이며, 링가의 주인 쉬바는 위대한 요기이며, 희생제의 제주이고, 종말의 시기에 나타나는 파멸의 불이며, 법을 보전하는 다양한 인격을 소유한다. 이렇게 다양한 면모를 보유하는 것은 쉬바가 근원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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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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