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1048
[인도신화개관 29] 힌두교 시대의 신 16. 가장 인기 있는 신, 파괴의 신 쉬바
차창룡    
 


파괴를 담당한다고 하지만, 쉬바는 이미 이 세상이 유지되는 데 상당한 공헌을 했다. 우선 비쉬누가 젖의 바다에서 감로수를 꺼낼 때 가장 먼저 나온 독을 쉬바가 마신다. 만약 이 독을 다른 이가 마셨다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쉬바는 젖의 바다에서 나온 독을 넘기지 않고 목에다 보관한다. 그래서 쉬바의 목에는 늘 푸르딩딩한 먹이 있는 것이다. 은하수의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자신의 머리를 풀어 하늘의 물을 내리받아주는 역할도 한다. 쉬바는 이미 창조와 유지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쉬바는 보통 네 개의 팔을 갖고 있는데, 북인도의 사원에 모셔진 쉬바는 오른쪽 위의 손에는 삼지창을 들고 있고, 왼쪽 위의 손에는 뱀을 들고 있다. 남인도에서는 오른쪽 위의 손에는 도끼를, 왼쪽 위의 손에는 사슴을 쥐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손은 각기 보호와 자비를 상징하는 형상(무드라)을 취하고 있다. 그는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작은 북과 뱀이 감겨 있는 해골 지팡이를 지니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바하나인 황소 난디를 타고 다닌다.

 

삼지창은 세 개의 눈과 마찬가지로 쉬바 신이 우주적인 신임을 표시하는 것이며, 그것은 근원(Prakṛti)의 세 가지 원리가 현상세계에 작용하는 것을 상징한다. 라자스(Rajas, 激) 구나(Guna, 원리) 속에서 그는 세계를 창조하고, 사트바(Sattva, 純) 구나 속에서 그는 세계를 보존하고, 타마스(Tamas, 暗) 구나 속에서 그는 세계를 파괴한다. 뱀은 생명 에너지를 상징하며, 그래서 다산성을 뜻하는 부속물로 사용된다. 사슴은 쉬바 신이 동물의 주인임을 나타낸다. 또 쉬바 신이 지니고 다니는 것 중에 북이나 염주나 종이나 연꽃은 자궁으로부터 발전한 것으로 생명의 근원이자 여성적 원리를 상징한다.

 

쉬바 신의 부인은 그의 생의 단계에 따라 우마(Uma), 사티(Sati), 파르바티(Parvati), 두르가(Durga), 칼리(Kali), 미나크쉬(Minakshi)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중에서 우마와 사티는 같은 인물이고, 사티가 환생하여 파르바티가 된다. 두르가와 칼리는 구체적으로 쉬바와 함께 살지는 않았지만, 쉬바의 샥티를 인격화한 존재이므로 쉬바의 아내로 간주되고, 미나크쉬는 지방의 여신이 파르바티와 동일시된 경우이다.

 

인도인들은 한 신만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을 섬긴다. 그것은 신마다 각각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이 쉬바를 좋아하는 것은 단순하고 명쾌한 행동과 나쁜 것에 대해 철저하게 벌하고 자기를 신봉하는 이에게는 아낌없이 은총을 베푸는 면모 때문이다. 특히 복잡한 힌두 철학을 이해하기 힘든 하층 민중일지라도 쉬바의 논리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쉬바의 신화가 상징하는 바가 단순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앞에서 링가에 대해서 언급했듯이 쉬바 신화에는 우주의 근원인 브라흐만에 가장 근접한 면이 있다. 또한 쉬바는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요가 수행자이다. 그가 힌두교의 최고 신이 된 것은 그가 요가 수행의 최고봉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소마에 의지했던 베다 시대의 인드라는 물론이고, 브라흐마나 비쉬누보다 훨씬 철저한 방식으로 고행을 실천했다. 그 결과 그는 신들 사이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힘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그 파괴적인 힘 때문에 어떤 단순한 것 속에도 심오한 힘을 담을 수 있는 깊이가 생긴 것이고, 민중에게는 아주 쉬운 논리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쉬바 덕분에 힌두 철학은 무지렁이부터 최고의 지식인까지가 함께 공유하는 철학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두루미 2010.02.14. 10:41 am 

  인도 신들 이야기 잘 읽고 있습니다.
저는 파괴와 창조적 영감이 서린 쉬바신이 참 매혹적이라 생각해요.
요가자세들 중에도 비쉬누신에게 바쳐지는 자세가 있더군요 .
종종 요가아사나 속에 들어있는 신들의 이야기 읽으면 재미있었는데 여기와서 공부를 더 해야 할 듯 싶습니다.

김태형 2010.02.15. 3:31 pm 

나타라자상의 자세는 정말 예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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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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