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1170
[인도신화개관 30] 힌두교 시대의 신 17. ‘사티 의식’(남편이 죽으면 부인을 같이 화장하는 의식)의 유래
차창룡    
 

 


마투라에는 사티 부르지(Sati Burj)라는 독특한 탑이 있다. 이 탑은 1570년 자이푸르의 한 귀족이 어머니의 사티 의식을 기념하여 세운 것인데, ‘사티 의식’이란 파괴의 신 쉬바의 아내 사티가 남편의 명예를 위해 불속에 뛰어든 것을 모범으로 삼아, 죽은 남편과 함께 아내를 화장하는 의식을 말한다.

모든 우주만물을 창조한 브라흐마는 아들 다크샤에게 세상을 통치하도록 했다. 다크샤는 훌륭한 통치자여서 백성들은 물론 하늘나라의 신들조차도 그를 따랐다. 그는 훌륭한 저택으로 이사하고 자신의 딸 60명 중 59명을 하늘나라의 신들과 혼인시켰다. 이제 남은 딸은 막내 사티뿐이었다. 그런데 사티는 파괴의 신 쉬바를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다크샤는 쉬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이상한 차림새도 꼴불견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쉬바가 자신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크샤는 서둘러 사티를 신들 중의 한 명과 결혼시키기로 하고, 하늘의 신들을 초대했다.

혼례복을 입고 나타난 사티는 쉬바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다크샤가 초대하지 않은 쉬바가 올 리가 없었다. 사티는 혼신의 힘을 다해 쉬바를 향해 기도했다.

“사랑하는 쉬바 신이여! 저의 사랑을 진실이라 여기신다면 이 목걸이를 받으시옵소서.”

그녀는 목걸이를 하늘을 향해 던졌다.

그 순간 쉬바가 나타나 그 꽃목걸이를 목에 걸었으니, 사티는 결국 쉬바의 아내가 되었다. 사티와 쉬바는 쉬바의 집인 히말라야의 카일라사 산으로 돌아왔다. 히말라야는 쉬바의 놀이터이고, 카일라사 산은 그의 집이다. 히말라야 산맥은 북서쪽에서 남동 방향으로 활 모양을 그리며 파키스탄과 인도 북부․네팔․시킴․부탄․티베트 남부로 뻗어내리면서 몇 갈래의 산계를 만들어내는 광활한 산의 흐름이다. 그 광활한 산맥이 자신의 동네이고, 도저히 오를 수 없는 티베트의 영혼 카일라사 산(6,714m)이 집이라니, 인도인의 상상력의 깊이와 넓이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은가. 그 쉬바의 집을 축소하여 사원으로 만든 것이 엘로라 제16굴인데, 그곳에서 우리는 인도인의 웅대한 상상력을 몸으로 확인할 수 있다.

 

히말라야에서 쉬바와 사티는 하루하루를 요가 수행을 하며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다크샤가 또다시 희생제를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쉬바와 사티는 길을 나서 식장으로 갔다. 다크샤가 도착하자 모든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했지만, 쉬바와 사티는 자리에 앉은 채 가볍게 눈인사만 했다. 다크샤는 이에 분노하여 딸 부부에게 복수할 날을 기다렸다.

또다시 말 희생제를 올리면서 다크샤는 쉬바와 사티를 아예 초대하지 않았다. 희생제가 거행되는 날 사티는 희생제에 참석하자고 제의했지만, 쉬바는 응하지 않았다.

“저번 희생제 때부터 당신의 아버지는 나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소. 그래서 이번 희생제에 일부러 우리를 초대하지 않은 것이오. 나는 초대받지 않은 희생제에는 절대 참석하지 않는다오. 당신도 참석하지 않는 것이 좋겠소.”

이때 사티의 눈이 이글거리며 머리 뒤로 후광이 생기고, 아름다운 처녀 칸야쿠마리(이 처녀를 기리는 도시가 인도의 최남단에 있는 칸야쿠마리이다)가 되어 다가오더니, 전염병을 옮기는 여신 시탈라로 변하고, 칼리와 두르가 등 무서운 여신의 모습으로도 변했다. 쉬바는 할 수 없이 사티만이라도 희생제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오. 대신 난디(쉬바의 탈것인 소)를 타고, 나의 부하들과 함께 가시오.”

다크샤는 막내딸이 왔는데도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나는 너와 쉬바를 초대한 적이 없다. 이 희생제는 너희들이 참석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 아니다.”

사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브라흐마와 비쉬누를 보고 물었다.

“당신들은 나의 아버지가 위대한 쉬바 신을 모욕하는 말을 듣고도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다크샤가 딸의 말을 듣고 더욱 흥분하여 소리쳤다.

“닥쳐라! 여기 있고 싶다면 얌전히 있거라. 그러나 이 신성한 희생제에 너의 남편은 절대로 참석할 수 없다.”

사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아버지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제부터 나는 당신의 딸이기를 포기하겠습니다. 당신이 제게 주신 이 보잘것없는 육체를 지금 이 자리에서 버리겠습니다.”

사티는 쉬바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사랑하는 님이시여! 나는 오늘 나의 육체를 버리고 진심으로 존경할 만한 아버지를 만나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을 다시 찾겠습니다.”

기도를 마친 사티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아, 이렇게 사티는 쉬바 신의 명예를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라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사티 의식’은 새로운 몸으로 다시 남편을 섬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사티가 자신의 육신을 버린 이후 쉬바는 히말라야에서 오직 고행과 명상에만 몰두했다. 쉬바가 수행하고 있던 부근에 히말라야의 신인 히마바트와 부인 메나카가 살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귀여운 딸이 태어났다. 히마바트는 딸의 이름을 파르바티라고 지었다.

어느 날 성자 나라다가 히마바트를 방문하여, “당신의 딸 파르바티는 위대한 신 쉬바의 부인이 되도록 운명지어져 있습니다. 절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지요”라고 말했다.

히마바트는 파르바티를 데리고 쉬바가 수행하고 있는 장소에 갔다.

“신이시여, 당신에게는 당신의 고행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의 딸 파르바티가 당신의 수행을 도와드리고자 합니다.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파르바티는 쉬바와 함께 숲속에서 요가를 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파르바티가 쉬바의 아내가 되기까지는 또 고비를 넘겨야만 했다. 아무튼 쉬바와 파르바티는 훗날 금실 좋은 부부의 대명사가 된다. 인도의 많은 사원에는 쉬바와 파르바티가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그들이 특히 금실이 좋은 것은 그만큼 어렵게 혼인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은기사 2010.02.15. 6:10 pm 

  그러니까 쉬바와 파르바티가 지난번에 권해주신 소설<데브다스> 주인공의 원형인 거지요? 사티가 너무 불쌍해요. 흑흑!! 근데 선생님 대화가 많이 들어가니까 정말 실감나고 재밌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죽으면 부인을 같이 화장하는 관습법은 아주 잔인하네요. 남편이 죽으면 얼른 도망가야 할 듯. ㅋ

차창룡 2010.02.16. 11:26 pm 

맞습니다, 맞고요~

김애리자 2010.02.16. 1:21 am 

산이 집이고 산맥은 동네이고 ~~정말 거대한 상상 포부네요. 저도 베란다에 보이는 앞산을 정원으로 생각하고
지낸답니다.아파트가 산밑에 있거든요^^*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차창룡 2010.02.16. 11:27 pm 

전 중앙대학교 도서관이 제 서재인데, 스케일이 너무 작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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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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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
28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3] 힌두교 시대의 신 10. 인도인의 이상형 라마
941
27
2010.01.25.
[인도신화개관 22] 힌두교 시대의 신 9. 비쉬누의 화신 아바타 [5]
1057
26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1] 힌두교 시대의 신 8.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둘러싼 신과 악마의 싸움 [3]
907
25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0] 힌두교 시대의 신 7. 해결사 비쉬누와 젖의 바다
940
24
2010.01.06.
[인도신화개관 19] 힌두교 시대의 신 6.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유지의 신
차창룡 저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2007)
948
23
2010.01.03.
[인도신화개관 18] 힌두교 시대의 신 5. 브라흐마의 아내 사비트리의 저주 [1]
차창룡 지음,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841
22
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866
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964
20
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1073
19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1055
18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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