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938
[인도신화개관 31] 힌두교 시대의 신 18. 쉬바와 파르바티의 사랑과 결혼
차창룡    
 

 

사티가 자신의 육신을 버린 이후 쉬바는 히말라야에서 오직 고행과 명상에만 몰두했어요. 쉬바가 수행하고 있던 부근에 히말라야의 신인 히마바트와 부인 메나카가 살고 있었지요. 그들 사이에 귀여운 딸이 태어났어요. 히마바트는 딸의 이름을 파르바티라고 지었어요.

어느 날 성자 나라다가 히마바트를 방문하여 말했어요.

“당신의 딸 파르바티는 위대한 신 쉬바의 부인이 되도록 운명지어져 있습니다. 절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지요.”

히마바트는 파르바티를 데리고 쉬바가 수행하고 있는 장소에 갔어요.

“신이시여, 당신에게는 당신의 고행을 도와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의 딸 파르바티가 당신의 수행을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파르바티는 쉬바와 함께 숲속에서 요가를 하며 지내게 되었어요. 그러나 파르바티가 쉬바의 아내가 되기까지는 또 고비를 넘겨야만 했어요.

아무튼 쉬바와 파르바티는 훗날 금실 좋은 부부의 대명사가 되었어요. 인도의 많은 사원에는 쉬바와 파르바티가 다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지요. 그들이 특히 금실이 좋은 것은 그만큼 어렵게 혼인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고행에만 열중하던 쉬바에게 접근한 파르바티가 어떻게 해서 그의 아내가 되었을까요?


악마 타라카가 피나는 고행 끝에 브라흐마 신으로부터 강력한 힘을 부여받았어요. 오만해진 그는 신들을 무시하고 신들의 부인까지 빼앗기도 했어요. 인드라를 비롯한 신들은 이를 응징하려 했지만 누구도 타라카의 힘을 당할 수 없었습니다. 겁이 난 인드라는 아예 어디론가 숨어 버렸어요.

신들은 브라흐마 신에게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어요. 브라흐마 신이 말했어요.

“악마 타라카에게 커다란 힘을 주어 미안하네. 그러나 그것이 또한 나의 의무야. 타라카를 물리칠 수 있는 이는 오직 쉬바의 아들뿐이야.”

그러나 쉬바는 아직 혼인도 하지 않았어요. 아들이 있을 리가 없었지요.

브라흐마는 계속해서 말했어요.

“쉬바의 아들을 얻기 위해서는 쉬바를 파르바티와 혼인시켜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인드라를 찾아 도움을 청해야 하네.”

신들은 수소문 끝에 인드라가 숨어 있는 메루 산으로 찾아가 사정을 얘기했어요. 인드라는 사랑의 신 카마를 보내어 쉬바의 마음을 파르바티에게로 돌리기로 했어요.

쉬바를 무서워하는 카마는 신들의 요청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브라흐마는 카마의 안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약속했지요.

“네가 임무를 수행하기만 하면, 쉬바의 분노가 너를 죽인다 해도 내가 반드시 너의 생명을 되찾아 주겠다.”

카마는 부인 라티와 봄의 신 바산타를 데리고 쉬바의 수행 장소로 갔어요. 바산타가 숲을 꽃동산으로 만들었지요.

아름다운 꽃을 본 파르바티의 마음은 쉬바에 대한 사랑으로 요동쳤어요.

“저 아름다운 꽃으로 꽃목걸이를 만들어야겠다.”

파르바티는 아름다운 꽃을 따서 목걸이를 만들었어요. 그리고는 쉬바에게 다가갔지요.

파르바티가 쉬바에게 절하고 목걸이를 걸어 주려는 찰나 카마는 쉬바의 가슴을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았습니다. 화살을 맞은 쉬바는 순간적으로 사랑에 빠졌는데, 그것이 카마의 화살 때문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냈지요.

쉬바는 제3의 눈을 떠 카마를 노려보았습니다. 카마는 순식간에 한줌의 재가 되고 말았어요.

카마를 죽인 쉬바는 즉시 그 자리를 떠나 불 같은 정열을 꺼버리기 위해 칼리 간다키 강물에 뛰어들었어요. 강물은 쉬바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검게 말라 버렸어요. 칼리 간다키 강물은 지금도 시커먼 색깔이랍니다.


                       

차창룡 2010.02.19. 8:14 pm 

이제 남은 '인도신화개관'은 모두 어린이판으로 올립니다.

차창룡 2010.02.19. 8:22 pm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는 사법신(정의의 신) 바루나입니다. 바루나를 화자로 정한 것은 바루나의 눈이 태양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세상을 두루 비추듯이 두루 꿰뚫고 있다고 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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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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