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1014
[인도신화개관 33] 힌두교 시대의 신 20. 코끼리 머리를 한 귀여운 신 가네샤
차창룡    
 

쉬바의 또하나의 아들 가네샤


쉬바와 혼인한 파르바티는 자신이 목욕할 때 쉬바가 불쑥 들어오는 것이 민망했어요. 생각다 못해 파르바티는 쉬바의 씨와 자신의 목욕물과 향유를 섞어 힘센 소년을 태어나게 했어요.

소년은 태어나자마자 누구보다도 힘이 셌답니다. 파르바티는 소년에게 다정하면서도 힘있게 말했지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너는 내가 목욕하는 동안 문지기를 해라. 내가 목욕하는 동안에는 누구도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예, 어머니! 개미새끼 한 마리 들어가지 못하도록 할게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에게는 어머니의 말이 곧 법이었지요. 소년은 커다란 철퇴를 들고 어머니의 방문을 지켰어요.

드디어 쉬바가 돌아올 때가 되었어요. 쉬바는 바로 파르바티의 거처로 가려고 했지요. 파르바티는 그때 목욕하고 있었어요.

쉬바가 서슴없이 파르바티의 방문을 열려고 하는데, 철퇴를 든 소년이 제지했어요.

“어머니께서 목욕하시는 동안에는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소년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니 이놈아, 내가 누군지 아느냐? 파르바티의 남편이고, 우주의 주이니라. 나는 우주의 어느 곳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어. 도대체 나를 막는 너는 누구냐?”

“파르바티의 아들입니다.”

“파르바티의 아들이라면 나의 아들이기도 하지 않느냐. 언제 아들이 생겼단 말이냐. 썩 비키거라.”

“안 됩니다. 어머니가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화가 난 쉬바는 심복부하들의 군대인 가나를 소집하여 소년을 위협했어요. 가나들이 모여서 소년을 타이르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했으나, 소년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가나들은 하는 수 없이 무력을 사용하여 소년을 굴복시키기로 했지요. 그러나 소년의 괴력을 가나들도 당해내지 못했어요. 많은 가나들이 소년이 던진 못박힌 쇠몽둥이에 맞아 상처를 입고는 더 이상 공격할 의지를 잃었어요.

이때 카일라사를 방문한 성자 나라다가 이 이상한 사건을 보았어요.

“아니, 이것이 웬 소동인가? 위대한 신 쉬바와 위대한 여신 파르바티의 집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질 수가?”

사태를 파악한 나라다는 급히 천상으로 올라가 창조의 신 브라흐마에게 알렸습니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이시여? 카일라사에서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쉬바의 군대 가나와 웬 소년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져 온 산이 들썩들썩하고 있습니다.”

“아니, 천하무적의 가나가 소년 한 명과 싸우고 있단 말이냐?”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이옵니다.”

“그래, 내가 직접 내려가 보아야겠다.”

브라흐마가 내려와 보니 쉬바의 군대 가나가 한 소년에게 호되게 당하고 있었어요. 소년에게 다가간 브라흐마는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소년이여, 이분은 위대한 신이시다. 누구도 이분의 권위를 무시하면 큰 화를 당하게 된다.”

소년의 눈에 휘날리는 브라흐마의 수염이 띄었어요. 소년은 브라흐마의 수염을 장난스레 잡아당기며 말했어요.

“당신의 수염은 참 아름다워요. 가지고 놀고 싶어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브라흐마는 계속해서 설명했어요.

“이분은 또 파괴의 신으로 세상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분이고, 또 잿더미가 된 세상을 다시 살리는 분이란다.”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이 계속되자 소년은 철퇴를 휘둘러 브라흐마를 제지했어요.

“더 이상 듣기 싫어요. 어머니께서 목욕하시는 동안에는 누구도 이 문을 열 수 없답니다.”

사태를 파악한 나라다는 해결사 비쉬누를 모셔왔어요. 브라흐마가 쩔쩔매는 것을 본 비쉬누는 일단 완력을 휘둘러 소년을 제압하기로 했어요.

비쉬누는 천상의 군대를 소집하여 파르바티의 집 주위를 포위했어요.

“자, 이제부터 우주의 평화를 위한 시위 행진을 할 것이다. 앞으로 가!”

그러나 시위 행진은 얼마 가지 못했어요. 소년이 한 손에는 철퇴를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또 다른 두 손에도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행렬에 뛰어들자, 천상의 군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어요.

비쉬누는 결국 아예 말도 꺼내 보지 못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어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쉬바가 직접 나섰어요. 소년은 철퇴를 던져 쉬바의 활을 부러뜨렸어요. 쉬바는 자신의 주무기의 하나인 삼지창을 휘둘렀어요. 소년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어요. 소년의 머리는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천지를 뒤흔들었어요.

그 소리를 들은 파르바티가 놀라 목욕 가운을 입은 채 뛰어나왔어요. 자기 아들의 머리가 베어져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본 파르바티는 분노의 피가 끓어올랐어요.

파르바티는 십만 대군을 만들었어요.

“내 아들을 죽인 천상의 신들이 여기 있다. 이들에게 철저히 복수해야 할 것이야.”

파르바티의 십만 대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음이 있었어요. 이를 본 나라다는 더 이상의 피를 보았다가는 큰일이 나겠다 싶어 파르바티를 달래기 시작했어요.

“오 아름다운 여신이시여. 여신 중의 으뜸이시고, 우주를 파괴할 수도 있고, 창조할 수도 있는 여신이시여. 당신의 아름다움으로 우주가 아름답고, 당신의 사랑으로 우주가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분노는 이 모든 아름다움을 불태울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라다는 파르바티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어요.

“오 맑은 눈빛, 가장 귀한 사랑! 그 눈빛 앞에 태양신도 고개 숙이네……”

그제서야 파르바티는 겨우 나라다의 노래가 귀에 들어왔어요. 나라다는 파르바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쉬바는 최고의 신입니다. 누구도 그의 길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한 소년이 쉬바의 길을 막았고,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소년의 힘이 세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지만, 소년의 힘은 삼계의 누구도 당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쉬바 신의 분노를 통해서만 그가 제압당했습니다. 그러니 소년을 다시 살릴 방도를 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겨우 마음을 진정한 파르바티는 냉정하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당장 소년에게 살아 있는 다른 존재의 머리를 이식해 주고, 그를 천상의 존재 가운데 으뜸가는 신으로 선포하시오.”

분노가 풀린 쉬바 신도 아들을 살리기 위해 소년과 같은 시간에 태어난 존재를 찾아오도록 했어요. 그렇게 해서 데려온 코끼리의 머리를 소년의 몸에 이식시켰지요.

쉬바는 소년을 자신의 부대인 가나의 우두머리로 임명했어요. 그래서 소년의 이름이 가나의 우두머리란 뜻의 가네샤 또는 가나파티가 된 것입니다.

파르바티의 명에 따라 출입문을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에, 인도인들은 출입문에 가네샤를 모시는 경우가 많으며, 기업체에서도 가네샤를 모셔서 안전을 도모하지요.


가네샤는 또 학문의 신이기도 해요. 가네샤가 학문의 신이 된 것은 비야사가 구술한 󰡔마하바라타󰡕를 받아적었기 때문이랍니다.

성인 비야사는 󰡔마하바라타󰡕라는 거대한 시를 구상했는데, 그것을 자신이 구술하면 받아적을 수 있는 사람을 구하려고 브라흐마 신과 상담했지요.

브라흐마는 가네샤 신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요. 비야사는 한달음에 학문의 신 가네샤를 찾아갔어요.

“가네샤 님이여, 저는 우리의 뿌리에 관한 긴 시를 쓰고자 합니다. 글이 아니라 말로 풀어 내는 것을 그대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이를 받아적어야 합니다. 가네샤 님께서 저의 시를 기록해 주시겠습니까? 브라흐마 신께서 당신을 추천하셨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나 저의 펜은 한번 필기를 시작하면 도중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당신의 구술이 도중에 멈추거나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기록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긴 이야기를 단숨에 구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비야사는 말했어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러나 필기를 하시기 전에 제가 읊어대는 시의 구절 하나하나의 뜻을 잘 음미하신 다음에 기록하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저의 시가 온전하게 글로 옮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비야사는 때때로 시구를 복잡하게 읊어 가네샤가 그 뜻을 음미하는 데 약간씩의 시간이 걸리도록 하면서, 그 사이에 다음 구절을 정리하곤 했어요. 그렇게 해서 무사히 󰡔마하바라타󰡕가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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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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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010.02.13.
[인도신화개관 30] 힌두교 시대의 신 17. ‘사티 의식’(남편이 죽으면 부인을 같이 화장하는 의식)의… [4]
1316
34
2010.02.13.
[인도신화개관 29] 힌두교 시대의 신 16. 가장 인기 있는 신, 파괴의 신 쉬바 [2]
1034
33
2010.02.13.
[인도신화개관 28] 힌두교 시대의 신 15. 남근 모양의 링가가 신앙의 대상이 된 이유는?
959
32
2010.02.13.
[인도신화개관 27] 힌두교 시대의 신 14. 엘로라 16굴에서 만난 파괴의 신 쉬바
1004
31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6] 힌두교 시대의 신 13.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크리슈나
1035
30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5] 힌두교 시대의 신 12. 용감한 무사의 난폭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1]
1096
29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4] 힌두교 시대의 신 11.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 크리슈나와 악마 칸샤의 죽음
924
28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3] 힌두교 시대의 신 10. 인도인의 이상형 라마
1093
27
2010.01.25.
[인도신화개관 22] 힌두교 시대의 신 9. 비쉬누의 화신 아바타 [5]
1275
26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1] 힌두교 시대의 신 8.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둘러싼 신과 악마의 싸움 [3]
964
25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0] 힌두교 시대의 신 7. 해결사 비쉬누와 젖의 바다
999
24
2010.01.06.
[인도신화개관 19] 힌두교 시대의 신 6.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유지의 신
차창룡 저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2007)
1037
23
2010.01.03.
[인도신화개관 18] 힌두교 시대의 신 5. 브라흐마의 아내 사비트리의 저주 [1]
차창룡 지음,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928
22
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932
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1193
20
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1200
19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1216
18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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