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룡의 "인도신화기행"

729
[인도신화개관 34] 힌두교 시대의 신 21. 악마 마히샤를 무찌른 용감한 여신 두르가
차창룡    
 

두르가 여신의 탄생


쉬바의 아내는 시타와 파르바티 외에도 또 있어요. 시타는 우마라는 이름으로도 전해집니다. 무서운 여신 두르가와 칼리가 또 있지요. 그러나 이들 여신들은 모두 파르바티의 화신이랍니다. 결국 쉬바의 아내는 한 명인 셈이지요.

이제 두르가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마히샤는 몸은 인간이요 머리는 들소인 악마였어요. 신들에게 자식들을 모두 빼앗긴 마히샤의 어머니가 처절한 고행 끝에 신들을 능가하는 힘있는 아들을 얻게 된 것이지요.

마히샤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신들의 위세에 눌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던 악마들이 마히샤를 찾았어요.

“이전에 우리 악마들은 하늘을 지배했었지요. 신들이 불사의 감로수를 먹고 우리의 왕국을 강탈했어요. 마히샤여, 당신의 힘이라면 다시 악마의 왕국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오. 당신이 우리의 왕이 되어 주십시오. 그리고 신들을 무찔러 주십시오.”

“물론이오. 오늘부터 내가 악마의 왕이 되겠소. 그리고 신들을 모조리 잡아먹어 버리겠소.”

마히샤는 악마들의 군대를 조직하여 철저하게 훈련시킨 후 신들의 나라로 쳐들어갔어요. 불사의 감로수를 마신 신들은 무척 강했지만, 영웅 마히샤가 이끄는 악마들은 더욱 강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신들은 뒤로 밀리기 시작했어요. 궁지에 몰린 신들은 브라흐마 신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브라흐마 신이시여! 당신의 은총으로 악마들이 너무 강해졌어요. 이러다가 악마들이 천상을 지배하게 되겠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그래서는 안 되지요. 대책을 마련하도록 합시다.”

브라흐마는 비쉬누와 쉬바를 불러 의논했어요.

“어떻게 하면 악마들의 세력을 누를 수 있겠소?”

“우리 신들의 에너지를 모두 합치면 엄청난 힘이 생길 겁니다.”

비쉬누가 말했어요.

“그렇소. 신들의 에너지를 모두 합쳐 힘센 여신을 만들어 냅시다.”

쉬바와 비쉬누는 점차 무서운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비쉬누와 쉬바의 몸 속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본 브라흐마와 다른 신들의 몸에서도 거대한 힘이 솟아나왔지요.

신들의 에너지는 공중에서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어요. 그 거대한 힘은 점차 쉬바의 말대로 여성의 형상으로 변했습니다. 그녀의 머리는 쉬바의 에너지로, 두 팔은 비쉬누의 에너지로, 그리고 두 발은 브라흐마의 에너지로 형성되었지요.

이처럼 모든 신들의 힘이 각각 그녀의 신체의 일부를 이루면서 세상에서 가장 힘센 여신이 탄생한 거예요.

쉬바가 이 여신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여신의 이름은 두르가요. 다가서기 어려운 자라는 뜻이지요. 이 여신에게 함부로 다가갔다가는 누구든 큰코를 다치게 될 것이오.”

신들은 입을 모아 두르가에게 간청했어요.

“우주의 여신이여, 이제 우리 신들을 위해 저 못된 악마 마히샤와 그의 무리를 무찔러 주시오.”

“성심성의껏 신들의 뜻을 받들어 모시겠나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신일지라도 인도 신들의 세계에서는 고행을 하지 않으면 그의 힘은 보잘것없어집니다. 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태어난 두르가 여신도 부지런히 수행하지 않으면 그녀의 힘도 반감되는 것이지요.

두르가 여신은 그때부터 고행을 시작했어요. 여신은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수행처의 사방을 네 명의 소년이 지키게 했어요.

“너희들은 내가 수행하는 동안 고통받는 여행자 외에는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아라.”



악마 마히샤의 머리를 자르고


두르가의 수행처는 참으로 아늑한 곳이었어요. 비는 며칠에 한번씩 적당히 내려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었고, 햇빛이 골고루 뿌려져서 나무들은 크고 개울의 물고기는 팔뚝만 했지요. 열매를 따먹는 짐승과 풀을 뜯어먹는 짐승들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그런 숲속에 어느 날 악마 마히샤가 부하들을 데리고 사냥을 나왔어요. 평화롭게 노닐던 동물들을 그들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어요.

그 사이에도 동물들은 생각했지요.

“두르가 여신이 수행하는 곳에 가까이 가면 살 수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동물들은 하나둘씩 두르가 여신의 수행처를 찾았어요. 수행처를 지키던 네 명의 소년은 불쌍한 동물들을 기꺼이 거두어 주었어요. 그러나 마히샤의 부하들이 그 동물들의 뒤를 밟아 수행처 가까이 왔다는 것은 몰랐지요.

수행처 부근까지 온 마히샤의 부하들 중 우두머리가 말했어요.

“이곳에는 뭔지 모를 이상한 힘이 느껴져. 우선 염탐해 보자.”

마히샤의 부하들은 새로 변해 숲속을 둘러보았어요. 두르가가 명상에 잠겨 있는 숲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신비로웠지요. 명상에 잠긴 여신은 숲속에서 단연 빛이 나는 존재였어요. 악마들은 이 사실을 그들의 왕 마히샤에게 알렸습니다.

“아름다운 숲속에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수행에 열중하고 있어요. 그 숲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그 숲에 들어가서 하마터면 우리도 착해질 뻔했어요.”

“허허허, 너희들은 착해지면 안 돼. 너희들에게는 악한 것이 선이야. 내가 직접 가서 그 미인을 만나 보아야겠다. 그 미인을 나의 왕비로 삼아야지.”

마히샤는 노인으로 변장하고 숲속으로 들어갔어요. 노인은 두르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열심히 수행하십니까?”

두르가는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어요.

“나는 사랑하는 위대한 분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히샤는 껄껄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했어요.

“나야말로 모든 신들조차 존경하는 위대한 왕이오. 그대가 나를 남편으로 선택한다면, 그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소?”

두르가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마히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어요.

“맞습니다. 나의 소원은 강한 자의 부인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진정 강한 자라면 나에게 그 능력을 보여 주십시오.”

여신은 벌떡 일어서서 마히샤를 노려보았어요. 여신의 두 눈에서 무서운 불길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여신이시여! 이 무기를 받으소서.”

언제 달려왔는지 브라흐마와 비쉬누와 쉬바가 자신들의 무기를 여신에게 넘겨 주었어요. 이제 여신의 손에는 창, 칼, 뱀, 종과 북, 방패, 컵, 물병이 들려 있었어요.

여신이 움직일 때마다 강렬한 빛이 쏟아져나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눈이 멀었어요. 종과 북이 둥둥 울리자 다른 소리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지요. 그러나 악마 마히샤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어요.

“어쭈, 제법 무서운데.”

“그래, 언제까지 비웃는지 보자.”

여신은 자신의 탈것인 사자 위에 올라타고 악마를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마히샤는 옆으로 빠지면서 해골 모양으로 만든 커다란 돌을 던졌어요. 두르가는 그것을 가볍게 방패로 막았어요.

두르가가 물병을 던지자 어느새 마히샤는 강물 속에서 허우적이고 있었어요.

그러나 마히샤는 곧 정신을 차리고 불을 뿜어 강물을 말려 버렸어요. 강물은 마른 것이 아니었어요. 마히샤의 모든 구멍에서 일제히 물줄기가 솟아오르더니 빛의 속도로 두르가를 향해 밀려왔어요.

그 물줄기들은 맹렬하게 다가오더니 두르가 앞에 오자 모두 컵 속으로 빨려들어갔어요.

그제서야 마히샤는 두르가의 힘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아, 내 힘이 모자라는 건가, 저년이 힘이 센 건가? 조금 더 힘을 길러서 저년을 사로잡아야겠다.”

마히샤는 마침내 도망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온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을 자랑하는 여신이 도망치는 악마를 그대로 놔둘 리가 없었지요. 여신의 손으로부터 길게 동아줄이 달려나갔어요. 그것은 동아줄이 아니라 뱀이었습니다. 뱀은 마히샤의 머리를 물고 다시 두르가에게 돌아왔습니다. 마히샤의 머리는 어느새 두르가에 손에 들려 있었어요.

세상은 평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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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룡 - 시인/문학평론가. 1966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으며, 1989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 저서 『인도신화기행』 등을 펴냈으며, 1994년 첫 시집으로 제13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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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
32
2010.02.13.
[인도신화개관 27] 힌두교 시대의 신 14. 엘로라 16굴에서 만난 파괴의 신 쉬바
912
31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6] 힌두교 시대의 신 13. 서사시 마하바라타와 크리슈나
936
30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5] 힌두교 시대의 신 12. 용감한 무사의 난폭하고도 아름다운 사랑 [1]
991
29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4] 힌두교 시대의 신 11. 사랑스럽고 귀여운 신 크리슈나와 악마 칸샤의 죽음
895
28
2010.02.09.
[인도신화개관 23] 힌두교 시대의 신 10. 인도인의 이상형 라마
989
27
2010.01.25.
[인도신화개관 22] 힌두교 시대의 신 9. 비쉬누의 화신 아바타 [5]
1102
26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1] 힌두교 시대의 신 8. 불사의 감로수 암리타를 둘러싼 신과 악마의 싸움 [3]
935
25
2010.01.11.
[인도신화개관 20] 힌두교 시대의 신 7. 해결사 비쉬누와 젖의 바다
969
24
2010.01.06.
[인도신화개관 19] 힌두교 시대의 신 6.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유지의 신
차창룡 저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2007)
999
23
2010.01.03.
[인도신화개관 18] 힌두교 시대의 신 5. 브라흐마의 아내 사비트리의 저주 [1]
차창룡 지음, <인도신화기행>(북하우스)
895
22
2009.12.21.
[인도신화개관 17] 힌두교 시대의 신 4. 인류의 조상 마누와 비슈누의 첫번째 화신 물고기 마츠야 [5]
902
21
2009.12.14.
[인도신화개관 16] 힌두교 시대의 신 3.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든 푸쉬카르의 성스러운 호수
1013
20
2009.12.07.
[인도신화개관 15] 힌두교 시대의 신 2. 창조의 신 브라흐마의 탄생
1100
19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4] 힌두교 시대의 신 1. 추상적인 신(브라흐만)의 인격화 [2]
1104
18
2009.11.26.
[인도신화개관 13] 유일신 브라흐만과 내 안의 신 아트만
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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