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471
불멸의 조각
명협도인  

불멸의 조각

 

마술은 나와 거리가 멀어,

예리한 조각도에 자주 손가락을 베이고

작업실 바닥을 벌건 피로 흥건히 물들이곤 했지.

하지만 등 푸른 물고기들이

나무에서 헤엄쳐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은

지상의 어떤 마술보다 흥미로웠어.

은빛 비늘 대신 나무 조각만 수북이 남겨놓고

꼬리지느러미를 탁탁 치며

허공으로 사라지는

물고기는 나무 둥지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것은

나무의 영혼이 자유롭기 때문일 거야.

그렇다고 오물거리는 물고기의 입술에

뜬구름 같은 방랑의 문장을 물려준 적이 없는데,

마술은 나와 거리가 멀어

불멸의 입술에 키스하는 법을 연습시킨 적도 없는데,



(유심 1-2월호 발표 )

                       

김태형 2010.12.05. 1:22 am 

뜬구름 같은 방랑의 문장을 물려주지 않으시니... 천상 샘은 시인이십니다. 나무의 그 자유로운 영혼을 따라가고 싶은 밤이네요.

명협도인 2010.12.07. 11:23 pm 

요샌, 집 떠나 있는데도 인도가 아삼삼 그려지며 배낭 메고 떠나고 싶은데, 하늘에 흐르는 구름만 봐도 떠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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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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