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474
새한테 욕먹다
명협도인  

새한테 욕먹다

 

 

산호수나무 꼭대기에서 우짖는

저 쬐고만 새,

시발시발시발……

누굴 욕하는 것 같다.

짝짓기 철이라 저리 운다는데

짝 찾는 소리치곤 참 고약타.

이젠 욕계를 떠난 고모부한테

평생 욕바가지로 살던

풍물시장 야채장수 고모 생각도 나지만

저 맑은 욕먹지 않고

어찌 세상이 맑아지며

만물의 귀가 파릇파릇해지겠는가.

귀 있는 자는 들으라

시발시발시발……

저 욕 한 사발 먹고 오늘 아침은

밥 안 먹어도 배 부르느니.


                       

차창룡 2011.01.20. 7:16 am 

'시발'은 욕이 아니란 얘기도 있던데요. 새가 욕하는 소리 들으러 밖에 나가봐야겠습니다.

명협도인 2011.01.23. 2:21 am 

스님이 '시발'이 욕이 아니라면 아니것네요. 나도 새소리 들으러 다시 나가봐야것소.

김애리자 2011.01.31. 9:46 pm 

아파트 거실, 창 열면 바로 산, 나무들이 가득해요. 하지만 새가 욕하는 것 못 들어 봤어요. 저도 세심히 들어봐야 겠어요~ㅎㅎ

명협도인 2011.02.02. 12:01 am 

사실은 치악산 밑 행구동 골짜기에 살 때 들었는디, 비록 욕이라 해도, 맑은 욕이라 들을 귀가 있는 이에게만 들린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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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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