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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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울면 시를 짓지 않는다
詩牧  

새가 울면 시를 짓지 않는다

 

 

벵골 땅에서 만난 늙은 인도 가수가

시타르를 켜며 막 노래 부르려 할 때

창가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울자

가수는 악기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중얼거렸다.

 

저 새가

내 노래의 원조(元祖) 라오.

 

그리고

새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울음을 그치고 날아갈 때까지

노래 부르지 않았다.

 

그 때부터 나도

새가 울면

시를 짓지 않는다.

 



(현대문학 6월호 발표 )

                       

김태형 2011.02.02. 12:41 am 

"새의 지저귐이 그치고 날아갈 때까지/노래 부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인도를 선생님 시에서 만나니 설레입니다.

명협도인 2011.02.02. 12:46 am 

추위도 한풀 꺾여 모처럼 책상 앞에 앉았는디, 벵골에서 만난 바울 생각이 나서리....여태 안 주무셨구먼. 새핸 날마다 명절이었음 좋겠는디...

김태형 2011.02.02. 3:55 am 

네. 마음은 황량해도 늘 명절이에요. ㅋ

차창룡 2011.02.02. 7:36 am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죄용해지는군요. 山堂靜夜坐無言(산당정야좌무언).

김애리자 2011.02.06. 8:39 pm 

  어머! 저도 그래야 겠군요. 우리집 앵무새 한 마리 시도 때도 없이 짹짹 난리에요. 시끄럽게 생각했는데-- 노래 였군요~ 그래서 제가 야심한 시각에만 불을 밝혔나 봅니다~ㅋ 늦었습니다, 새해 더욱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詩牧 2011.02.06. 10:49 pm 

앵무새는 주인 닮는다는디 ㅎㅎ, 하여간 앵부샌 길을 잘 들여야되요. 새해 넉넉하시고 좋은 시 많이 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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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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