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397
뉘실꼬?
詩牧  

뉘실꼬?

 

 

그놈의 신발 머리에 이고 가면 안 되나?

 

벗을 때마다 투덜거리면서 오늘도 사원 입구에서 신발을 벗는다, 땟국물 꼬린내 뚝뚝 흐르는 신발을 벗어 쌓아놓으니

 

노적가리가 따로 없다 문득, 스치는 끔직한 한 상념, 신발보다 참말로 벗어야 할 탐욕의 원천

네 눈알을 쑥 빼놓거나 네 모가지를 뚝 떼어놓고 들어가라고 했으면……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저 꽃미남 신들 어찌 한 아름 안아보며, 그녀가 건네준 꽃목걸이는 어찌 또 목에 걸어보았을꼬……

 

신발만 벗으라는 이 눈물겨운 배려, 그분은 뉘실꼬?

 

저 앞서 걷는 맨발들, 바짝 달아오른 대리석 바닥에 맨발을 지지며, 罪 될 것 없는 罪도 지지고 지지며,

그렇게 지지고 걸으며 힐끗 기기묘묘한 돌조각 꽃미남 신들, 흔하디흔해빠진 신상들 보는 듯 마는 듯, 훨훨훨 날아―

 

드넓은 사원 대충 돌아 나와 뽀송뽀송 잘 마른 신발을 찾아 꿰며 그분은, 아 그분은

 

뉘실꼬!

 



(미발표)

                       

김태형 2012.02.20. 12:56 am 

쌤~ 마음의 급류를 그대로 따라가며 읽게 되네요.

詩牧 2012.02.20. 1:49 am 

아직, 안 자고 있다니! 역시! 보고 싶구려. 김시인!

두루미 2012.02.22. 6:40 pm 

쌤, 다음 인도에선 신발에 눈알을 담아서..내려놓고..맨발바닥을 지지렵니다....

詩牧 2012.02.22. 7:07 pm 

여름에는 증말 사원의 대리석을 밟으면 그게 발바닥을 지지는 거라니까요...가만히 서 있으면 구이가 될 정도로....

김애리자 2012.02.23. 2:52 am 

무좀도 나았다는 후문도 있던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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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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