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571
그리운 나타라자
명협도인  
 

그리운 나타라자

      -오르차에서



  우기라는 데 비가 내리지 않았다

  붉은 먼지가 소용돌이치는 사암 깔린 힌두 사원 앞

  맨발의 한 사내가

  붉은 먼지의 소용돌이를 따라 돌았다

  낡은 성곽 위 누더기구름도 돌고

  비루먹은 개처럼

  눈동자가 퀭한 낮달도 돌고

  사원 회랑을 장식한 벌거벗은 무희들도 돌고

  엑따르를 뜯는 늙은 악사도 돌고

  앙상한 팔다리의 거지소녀들도

  눈물보다 짠 땀을 쏟으며 돌고 돌았다

  그리운 나타라자,

  그가 머무는 산정은 너무 멀었다

  운명의 팔짱 끼고 같이 돌아줄

  그의 손길도 너무 멀어

  홀황홀혜,

  저 위로 솟구치지는 못하고

  저 심연으로 자꾸 가라앉기만 하는,

  붉은 먼지의 소용돌이를 따라 돌았다

 

  * 나타라자는 춤추는 시바 신을 일컫는 명칭.

 

 

  



(미빌표)

                       

김태형 2010.08.01. 12:34 am 

벌거벗은 제 마음도 그때 천천히 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돌다가 문득 정신을 잃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고대의 만트라를 암송하며 영영 제 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고 뒤늦게 그런 바람이 드네요.

김애리자 2010.08.01. 12:54 am 

한적한 시골, 수영장이 있는 호텔, 거기서 회장님 수영하셨죠? 아직은 어디가 어딘지 더듬어야 생각나요.
늙은 악사하고 사진 찍었어요~ ㅎ 왜 그리 돌고 도는지, 돌뻔 했어요.

명협도인 2010.08.01. 8:25 pm 

그 춤이 수피들의 회전춤이라죠. 그 무희정말 잘 돌더군요. 집에 와서 나도 빙글빙글 돌아보다가 어지러워 죽는 줄 알았죠.

유 빈 2010.08.01. 8:44 pm 

ㅎㅎ 집에서 도는 춤 추시는 선생님 모습 순간적으로 생각나 혼자 박장대소합니다. 저도 한번 돌아볼까요?

명협도인 2010.08.05. 1:57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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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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