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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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깃발
명협도인  
 

  붉은 깃발

     


  붉은 깃발들이 무슨 상징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천민들이 사는 바닷가 마을

  붉은 깃발들이

  낡은 배 한 척을 새벽바다로 밀어내고 있었다

  결핍에 덧댄 슬픔을

  인생이라 부르지 않는 인생들이 

  벵골만,

  쫄아든 제 내장만 같은

  해안선 바깥으로 배를 밀어내고 있었다 

  빈 손, 한 잎의 해탈보다

  빈 배 가득 펄떡거리는 만선을 꿈꾸며

  비린 생을 자꾸 밀어내고 있었다

  검은 살갗에 닿아

  끈적거리는 바람과 태양, 그따위 숭배는 오래 전에 거둔

  붉은 깃발들이 배를 밀며

  무슨 혁명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슬픔의 부력이 띄운

  배를 밀며 찢어질 듯 펄럭이고 있었다



(미발표)

                       

명협도인 2010.08.05. 2:00 pm 

전에 다녀온 오리사주 뿌리의 기억을 살려서리 쓴 것인디...태양사원 있는 거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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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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