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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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불의 맨발에 입 맞추다
명협도인  
 

석불의 맨발에 입 맞추다

      -마투라 박물관에서



  무일푼으로 떠도는 바람을 보았다면

  탁발을 의무가 아니라 운명으로 받아들인

  바람을 보았다면

  바람의 맨발을 보았다면 믿겠는가   

  가없는 지평선을

  하염없이 걷다가 지치면

  저 높은 데서 인생을 연민하던

  구름경전이 흘린 눈물로 영혼을 적신 뒤

  건기의 숲에서

  차 끓일 마른 잎을 줍는

  가난한 시골 아낙의 곁님이 되어

  타박타박 걷던

  바람의 맨발을 보았다면 믿겠는가

  먼지와 자갈과 소똥을 밟는

  쓰라린 감촉을 즐기며

  탁발한 빵과 오이와 양파, 그리고

  딱 하루치의 근심을

  저녁놀에 비벼먹고 천천히 귀로에 오르는

  바람의 맨발을 보았다면…





(유심 1-2월호 발표 )

                       

김애리자 2010.08.03. 8:49 pm 

그 바람이 석불에게 까지 바람을 피웠군요. /딱 하루치의 근심을 비벼먹는 밥은 어떤 맛일까요? ^^

명협도인 2010.08.04. 9:41 am 

것도 시가 되것네요. 바람이 ....에게 바람을 피웠다! 하여간....

김애리자 2010.08.04. 8:06 pm 

선생님, 그 거시기 바람 말고 그 머시기 바람요~^^

김태형 2010.08.04. 1:47 am 

저는 웬지 천천히 귀로에 들지는 못할 것 같아요. 걷다가 보면 마냥 무엇인가 그리워져서 간절해져서 돌아오는 걸음도 빨라질 것 같아요. 언제쯤이나 느린 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을런지... 아직 저는 붙들고 있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명협도인 2010.08.04. 9:42 am 

번뇌 즉 열반이라 했다지요. 붙들고 있는 것(집착)도 지나고 보면 다 지나가더라구요.

김애리자 2010.08.04. 8:00 pm 

회장님, 붙들고 있는 것들 놔 버리면 해탈인데요? ㅋㅋ 오~통재라, 그냥 이대로(중생)가 좋아요.
그래야 한번 씩 땡깡 부리죠~~ 으으

명협도인 2010.08.05. 1:59 pm 

불들고 있능 거 놔버리는자 거 아니라 그 냥 붙들고 있는 거 보면서 가자는 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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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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