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493
차도르
명협도인  
 

  차도르 1



  우기의 이슬람 시장은 언제나 질퍽거린다

  붐비는 노점에서

  망고 한 봉지를 사가지고 돌아서는데,

  검은 차도르로

  얼굴을 가린 여인이 앞을 가로질러 간다

  어슬렁거리는 소와 개들,

  차량과 사람들 사이를 느릿느릿 빠져나가는

  차도르,

  육체를 여윈 것만 같은 저 그림자

  가 문득 돌아서서 낯선 나를 빼꼼 바라본다 

  아, 그림자도 눈이 있었구나

  괜히 난 눈물이 핑 돌며

  신들도 눈이 있겠구나 생각해 본다


  * 차도르: 이슬람교 여성들이 외출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하여 머리에서 어깨로 뒤집어쓰는 네모진 천.





(강원작가 2010년호)

                       

두루미 2010.09.08. 1:20 pm 

  아, 그림자도 눈이 있었구나...참 아름다운 시에요...

명협도인 2010.09.08. 6:51 pm 

요샌 이슬람세계 여성들도 많이 벗는다는데, 하여간 차도르를 보는 맘이 아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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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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