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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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카페
명협도인  
노천카페



  허름한 노천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조개탄 연기가 푸른 실비단처럼 길 위에 깔립니다.

  낡은 담요 한 장 둘둘 말아 품에 안고

  또 가없는 길을 나서는 저 노숙의 아침도

  쿨룩, 쿨룩대며 맨발에 실비단을 휘감으며 지나갑니다

  여기는 여직 맨발이 통하는 세상

  카페주인은 제 맨발을 닮은 시커먼 냄비에

  우유를 붓고 이글거리는 화덕에 올려놓습니다

  이내 냄비 뚜껑이 들썩, 들썩거리기 시작하고

  아까부터 날 따라붙던 비루먹은

  황구 한 마리가 카페 앞에 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짜이 한 잔, 비스켓 한 조각 황구와 나눠먹고

  짐 꾸려 다시 길 나설 즈음,

  나보다 저만치 앞서 맨발이 꽃피우며 가는

  만행(漫行)의 푸른 곡선이 그리워

  한결 홀가분해진 발걸음을 천천히 떼어 놓습니다  





(미발표)

                       

차창룡 2010.09.10. 8:55 am 

잘 읽었습니다. 그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것 같군요. 올 겨울엔 짜이 한잔 마시러 갈까 하는데, 뜻대로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명협도인 2010.09.10. 10:32 am 

취기가 덜 깬 아침, 맑은 스님 목소리 반가웠다오. 그래요, 언제 여행길에 원주에서 ....환영하오!

김태형 2010.09.10. 3:01 pm 

같이 마시러 가요. 짜이~

김애리자 2010.09.11. 2:43 pm 

저두요. 짜이가 눈에 아른거리네요.

천수호 2010.09.10. 4:44 pm 

인도의 좁은 시장 골목에서 함께 마셨던 짜이~~이젠 사진 속에만 남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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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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