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산전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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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명협도인  

허수아비

 

 

어두운 논두렁 가에 서 있는

흰 헬멧을 쓴 허수아비를 보고 돌아섰습니다

그까짓 유령이 무서워서였겠습니까

까닭 없이 저무는 가을이 허전해서였겠습니까

집 앞까지 와 돌담 너머로

집 안을 우두커니 들여다보는데

유령의 집은 아니었습니다 불빛 희미한 창문

아픈 노모의 구부러진 그림자가 어른거렸습니다


                       

보물섬 2010.10.06. 9:05 am 

아, 아름다운 시. '절제된 슬픔'이 빚어내는 이 생의 어둡고도 환한 풍경.
흑, 선생님. 이렇게 좋은 시를 독자들에게 선물하시다니 그저 감사드릴 뿐이에요.

명협도인 2010.10.06. 3:52 pm 

얼마 전, '토지'를 나와 집에 머무는디, 우리 엄니 땜에 스트레스 좀 받지라, 그래서 쓴 것인디....

은기사 2010.10.06. 10:19 am 

정말요.. 보물섬 님 말씀 백배 동감입니다.

명협도인 2010.10.06. 3:51 pm 

은작가, 언제 보나? 보고 싶은디....

김태형 2010.10.06. 4:34 pm 

저희 집은 유령의 집입니다. 심장까지 콩닥콩닥 뛰는 유령이 밤마다 책상머리 앉아서 "내가 아직도 넌 줄 아니?" 하고 있습니다.

김애리자 2010.10.19. 10:49 am 

맞아요. 내 안에 유령이 밤마다 아니 낮에도 우글우글~ 아, 사람이 돼야 하는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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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 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으며,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프란체스코의 새들」 「우주배꼽」 「얼음수도원」 「수탉」 등이 있으며 「나무신부님과 누에성자」 「아주 특별한 1분」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등 다수의 산문집이 있다. 김달진문학상과 강원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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