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선의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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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짜이 라떼를 끓이는 여신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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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짜이라떼’를 끓이는 여신

 

 

 

인도에서 돌아온 후의 일주일은 그야말로 ‘짜이’축제의 나날이었습니다. ‘짜이’는 인도인들이 즐겨먹는 차로서 인도여행 후기에 빠짐없이 등장하곤 합니다. 그래서 늘 궁금하던 차에 지금은 현지 맛을 내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생겨났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연말과 새해 첫 날을 이역(異域)에서 그것도 인도에서 보내게 된 특별한 경험은 회원으로 있는 인.생.모(인도를 생각하는 예술인 모임)에서 다녀온 열흘간의 남인도 예술 문화 기행 때문이었습니다. 그로 인한 요가수련의 빈자리를 잘 견뎌준(?) 수련생들을 위해 인도식 티 파티를 준비하게 된 것입니다.

인도 여행 7일차, 남인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마두라이’야시장을 둘러 보게 되었습니다. 그날 야시장엔 일행이었던 보컬리스트 정마리씨와 그의 피앙새인 화가 정구종씨와 함께였습니다. 마리씨와 나는 축제를 속 인도여인들처럼 향기로운 재스민 꽃 장식을 머리에 꽂고 마두라이 시장을 활보했습니다. 만일 한국에서 그런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했다면 영락없는 미친 여자들이란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를테지만 거기서 우리는 충분히 자유롭고 용감했습니다. 심지어 여행지에서의 짧은 일탈은 한 모금의 '짜이'처럼 달달했습니다.

좁은 골목을 누비고 다니기에 좋은 대표적인 대중 교통수단인 릭샤꾼 들의 손에 들린 한 잔의 ‘짜이’, 여행지 곳곳의 호텔 식사 때마다 함께 나오던 ‘짜이’, 줄지어서 기다리던 야시장 짜이집 사내의 손에서 달인의 포스로 좁은 컵으로 따라지던 한 잔의 ‘짜이’. 여행 내내 '짜이'는 연애를 시작한 연인의 포즈로 여행을 마칠 때까지 함께 했습니다.

당초 인도로 향할 때는 수련생들을 위한 선물을 사 올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도풍 스카프 70장 정도 사는 게 단체 여행에선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하게 된 '짜이 파티'. 일주일 내내 필자의 좁은 주방에선 짜이 향이 넘쳐흘렀습니다. 남인도 께랄라 주 국경을 넘어 초록 융단처럼 깔려있던 ‘무나르 힐’에서 날아온 신선한 홍차를 사랑하는 요가회원들을 위해 아낌없이 끓였습니다.

현지에선 홍차와 향신료, 우유를 섞어 끓이고 기호에 따라 단 맛을 첨가해 차 맛을 냈지만 필자가 만든 비건(Vegan)식 짜이는 우유대신 두유를 사용합니다. 두유를 선택할때는 일체의 다른 맛이 첨가 안 된 순수한 맛의 두유를 선택해아 홍차향을 덜 방해합니다. 우유가 아닌 두유로 맛을 낼 수 있을까 우려를 했지만 두유로 만드는 카페라떼의 우월한 맛을 잘 알고 있기에 확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홍차와 두유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우유대신 두유를 첨가해 만든 짜이의 맛은 우유와는 다른 담백한 에너지를 품은 채 고소하고 싱그러웠습니다.

차가 완성되면 우선 한 잔 천천히 시음해 보곤 했는데, 그때 마다 맨발로 사원을 헤매는 여신(아는 사람만 아는 여신의 전설)의 환영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하나의 망고'를 의미하는 '엑캄바레스와라' 신전에서 당신이 먼저 지나가며 남긴 희미한 발자국에 흙투성이 나의 발자국을 포갤때의 가슴 뜀 ……. 아루나찰레스와르 신전의 어둠 속, 천 개의 기둥 뒤에서 불현듯 당신의 길고 흰 손이 나를 당겨 시공을 초월한 영원 속으로 함께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설렘. 미로 같은 신전의 내부가 너무 낯익어 아득한 데쟈뷰의 그리움 속에 아무도 몰래 눈물을 훔치던 기억들이 아득한 쟈스민 꽃 향기 속에서 떠오르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짜이파티’는 촛불과 함께 시작합니다. 음악은 인도 델리 국제 공항의 ‘요기샵'에서 구입한 히말라야 요기'isha'의 ‘White Mountain'. 너울거리는 촛불을 중심으로 우리는 어머니 대지의 품 속 아이들처럼 방심한 자세로 모여 앉았습니다. 소매 끝으로 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붉은 빛 인도 탑을 입은 여신이 손수 뜨거운 ‘짜이’를 따라줍니다. 아라비아 해변의 일출과 고원지대 국경을 지날 때 모자 팔던 사내의 눈빛, 해변의 사원으로 빗자루 질 하러 출근하던 여인의 얘기…….밤을 지새우고도 남을 추억을 나누며 우리의 파티는 절정에 이르렀고, 지난 목요일로 자칭 ‘짜이의 날’ 행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짜이 솜씨를 자랑하고 싶어 간혹 지인들에게 짜이 맛을 보여줍니다. 아직까지 반응은 ‘다 좋다’입니다. 물론 이들 대개가 인도를 다녀오지 않은 이들이기에 그런 칭찬이 나왔을지도 모를 것입니다. 내일은 현지 짜이 맛을 맛 본, 그것도 아주 여러 번 맛을 본 분과의 점심약속을 앞두고 나만의 짜이 맛을 보여줄까, 말까 망설여지는 참 소심한 여신의 저녁입니다.

 

 

 

 

 

 



(미발표)

                       

詩牧 2012.01.19. 1:24 am 

우아, 자신감이라.....짜이 좀 만해마을로 배달 부탁 헐까요? 윤선 여신! ㅎㅎㅎ

김애리자 2012.01.22. 11:23 pm 

선생님!그 새 만해마을로 가셨군요.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기대합니다..ㅎ

두루미 2012.01.27. 1:06 pm 

  네 선생님 기다리셔요...바람타고 짜이 배달 갈 날이 오지 않을까 저도 희망해 봅니다. 그때까정 아쉬운대로 커피라도 드시어요.. ㅋㅋ

詩牧 2012.01.28. 1:07 am 

만해마을 로 배달 나오면 대환영인데, 두루미 여신!

김태형 2012.01.20. 1:24 am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느꼈습니다. 직접 짜이를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짜이의 첫 모금을 마시면 가슴에서부터 콧속을 따라 머릿속 깊은 곳까지 독특한 향이 번집니다. 처음 짜이를 마실 때, 언제가 먹어봤던 너무나 익숙한 맛이 느껴져서 한참을 생각했지요. 약간의 탄내가 섞인 추어탕 맛이었어요.

김애리자 2012.01.22. 11:25 pm 

김태형 전 회장님~ 반가워요. 새해엔 얼굴 좀 보여주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김태형 2012.02.02. 4:22 am 

김애리자쌤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처럼(?) 늘 제가 있겠지요? ㅋㄷㅋㄷ

두루미 2012.01.27. 1:09 pm 

제대로 된 짜이맛, 더 연구해 보려구요...언제 이슬람 사원 가실 때 말해주세요..카더몬과 향신료 사오려구요..^^

김태형 2012.02.02. 4:23 am 

짜이 마스터를 부르신다면 만년설이 쌓인 히말라야든 그 어디든 가야지요.

김애리자 2012.01.22. 11:19 pm 

나 역시 인도에서 사온 홍차에 짜이 맛을 내어 먹고 있답니다. 그 때 그 추억이 서려있는 묘한 맛, 그 기분으로 다시 되돌아 가고 싶은 충동? 그래서 인지 오늘도 비행기는 줄곧 우리 아파트 담을 넘어가고 있답니다~ㅋ

두루미 2012.01.27. 1:11 pm 

와우...애리자 샘의 짜이 맛 또한 기대가 되네요...저 또한 자꾸만 인도 꿈을 꾸곤 한답니다. ^^

김애리자 2012.02.01. 12:02 am 

다음에 또 한번 가지요, 뭐...ㅋ

김태형 2012.02.02. 4:25 am 

짜이맛은 인도보다 제가 만든 게 더 좋아요. 인도행 비행기삯 내시고 제가 탄 짜이 한 잔씩들 하시지요. ^^;; 곧 불멸의 짜이 레시피를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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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선 - 시인.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06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상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The Yoga Company 요가지도자 과정과 숀콘 빈야사 요가 워크샵 및 Intro to Meditation 시리즈를 마치고 요가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시집으로 『가만히 오래오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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