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선의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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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가지는 바람을 문지르고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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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화과 가지는 바람을 문지르고



낡은 "Oak Park 아파트"로 이사 와서 가장 좋았던 건 발코니로 향한 유리문으로 100살은 더 되어보이는 아름드리 나무들을 늘 볼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 키 큰 나무들의 이름이 참나무인지, 참나무과 떡갈나무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으나 로르카몽유의 민요시무화과 가지는 바람을 문지르고라는 싯구가 좋아 그 시절엔 무화과나무라 부르기로 했지요.

북 캘리포니아의 코발트빛 하늘 아래 흔들림 없는 견고함으로 바람 속에 서 있던 늙은 나무들. 잎사귀에 맺힌 아침이슬에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 순간을 흔들의자에 깊이 몸을 묻은 채 바라보곤 했습니다.

  나무는 흙에 내린 뿌리로 양분을 흡수하고, 잎사귀로는 광합성을 하며 살아갑니다. 요가 호흡법인 프라나야마를 닮았지요.

  ‘요가'는 아사나(Asana:요가자세)와 프라나야마(Pranayama:호흡법)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몸, 마음, 숨의 수련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도덕적, 정신적, 영적인 안정을 이루어 나가는 실용적 철학체계입니다.

호흡이 멈추어질 때 생명이 끊어지듯 바른 호흡과 짝을 이루는 '요가'야말로 인간의 삶이며

생명력을 키워가는 나무의 광합성작용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바람과 햇살과 벗 되어 광합성 중인 무화과나무를 따라 나도 광합성을 시작합니다. ‘이 없는 사람처럼 을 닫고 를 열어 호흡합니다.

  하나, , , ……. ‘를 통해 들이마신 은 입천장을 지나며 대양의 숨소리와도 같은 소리를 냅니다. 대양의 숨소리를 내며 여과된 숨은 후두를 지나 에 채워지며 가슴을 확장시켜줍니다.

  '대양의 숨소리대양의 호흡인 셈. 파도보다 출렁이지만 폭풍우처럼 불안하지 않은 대양의 호흡’. 즉 내 안에 바다를 들이는 일이 바로 프라나야마의 첫 일 인 것입니다.

이제 내 속에 들였던 바다를 내 보낼 차례. 가슴에 가득 들어와 폐와 배와 내면을 넓혀준 를 통해서 천천히 내 보냅니다. ‘을 내쉬기 시작할 때 배가 척추 쪽으로 당겨짐이 느껴지는 2, 3 초간 텅 비어있는 상태에 집중합니다.

   숨을 들이쉬며 신이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인 대지초록잎사귀바람햇살을 꾹 꾹 눌러 마십니다.

  숨을 내쉬며 어제 저녁부터 내 속에 들어와 자리 잡고 있는 욕망’, ‘집착’, ‘분노따위의 감정들을 서서히 밀어 내보냅니다.

 

  누구에게나 무화과의 시절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미래의 어느 한 때 돌아보게 된다면 눈부시게 아름다울 청춘이거나 아프게 그리운 시절일 수 있을 것이기에.

  두말 할 나위 없이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누구에게나 청춘의 한 때 일 것입니다

 

  점심 후 공원을 산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창밖에 나무 몇 그루라도 볼 수 있다면, 하늘을 볼 수 있다면, 강이 보인다면 그보다 더한 축복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회색빌딩 숲 속 황량한 도시 한 가운데 버려진 기분이 든다 해도 너무 쓸쓸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주의 하늘을 지붕 삼아 지상의 어느 곳이든 내 마음 안에 나무 한 그루씩은 있을 터, 그 나무에 살며시 기대어 무화과 가지 호흡을 해 보면 좋겠구나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두루미)

 

                                                      




(퇴고중)

                       

김애리자 2010.03.18. 9:50 pm 

요즘 요가시집에 눈을 박고 있답니다.시 창작 교재중에 하나이거든요~~

두루미 2010.03.21. 1:47 pm 

  김태형 회장님 저거 글씨 왜 저렇게 진하게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강한 느낌 맘에 안들어욤~ ^^

김태형 2010.03.21. 3:55 pm 

글꼴이 굵게(Bold) 되어 있네요. 에디터에서도 편집이 안 되면 그 글만 메모장으로 잘라서 옮기신 후 다시 에디터에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한글 프로그램에서 옮겨오면 여러 설정값이 함께 들어오기 때문에 편집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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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선 - 시인.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06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상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The Yoga Company 요가지도자 과정과 숀콘 빈야사 요가 워크샵 및 Intro to Meditation 시리즈를 마치고 요가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시집으로 『가만히 오래오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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